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1 나다움
부드럽고 경쾌한 단어가 말을 걸 때 #1 나다움
언제 가장 나다운가? 나는 혼자 있을 때 가장 나답다. 장소는.. 그래 장소는 제주도나 유럽 어느 도시처럼 여행지로 하자.(마치 지금처럼. 지금은 제주도의 서쪽 바다가 보이는 카페) 가장 나다운 나는 광활한 자연을 걷거나 카페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순간도 포함이다. 그런 순간에 느끼는 가슴 충만함을 어느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나로 충분한 그 기분을 느끼러 나는 집을 떠난다. 나는 여행생활자다.
나의 MBTI는 ESFP고, 그러니까 나는 외향형이다. 15일을 연속해서 약속을 잡아도 조금 피곤하기만 할 뿐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은 사람. 내게 꼬리가 있다면 쉴 새 없이 살랑거렸을 거다. 하지만 그 15일 동안 온전히 나다운가 물어본다면 그건 좀 다른 문제다. 나는 누군가와 만나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고, 그 모든 게 다 나지만, 가장 나다운 게 어떤 나인지를 고를 수는 없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과 있으면 나는 깔깔 웃어주며 그에게 박수치는 사람, 온 눈으로 들어주는 사람과 있으면 나는 나의 깊은 속까지 모두 꺼내어 늘어놓는 만물 장수 같은 사람이다. 전시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의 깊은 해석을 듣기 좋아하고, 배구하는 사람들과 운동 후 어울리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누구보다 센치한 새벽감성의 콘서트도, 고막이 찢어질듯한 EDM이나 락페스티벌도 모두 즐겁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이 나라면,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나는 홀로 있을 때의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함께 있는 사람과 섞여 들어가는 내가 누구와도 섞이지 않은 순간이니까. 내가 온전히 나로만 있을 수 있는 순간이니까. 내가 나만을 책임져주고 나와만 대화하고 내가 하고 싶다는 것들을 챙겨줄 수 있으니까. 그러니 나는 퇴근 후가 그렇게 소중하고, 여행하는 사는 삶이 이렇게 소중하다. 올해 3월부터 충주에 살고 있는데, 나는 이곳이 너무 좋다. 이곳을 살고 있는 내가 좋다. 충주를 여행하듯 사는 여행생활자 자아가 나를 튼튼하게 받쳐준다. 나다운 게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다운 게 나로서 자유를 느끼는 거라면 나는 나와 함께 할 때 나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