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비행을 좋아하면서도 비행 중 만나는 '난기류'는 싫어한다. 난기류에 접어들어 비행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면 혹여 떨어질 수도 있다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과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팔걸이를 꽉 잡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그날도 들뜸과 설렘 그리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독 심하게, 격렬하게 흔들렸다. 좌우는 물론 이따금씩 아래로 '뚝' 떨어지기까지. 옆에 탄 친구의 옷을 부여잡고, 눈을 감아 이제껏 찾아본 적 없던 여러 신(?)도 찾아봤지만 흔들림은 계속됐다.
그때 실눈 너머로 바라본 옆자리에는 나란히 앉은 커플이 비행기의 격한 흔들림과는 상관없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고이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순간순간 겁을 잔뜩 먹은 아이들의 비명, 외침과 이를 달래는 어른들의 또 다른 외침이 뒤섞여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음에도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 커플만의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이었으리라. 결국 비행기는 나의 불안과 걱정과는 달리 난기류를 무사히 통과해 목적지에 예정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잠들었던 커플은 비행기 착륙과 함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을 맞잡고 육지로 발을 내디뎠다.
'난기류'는 바람의 불규칙한 변화를 의미한다. 예측할 수 없어 어떻게 할 수 없는 형세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떠나간 커플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 불안이라는, 걱정이라는 이름의 녀석은 해결하려고 해도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성사되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애써도 이뤄지지 않은 일도 있기 마련이다. 내 의사와 꼭 비례하는 건 아님을 이제는 안다. 애쓰고 또 애써도 성사되지 않는 일도 있다. 애써도 애쓰지 않아도 살아지는 세상사라면. 무던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쓰는 듯 애쓰지 않는 듯 돌아가는 공원 한 구석의 물레방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