이코노미스트의 <2021 세계경제대전망>을 읽고
유학을 한창 하던 시절, 저는 매우 야심 찬 목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코노미스트를 문제없이 읽는 것이었는데요.
세상이 정말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주는 이코노미스트를 문제없이 읽는 것이 크나큰 목표였습니다. 그만큼 정말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 믿고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줄 수 있는 유수의 기자와 평론가들이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서점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출간한 "2021 세계경제대전망"을 봤을 때 단 한 치의 고민 없이 책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 차려 보니 이미 제 손안에 있더라고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덮는 순간, 이 책을 구매하기로 한 제 선택에 너무나도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은 말 그대로 대혼돈의 해였습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겪어보는 감염병의 두려움은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뒤덮었죠. 2020년 새해 소원을 빌었을 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위 그림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정말 수억 명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생명만 앗아간 것이 아녔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의 삶에 크나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아 남겨진 우리들, 우리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라는 것이 이 책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어하는 부분이었죠.
특히 저 또한 수많은 경제 전문가로부터 K자형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었고요.
이렇게 빈부격차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의 필진이 이 부분을 다뤘을 때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것보다도 상황이 더욱 심각했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했던 K자형 성장은 한국 내에서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금융소득이 커지면서 금융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에 주목했던 것이죠.
세계은행은 팬데믹이 1.9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극빈층'의 숫자를 1억 5,000만 명까지 늘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것보다 더욱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K자형 성장을 전 세계로 적용하니 더욱 문제가 커진 것이었습니다.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저렇게나 늘어났다는 통계는 저를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 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굳게 믿고 있는 저였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남긴 이런 치명상이 더욱더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든 것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K자형 성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언제나 위기는 한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심화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팬데믹을 겪고 나니 그런 점에 격하게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K자형 성장은 우리 전 인류가 믿는 종교,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K자형 성장이 더더욱이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계속해서 확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가 인간이 만든 최대의 허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위기는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더더욱이 우리 앞에 수많은 문제가 닥친 것처럼 보입니다. 전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으면서 각 나라마다 숨기면서 애써 외면하려던 사회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기 때문이죠. 거기에 범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글로벌 문제 또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미국 역사상 거의 최대 규모였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로 더욱 쟁점화된 인종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 발언으로 더욱 절정에 이르렀다.
미국은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문제, 소득 불평등의 문제 등이 심화되었습니다. 한편 EU도 코로나 19로 인해 단합을 다짐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국가들끼리의 통합이 깨지기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죠.
이렇게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가지고 있던 문제도 확대되었습니다. 기후 문제와 같이 심각한 문제들이 정말 많았죠. 기후 문제는 사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재조명을 받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후 문제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가 더욱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던 이유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던 국수주의와 포퓰리즘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여줬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신의 국가를 앞세우던 정치가들이 권력에 올라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런 걱정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이 다름 아닌 코로나 19 바이러스였던 것이죠.
실제로 책에서도 강력한 포퓰리즘을 행사했던 국가들이 얼마나 코로나 19 대응에도 미진했으며, 이들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없었음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바이든과 같은 연륜 있는 대통령이 돌아와 세계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본분을 다할 것이라는 희망도 내비쳤죠.
이외에도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돌입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들을 400페이지 넘게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정말 세상이 망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요.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나 길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We will find a way as we always have -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
뉴스를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책에서 나오는 문제는 곧 언제든 터질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죠. 하지만 제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여태까지 잘 그래왔기 때문이죠.
실제로 2021년보다도 더욱 우울했던 시기도 많았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80년대, 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것이고, 그로 인해 인류를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죠. 하지만 저희는 그것에서 잘 버텨 나왔고, 몇십 년 동안 정말 성공적으로 세계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이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는 점 자체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더이상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드러내 줬기 때문이죠.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개인에게나 사회에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음으로써 우리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뼈를 깎는 희생으로 얻은 희망의 씨앗입니다.
통상 10년이 넘게 걸리는 백신이 1년 만에 유포가 되기 시작할 만큼 우리 인간은 한다면 하는 종입니다. 이러한 강한 드라이브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하나하나에 적용되어 전보다 더 살만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강하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