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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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빠는 조리원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이따금씩 딸들의 기저귀를 갈거나 혹은 보충 분유를 먹이거나 소화를 시켜준다.
그리고 당이 떨어지는 아내를 위해 초콜릿을 사 오거나
아내가 가끔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 오거나 하는 그러한 사소한 일들을 할 뿐이다.
신기하게도 조리원의 복도나 식당에서 마주치는 남자들은 -그중에는 간혹 인싸들도 있긴 하다 - 마치 예비군 훈련받는 아재들처럼 어색하고 무언가 졸린 표정이다.
알지않나. 남자들은 군복만 입으면 항상 졸리니까.
본 궤도로 돌아가자.
나는 조리원이라는 공간은 신생아인 딸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껏 내 쪽에서 이곳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곳은 내 아내의 건강을 위한 곳이었다.
아내는 매일 정성스럽게 마사지를 받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였으며
임신기간 동안 잠 못 이룬 밤을 보상받듯 몇달만에 단잠을 잤다.
붓기가 빠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이전의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아내를 보며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냈다.
스스로의 쓰임새가 마땅치 않아 내 가족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나의 가족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고 있다.
두 딸에 대한 나의 사랑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감정의 깊이로부터 생겨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