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빈도와 관계는 비례하지 않는다

by beom


어느 자정이 가까울 무렵. 나는 야근을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때 울린 전화 한 통. 서울에 지내는 대학 친구였다. 이 친구와는 친하지만 평소에 통화보다는 메시지를 자주하는 편이다. 그 시간에 전화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도 그의 이름이 보이자마자 급하게 받았다.

아니나다를까. 남편이 다쳐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내용이었다. 본인 역시 37도가 넘어, 보호자 자격을 얻지 못해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던 나를 급히 찾게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하차 버튼을 눌러 버스에서 내렸다. 곧장 택시에 올라,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도 친구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반길 여력도 없어 보였다.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상황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열 체크와 함께 응급실로 들어갔다. 친구의 남편은 나도 대학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다행히 친구의 우려만큼 큰 부상은 아니었다. 간단히 설명을 듣고 퇴원절차를 마치고 함께 집까지 데려다줬다. 그리고 나는 아주아주 늦은 퇴근을 했더랬다. 그제야 뛰던 심장이 멈추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음날 친구의 남편으로부터 고맙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떤 관계는 양과 비례하지 않기도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고서 나는 자주 연락하지 않더라도, 긴급할 때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아무도 쓰지 않아 '무용지물'인 것 같은 공중전화박스가 누군가에겐 소나기를 피하는 거처가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너무나 간절한 연락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10원, 50원, 100원 그 작은 단위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연락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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