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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마쿤 Jun 30. 2021

엄마의 조기재취업수당

하청업체 직원들도 고용보험료 다 내잖아요!

올해 환갑을 맞은 엄마는 지금도 한 공장의 식당 찬모로 일하고 계신다. 엄마는 일주일에 하루를 쉬시며, 약 50여 명의 야간 근무자들의 밤 식사를 준비하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을 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엄마는 출근 준비를 하시며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고된 일상에 쉼을 드리고 싶지만 아직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게 늘 쉼 없이 열심히 일하시는 엄마가 지금 직장으로 옮기게 된 건 작년 봄이었다. 전에 일하던 직장은 엄마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서 출퇴근이 쉬웠는데 지금은 약 1시간을 걸려 출퇴근을 하시게 되어서 부쩍 힘에 부쳐하신다.


엄마가 직장을 옮기게 된 건 코로나로 인해서 주간 근무자보다 1.5배 야간 시급을 적용하는 야간 근무자를 줄이면서 권고사직. 그래서 약 5년간 일하시던 직장 일을 그만두게 되신 거다.


근무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실업급여로 1년 정도는 조금 쉬시면서 지낼 수 있으셨지만 엄마는 그렇게는 힘들겠다면서 두 달 만에 지금의 일터로 직장을 잡게 되셨다.


문제는 새롭게 옮기게 된 직장에서 1년을 근무하게 되면 조기재취업수당이라고 해서 구직급여의 일부를 받을 수 있는데 엄마가 그 조건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엄마는 구인구직을 하는 하청업체를 통해서 일자리를 알아보다 보니 실제 근무하는 사업체가 바뀌더라도 소속이 동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일한 회사(구인구직 하청업체)에 재취업했기 때문에 조기재취업수당을 수령할 수 있는 조건이 안되었다.


소식을 듣고 엄마는 크게 실망했지만 그게 법이라고 하니 금세 포기하고 기대를 접으셨다. 나도 그저 속상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거지 같은 법에 짜증이 났고 하청업체를 통해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고용보험료는 성실히 납부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국민신문고에 엄마가 처한 억울한 상황을 호소하며 해결책을 요구했다. 기대보다는 분노를 표출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며칠 후 국민신문고 민원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엄마의 상황에 대해서 공감을 하면서 법에 문제가 있어서 고쳐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해주었다. 민원인의 상황에 공감하면서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러면서 지역 고용보험센터로 민원을 이관하며 해결할 수 있도록 절차의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처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절차를 안내해주었다.


며칠 뒤 지역 고용보험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기 전에는 법이 그래서 안 된다며 단칼에 거절하던 상담원이 이번에는 친절하게 여러 서류 제출에 대해서 안내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신문고 민원은 답변을 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러겠다고 하고 내리지는 않았다.


암튼 조기재취업수당을 수령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50대 50의 확률이었고, 사례들을 찾아보면 불가능에 가까워서 기대를 크게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귀찮은 절차를 묵묵히 하고자 한 이유는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내겠다는 발버둥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발버둥 치는 목소리가 통했다. 민원을 접수하고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면서 역시 안 되겠지 하고 있었는데, 환한 목소리의 엄마가 수당을 지급받았다면서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혹시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서 기록을 남겨둔다.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더라도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릴 수 없게 하는 거지 같은 법은 하루빨리 고쳐져서 모두가 이런 귀찮은 절차와 낙심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거면 고용보험을 떼지 말든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조기재취업수당 #국민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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