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아세안 1부]
2019년 5월 19일 월요일, 하나의 뉴스가 전세계에 속보로 실리며 모든 이의 이목이 쏠렸다.
그 뉴스는 바로 구글이 미국 행정령에 따라 중국 최대 통신 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Huawei)의 안드로이드 사용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뉴스가 전해진 직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 심리로 인하여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제재를 직접적으로 당하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의 주요 증시는 급락하며 월요일을 마무리하였다.
다행히 바로 이틀 뒤인 5월 21일, 구글이 90일간의 유예기간을 줄 것을 약속하며 세계증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삽시간에 전 세계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본 각 나라의 전문가는 공포에 휩싸였다. 선진국 1위와 2위, 미국과 중국 간에 경제 다툼이 한창인 와중에 그에 관련된 단 하나의 뉴스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분쟁 해당 국가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10개국으로 이뤄진 아세안연합도 중국과 붙어있다는 지정학적 특성상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아세안 연합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하여 이번 1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발생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2부에는 또 다른 지역연합인 EU 연합과 비교하여 이번 무역전쟁이 아세안에 끼치는 영향과 함께 전망을 다룰 예정이다.
2016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오랜 정치생활로 유명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시돼 보였으나 기업인으로 더 잘 알려진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측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정치에 문외한이라고 판단되었던 그가 어떻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그의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 Donald J. Trump
그렇다. 그는 국가주의를 내세우며 자신의 당선에 대한 당위성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할 것을 공약의 공통된 주제로 밀고 나갔고, 이는 미국의 무너져가는 중산층, 특히 백인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끌어들이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미국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그에게 중국은 자신의 당위성을 주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였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매년 눈에 띄게 늘어 지난 2018년에는 무역적자 수치가 419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는 미국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수치였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공약에 사용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중국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였다. 대중 무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소로 지정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함과 동시에 해외, 특히 중국에 나가 있는 미국기업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는 중국이 고의로 위안화의 가치를 임의로 조절하고 있음은 물론 중국이 현재 미국의 선진기술을 몰래 훔치고 있으며 덤핑을 포함해 ‘공정 무역’을 해치는 여러 정책을 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임명된 이후 자국 경제 부흥을 위하여 심혈을 기울여온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었기에 중국도 불편한 기색을 보여주었으나 그들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는 노력을 약속하며 양국 간의 충돌은 조심하는 분위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언행으로 당선이 된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보다 더 행동력이 있었다. 그는 결국 2017년 미국 정부가 중국의 기업활동 및 무역정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그의 불만을 실질적인 행동으로 발전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공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의 원만한 경제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 정부의 꾸준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기꺼이 맞서 싸울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묘한 긴장감이 맴돌던 2018년,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실시했던 조사에서 중국이 공정무역을 해쳤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상황은 급 전개된다. 트럼프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중국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매기기로한 그의 공약을 실행에 나섰다. 그의 초기 공약이었던 45% 관세에 못 미치는 정도지만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생산품에 대하여 25%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적극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두었던 중국 정부 또한 미국 상품에 대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갈등의 골이 본격적으로 깊어졌다. 2018년 한 해에만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2500억 달러 규모로, 전체 중국의 미국 수출품 규모가 5390억 달러임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규모의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중국도 유감을 표하면서 예고했던 대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 또한 중국으로 들어오는 미국 수입품의 90% 이상에 관세를 부과하며 물러서지 않으며 둘의 무역전쟁은 본격화되었다.
미국은 관세와는 별개로 중국기업에 대한 압박도 동시에 진행 중인데, ZTE와 화웨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8년 초, 미국 정부는 중국의 ZTE에 대한 기업 조사를 하였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7년 동안 모든 미국회사가 ZTE와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였다. 미국은 당시 이란 그리고 북한과 교역을 한 회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었는데, ZTE가 이란과 무역을 함은 물론 이를 자료조사에서 거짓 보고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략 3개월 뒤, 10억 달러 규모의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이러한 무역 중단 명령은 해지가 되었으나 그 짧은 사이 ZTE가 입은 피해는 치명적이었다. ZTE의 제재 발표 직후, 주가는 폭락을 계속했으며 결국 한 달도 안 된 5월, 주력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영업 중단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틀 전, 이번엔 행정령을 내려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사용을 중단시킬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화웨이는 명실상부 중국의 최대 규모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업체였기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할시, 중국을 제외한 모든 해외시장에서의 화웨이 핸드폰 판매량은 잃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90일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그사이 협상의 문으로 중국을 초대한 미국 정부지만 언제든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화웨이가 제2의 ZTE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이래로, 시진핑 주석의 지시 하에 대량의 미국 채권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급격히 불어난 매도량으로 인하여 미국이 경제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을 분석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의 규모는 해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 규모의 대략 5분에 1 수준으로 중국이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양의 채권을 매도하기 시작한다면 채권 가격의 폭락으로 인해 시중 금리는 급격히 치솟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하여 미국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게 중국의 계산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미국에 대하여 비판 여론을 국제사회에 조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5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에 “WTO 개혁건의안”을 제출하게 되는데 내용이 공격적이다. 중국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세계 무역이 현재 “어떤 국가”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하여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WTO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어젠다인 자국 우선주의적 정책을 우회적으로 국제무대에서 비판하면서 미국에 대한 여론 압박을 펼치는 것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미·중 외교라인 및 대통령은 한 걸음도 물러날 생각도 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물러서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하는, 즉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둘 사이의 관계 긴장으로 인하여 양국이 겪는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한 치의 양보 없이 대치 중이다.
그렇다면 왜 서로가 손해 보면서까지 두 경제대국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을까?
경제 1·2위 간의 무역전쟁은 일차적으로 공정무역을 둘러싼 문제에 있다. 그 중에서도 트럼프의 미국 정부가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지식재산권(IP)의 침해이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은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이라는 10년 경제 어젠다를 목표로 삼아 중국 경제를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신에너지 산업, 전기차 산업, 통신산업 등을 키울 계획에 있기에 선진 정보통신기술은 중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기술을 갖춘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인데, 신IT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고 있다. 그 결과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하면, 미국 S&P 500에 포함된 미국 기업의 총 가치 중 80%가량은 지식재산권에서 나온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토록 중요한 지식재산권이 중국제조 2025를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와 기업에 의해 침해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연손실이 2250억 달러에서 많게는 6000억 달러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지식재산권에 대한 침해는 주로 산업스파이와 사이버 공격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로 인해 미국의 시장이 손실을 보고 있고, 결과적으로 미국 자국 내에서의 직업을 뺏어가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트럼프 당선 이후 조사에 착수하였고 그 결과는 중국의 하이테크 상품에 대한 관세 폭탄이었다.
이에 대하여 중국은 유감을 표명하며 오히려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매김으로써 두 나라의 무역 분쟁에 시작을 알렸다.
표면적으로 보면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하여 대응하는 미국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본다면 이 둘의 경쟁은 패권 싸움으로 해석할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20세기 세계 최고 권력 국가로 자리매김한 미국과 어마어마한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배세력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다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정치학자들은 현재진행형인 무역전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시작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새로운 패권도전국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패권국의 불안이 고조함에 따라 양국 간 대립이 결국 전쟁을 초래한다는 표현으로, 고대 그리스 당시 지중해 최고 지배국이었던 스파르타가 고전 아테네를 경계하며 결국 전쟁을 발발시킨 배경에서 유래된 말이다. 결국 현재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새로이 떠오르는 막강한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누르기 위하여 더욱 공격적으로 압박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버드 교수인 그라함 앨리슨 교수에 의하면, 기존 패권국과 신흥 패권도전국의 분쟁사례는 역사상 총 16번이 있었으며, 이 중 12번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그들의 경제성장이 평화로울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우려고 인터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전 세계 모든 이의 우려를 낳을 만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 다툼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둘의 다툼은 일시적인 것으로 단기간에 끝날 싸움이 아니고 언제든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대국 간에 벌어진 거대한 싸움이기에 이 피해는 양국에게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경제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무역전쟁은 현재 전세계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경제 1·2위인 만큼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 상황은 이 둘의 영향력을 제외하고는 쉽게 설명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미·중 무역전쟁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역전쟁으로 인한 영향력은 매우 부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로 인하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국가의 2019년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주요 선진국의 동시다발적 경제둔화는 양국 간의 관세전쟁의 위험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 WTO의 수장인 로베르토 아제베도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1947년 WTO의 시작인 GATT 합의가 있었던 이후 최대의 경제무역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밝혔다. 그의 우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전년 대비 하락한 국제 무역 규모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위에서 볼 수 있듯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무역전쟁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나라마다 대중 및 대미 관계와 지정학적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에 대한 피해의 정도 또한 다르다는 점이다. 몇몇 국가들은 오히려 무역전쟁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 특히 EU 연합과 아세안 연합과 같이 여러 나라가 소속되어 있는 범국가적 조직은 이런 상이한 영향력에 대하여 일반 국가와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1부에서는 거대한 미·중 사이의 무역전쟁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하였으며 지금까지 진행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전세계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2부에서는 무역전쟁의 여파가 범국가적 조직인 EU 연합과 아세안 연합에는 특별히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 글은 아비랩에 실린 글입니다.
https://bbc.com/news/business-45789669
https://bbc.com/news/business-45899310
https://bbc.com/news/business-46395379
https://cfr.org/backgrounder/made-china-2025-threat-global-trade
http://fortune.com/2019/03/01/china-ip-theft/
https://ft.com/content/7a613b06-7118-11e9-bbfb-5c68069fbd15
https://mk.co.kr/news/world/view/2018/10/647614/
https://mk.co.kr/news/world/view/2018/09/592684/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51417390226773
https://nytimes.com/2018/07/13/business/zte-ban-trump.html
https://statista.com/chart/16629/china-us-trade-deficit-gr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