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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y Oct 30. 2015

잃어버린 여권을 찾아서 그리고 여행 시작

"니 미쳤나? 농담 이제?"


인섭이가 좀 진지한 표정을 나에게 되묻는다.


"그래 미쳤다. 나도 미쳤으면 좋겠다"


웃음 밖에 안 나온다

.

여권을  잃어버렸다.


인터넷으로 보던 이야기가 나한테도 일어나다니.


"습아 내 인생 끝났냐? 나 어떡해?? 이번 주 일요일에 나 파리 가는 거잖아?"


"종현아 일단 당황하지 말고 찾아보자"


나와 인섭이는 지났던 길을 돌아보고 택시 타고 희열이형네 집 근처에도 가서도 찾아봤다.


희열이 형과 누나도 플래시를 키며 같이 찾아주셨다.


없다.


"인섭아 나 망했냐??"


컴컴한 밤 브레멘 가로등 아래에서 키 큰 인섭이를 바라보는데. 불빛 때문인지 눈이 시렸다.


"종현아 일단 함부르크에 영사관있으닌깐. 거기서  재발급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 들었던 것 같다"


"일단 늦었으닌깐. 집에 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버스회사에 전화해봐서 여권 주운 거 있는지 물어보자"


"그래도 없으면 영사관에 전화해서 물어보자"


인섭이도 짜증 났지만 애써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차분하게 말했다.


집에 도착 후 마당에서 줄담배를 폈다.


"종현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해결된다"


"그래 습아.  내처럼 여행하면서 여권 잃어버린 사람  한둘이겠나?? 만약 못 찾아도 함부르크 가서 여권  재발급받으면 되지"


"여행도 일주일 남았는데. 여유 있잖아"


"하하"  


"하하하하하"


다음날 아침.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함부르크 영사관이죠?"


"저는 지금 독일 브레멘인데. 제 이름은 천종현이고요  어제저녁에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제가 이번 주 일요일에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죠?? 저 여행은 갈 수 있나요?? 아니 한국은 돌아갈 수 있나요?"


"저 어떻게 하면 돼요? 선생님"


영사관 직원이 임시여권 발급과 여권 재발급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나한테 설명했지만 멘탈에 나간 나의 뇌에선 이해를 하지 못했다.


친구 인섭이에게 영사관 직원한테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지금 무슨 소리하냐??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섭이는 나를 좀 한심하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사실 나도 무슨 말인지 이해  못했는데. 알겠다고 대답하고 연락한다고 했다."


"미친놈아."


"그래 나 미쳤다"


친구 인섭이가 영사관에 전화해서 다시 물어봤다.


"종현아. 물어봤는데. 니 걱정 많이 하더라. 친구분이  횡설수설한다고 진정 좀 시켜주라고 하더라"


"나 여권  발급받을 수 있나??"


"그래 걱정마라. 임시여권은 그날 바로 발급해준다고 하니깐. 준비물 챙겨서 가면 된다. 내일 가자"


"그리고 혹시 모르니깐 밥 먹고 버스회사에 가서 여권 주운 거 있는지 물어보자."


"고마워 인섭아"


인섭이는 좋은 친구였다.


인섭이에게 간단하게 브런치를 해주었다.





섭이가 집에 나오면서 묻는다.


"종현아"


"응?"


"여권 찾으면 예수 믿을 거니??"


"응 믿을게. 예수 믿을게. 하나님 믿을게 교회 다닐게"


브레멘에는 버스도 다니지만. 버스 말고도 트람이라고 지하철 같은 게 지상으로 다녔다.


트람에서는 본인이 기계로 양심적으로 표를 구매하게 되어있다.


독일 국민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 양심적으로  구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섭이를 따라 트람을 타고 30분쯤 지나서 버스회사에 도착했다.


섭이가 유창하게 독일어로 쿠텐타크 쿠텐모르겐 당케 거리 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종현아. 여기 말고 분실센터가 따로 있대. 거기로 가야 한데. 전화번호도 받았으니깐 일단 전화해서 물어보자"


버스회사 밖으로 나와서 섭이가 분실센터로 전화해서 물어보더니


인섭이 입가에 미소가 띄었다.


"습아 습아 찾았대? 찾았대??"


"그래 인마. 여권에 있는 천 원짜리가 유로로 얼마냐고 물어보더라."


"종현아 예수 믿자 기도하자"


"믿을게 믿을게 기도하자"


인섭이와 버스를 타고 분실센터로 가서 여권을 찾았다.


"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후 여행 가기 전 섭이와 함께 브레멘에서 로컬 생활을 했다.


인섭이는 그 후 나를 해리포터에 도비 부리듯이 부려 먹었다.


여행 가기 전 일주일 동안 친구 인섭이와 그냥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지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번은 함부르크와 브레멘의 축구경기가 있었는데. 열기가 뛰어났다.


이래서 유럽이 축구에 환장하는구나 느꼈다.


브레멘에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트럼이나 버스도 축구경기장 근처로는 노선이 지나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날 길을 잃었고 미아가 되었지만. 어느 착하신 독일 할머니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았지만 그 독일 할머니는 손주 보듯이 내 손을 잡고 집을 찾아주셨다.


나중에 고맙다고 할머니께 '할머니 당케! 당케!! 당케!" (*당케 : 독일어로 고맙다 라는 뜻") 말씀드렸더니

웃으면서 안아주셨다.


교회에 갔던 인섭이가 돌아왔다.


"인섭아 나 길  잃어버렸는데. 할머니가 구해줬어"


인섭이가 또 한심하다는 표정을 내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종현아 앉아봐라. 이야기 좀 하자. 니 파리나 이태리 소매치기 얼마나 심한 줄 아나?"


"내 아는 사람들 여행 갔다가 한 번씩 다 당하고 오더라"


"니 여기 독일 괜찮지만  다른 데 가서는 정신 차리고 다녀야 한대"


"응.. 걱정 마 내가 이렇게 보여도 혼자서 잘 다녀. 난 아무 걱정 안되는데???"


"넌 내가 걱정되느냐??"


인섭이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날 쳐다 보았다.


파리로 가는 날 아침


"인섭아!!!!!!!!!!! 우와!!!!!!!!!! 시 x 망했다. 여행하는 2주 동안 비 계속 온단다"


"나 뭐 잘못했냐?? 내가 뭐 잘못했는데??? 우와 시 x 진짜!!"


나는 2주 동안 파리->베네치아->로마->인터라켄->루체른 순으로 여행을 했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내가 머무는 도시에 있는 기간 동안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종현아 욕하지 마라 예수 믿는다고 하지 않았니??"


"종현아 유럽은 비가 와도 운치가 있다. '앤티크! 앤티크 한 분위기 모르나?"


자기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태연하게 대답했다.


인섭이는 브레멘역에서 표도 사주고  배웅해줬다.


"종현아 나는 네가 와 이렇게 걱정이 되노?? 잘 다녀온내이 연락 계속하고"


"습아. 나도 나이가 27살인데. 내 앞가림 못하겠나? 걱정마라"


"그래 잘 다녀 와라. 기념품 사 오고 스위스에서 좋은 거 많이 판다고 하더라. 기대는 안 할게"


인섭이와 기차에서 작별 후 앞으로 동선에 대해서 생각했다.


'일단 브레멘에서 함부르크 중앙역(hdf)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도착해서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함부르크 공항으로 간다.'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다.'


일단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기차를 타며 유럽여행에 대해 설레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다.


기차 내부에 전광판을 보니 영어로 함부르크라고 적혀있는 거 같다.


"음... 아까 전부터 적혀있었는데. 그럼 지금 내려야 하는데... 지금 내려야 하는데.."


"어머!" " 아 시 x!! x 됐다"


기차 문이 닫혔다.


"우와 나 진짜 왜 이러지. 미쳤나?"


일단 비행기 뜨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멘탈 잡고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내리자마자 돈 생각하지 말고 택시 잡아서 공항까지 가자 그러면 괜찮아 괜찮아'


다시 기차 내부의 전광판을 보니 영어로 이번 역은 Hamburg  hdf라고 적혀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함부르크 중앙역(hdf) 도착 전에 Hamburg라는 역이 있는 사실을 알았다.


"살았다.. 진짜.... 정신 차리자.... 정신줄 놓지 말자.."


공항에 도착 후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제 정말 에펠탑 보러 본다...


에펠탑을 실제로 보면 정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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