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치던 방’ 단절된 삶, 위로는 결국 사람에게서

단절과 상처,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받는

by beom

삭막하고 단절된 삶, 외로움이 삶을 지배하고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들. 결국 위로를 받는 건 서로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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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치던 방>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수상작으로 독립영화계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상희, 김새벽, 이주영이 배역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우선,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다. ‘누에치던 방’은 서울특별시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의 사전적 의미다. 이 영화의 영문제목 역시 ‘Jamsil(잠실)’.


‘잠실’은 보잘것없는 강변의 땅에다 뽕나무를 심고, 나라에서 누에를 친 데서 유래됐다. 이완민 감독은 제목에 대해 “과거 뽕나무 밭이 가득했던 지역적 특색이 녹아든 이름이다. ‘누에치던 방’의 제목 역시 이 잠실에서 출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첫 번째로는 나비나 나방이 되기 전 단계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며 “또 잠실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 예전에는 뽕밭이었는데 지금은 아파트와 주공으로 바뀐 환경의 삭막한 분위기를 쉽게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얘기했다.


영화는 혼동될 정도로 과거와 현실을 오간다. 조성숙(이주영-홍승이 분)과 김유영(김새벽 분), 김익주(임형국 분)의 고등학생 시절. 한강의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도 꺄르르 웃고 신기해하는 이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거 중인 익주와 성숙. 성숙은 아무런 표정 없이 TV를 바라보고, 쇼파에 누워 다리도 피지 못하고 잠이 든다. 이름은 ‘성숙’이지만 여전히 완전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같다. 익주 역시 집에 들어와 성숙에게 인사만 건네고 방으로 들어간다. 대화의 단절이다.


단절은 대화 뿐 아니다. 채미희(이상희 분)는 기억의 단절로 성숙을 동창생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도 단절되고, 관계와 단절되고 나아가 자아와 나 자신의 단절이 계속된다.

성숙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건 미희. 부모님의 뜻으로 10년째 고시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미희는 또 다시 시험에서 떨어진고 남자친구 오두민(이선호 분)과도 이별한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던 미희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마주친 여고생(김새벽 분)을 뒤따르던 중 성숙을 만나게 된다.


미희는 성숙의 집에 찾아가 다짜고짜 자신을 성숙의 단짝 친구라고 주장한다. 성숙은 미희가 단짝 친구가 아닌 것을 알고도 묵인하고 그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둘은 기이한 첫 만남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렇게 성숙은 미희를 통해 자신의 오랜 친구 김유영(김새벽 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이 과정에서 두 인물, 나아가 주변 인물들의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힌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오묘한 전개가 계속된다. 성숙은 연극을 매개로 두민과 만나고, 여고생은 성숙의 연극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사랑하는 걸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간신히 버티고 사는 삶의 연속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완민 감독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목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 재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각박한 삶 속, 버티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는 이 시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영화를 통해 위안 혹은 위로를 받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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