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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호 Aug 12. 2021

행복을 찾아서

    나다운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행복을 놓치지 않는 삶이라 생각한다. 내가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다울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나에 대해, 특히 나의 행복에 대해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해야 하는 업무와 챙겨야 하는 연락. 일과를 마치고 나면 나는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워 하루를 흘려보내곤 한다. 그러기를 몇 달.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행복을 이루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결과는 영화와 사람이었다.


    먼저, 영화는 내 취미이자 목표이다.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풀린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틀고 HDMI 선을 연결해 티브이에 띄운 다음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해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펑펑 울기도 한다. 이것이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또한, 코로나 전에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영화관에 가곤 했다. 커다란 스크린과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는 나를 2시간 동안 현실이 아닌 멋진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영화 속 인물과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하고, 행복해했다.


    나아가, 나는 나만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짧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어둠 속의 진실'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대본에 연기력도 형편없었지만 찍으면서 즐거웠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대학교 때도 대외활동을 통해 ‘동화’라는 제목의 단편영화 한 편을 완성한 적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여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까지 완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머리를 맞대 이야기를 고민하고, 가끔은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촬영 장소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감겨오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며 밤새 촬영을 했던 시간을 나는 여전히 잊지 못한다. 영화를 찍으며 행복했던 내가, 미래에 나만의 이야기로 영화 한 편을 완성할 때는 또 얼마나 행복할지 기대된다.


    두 번째는 사람이다. 사람만큼 나를 아프게 하면서, 동시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돌이켜보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잊지 못하는 추억을 많이 남겼다. 특히 나는 좋은 사람들과 같이 떠났던 여행, 그 여행의 기억으로 보통의 날을 버티는 것 같다. 여름밤, 베트남에서 우연히 발견한 버스킹에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노래를 들은 적 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가 좋아서 검색했는데 주변 소음 때문인지 인식이 되지 않았다. 노래를 기억하고 싶었던 친구와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그 노래를 따라 불렀고, 결국 외운 가사로 검색에 성공한 노래는 우리 여행의 주제곡이 되었다.


    또 여름밤, 몽골에서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 누워있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고비 사막 한복판, 여행자용 게르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별의 궤적을 따라가도록 카메라를 설정해두고, 다섯 여행자는 옆에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비현실적으로 많은 별을 보며 누워있자니 마치 별로 된 이불을 덮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와중에도 의미 없는 농담을 했다. 말도 안 되는 끝말잇기를 했고, 우리 참 무드 없다고 한참을 웃었다.


    겨울 아침, 러시아에서 숙소에 있는 티백을 발견한 친구들은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방금 끓인 물에 티백을 넣고 잠시 기다렸다가 마시려는데,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성격 급한 우리는 창밖에 차를 내놓기로 했다. 밖은 영하 28도의 러시아였으므로 빨리 식히기엔 이만한 게 없었다. 창밖에 컵을 내놓고 1분 뒤에 확인해보니 차는 이미 식는 걸 넘어서 차가워져 있었다. 러시아 추위의 위력을 느끼며 우리는 원하지 않던 아이스티를 원샷했다. 이밖에도 소중한 기억에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내가 있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길게 여행을 떠날 수 없어 아쉽지만, 내년쯤이면 다시 가능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때 되면 나를 지탱해 주는 행복한 기억을 다시 만들 수 있겠지.


    나는 원하는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해보고 싶은 운동도 많고, 배워보고 싶은 악기도 많다. 이 모든 걸 하나씩 이루며 사는 게 나의 꿈이고, 결국 그 꿈은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가장 나다운 삶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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