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걸 공부해야 합니다.
영어 공부를 할 때는 이걸 조심해야 합니다.
"이해했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영어 공부를 정말 오래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만 했다고 해도 6년 이상 공부했죠. 그렇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어로 말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공부를 '이해하는 선'에서 멈추었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을 배운다면, 그 문장을 이해하는 선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그 문장이 몸에 완전히 익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 박스가 세상의 모든 영어라고 생각해봅시다. 영어 단어는 수 없이 많고, 우리가 모르는 표현들도 이 세상에 정말로 많겠지만,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끝은 있겠죠. 그 모든 것들을 다 담은 것이 이 박스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될까요? 좋게 봐서 이 정도 된다고 해 볼까요? 우리가 모르는 단어들도 표현들도 굉장히 많겠죠. 그래도 편의상 이 동그라미가 우리라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 원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구역을 셋으로 나눠보겠습니다.
★ C는 분명히 당신의 원 밖에 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영어 단어, 모르는 영어 표현일 거예요. 아무리 천천히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글로 쓰여있더라도 해석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 B는 당신의 원 안쪽에 있네요. 당신의 지식 바운더리 안에 있습니다.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고, 쓰여있으면 해석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들었더라도 천천히 들으면 알아들으실 수 있습니다.
★ A도 당신의 원 안쪽에 있습니다. B보다 더 안쪽에 있죠. 이 부분에 있는 영어도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고, 쓰여있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B와 A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B와 A의 차이는 실제로 말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알아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들으면 알아듣겠는데, 내가 말할 때는 저런 문장이 나오지 않는 경우들이 참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말들이지만 알아는 듣는 녀석들은 다 B에 위치합니다.
다음 문장들이 영어로 나오나요?
1. 나는 행복해.
2. 너는 누구야?
3. 제 이름은 존입니다.
술술 나온다면, 이런 문장들은 A에 위치한 문장들입니다.
다음 문장들은 어떤가요?
1. 저 농구하는 거 좋아해요.
2. 오늘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어요.
3. 누가 내 이름 불렀나?
술술 나온다면 역시 A에 위치한 문장들이겠죠.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고 더듬는다면, B에 위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1. 저 농구하는 거 좋아해요.
: I like to play basketball.
2. 오늘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어요.
: I wanted to go to school today but I couldn't.
3. 누가 내 이름 불렀나?
: Did somebody call my name?
처음에 말로 나오진 않았더라도, 영어로 된 문장을 읽으면 이해가 가시나요?
그럼 B에 위치한 녀석들입니다.
C에 위치한 건 뭘까요?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전혀 영어로 만들기도 어려운 문장들이 C에 위치한 녀석들이겠죠.
여러분이 꼭 아셔야 하는 건 이것입니다.
내 안에는 A에 위치한 영어 지식들이 있고,
B안에 위치한 영어 지식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B에 위치한 지식으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영어 시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수능이나 토익 등 시험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건 회화실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회화는 B가 아니라 A에 위치한 지식들로 이루어집니다. 내 몸에 완전히 익어서 별생각 없이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녀석들로 회화가 가능합니다.
우리의 영어 공부 습관은 잘못되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학문으로만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할 때, C에서 B로 이동하는 공부만 해왔습니다. 모르는 단어를 외우고, 문장 구조를 익히고,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의 목적이 "영어 시험 점수"가 아니라 "영어 회화 실력"이라면, C에서 B로 전환하는 공부가 아니라 B에서 A로 전환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 있는 5살짜리 아이와 우리를 비교해볼까요?
누가 더 영어를 잘하나요?
5살짜리 아이가 영어를 더 잘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보겠습니다.
누가 더 영어 지식이 많을까요?
우리가 더 많을 거예요. 그래도 6년 이상 영어공부를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왜 5살짜리 아이가 더 잘할까요?
그림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A와 B의 크기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야 합니다.
덩어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A와 B의 차이가 심하면 오히려 말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지식이 있어서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야지, 어떤 단어를 써야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커지고, 그건 곧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말이 안 나오게 됩니다.
A와 B사이의 갭이 작아지는 방향이 바로 회화 공부 방법입니다.
B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요.
A의 크기가 커져서 B와 맞춰져 가는 게 먼저입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어떤 교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단어와 어려운 문장들이 잔뜩 들어있는 "있어 보이는" 교재를 선택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아는 단어와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있는 "쉬워 보이는" 교재를 선택해야 합니다.
다음 두 사진 중 어떤 것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게 나을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적절한 예시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쉬운 문장들로 이루어진 짧은 글이고, 다른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중 일부입니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뭔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초등학생 수준으로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B에 위치한 것들로 찾으려면 그게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로 이동할 수 있게끔 반복학습으로 체화해야 합니다.
매일 저 정도 수준의 쉬운 문장들을 입으로 소리 내서 읽으면서 해석을 해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B에서 A로 계속 넘기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식할 정도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혼자서 공부할만한 자료들을 네이버 까페에 올리고 있습니다. 링크는 아래에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ben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