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그대여, 잠시 쉬어가도 좋아 ‘리틀포레스트

by 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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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내려왔어”라고 말하는 혜원(김태리)은 도착하자마자 뚝딱뚝딱 배춧국을 끓여 한 끼를 해결한다. 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따뜻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를 반겨주는 친구가 둘 씩 이나 있는 건 덤이다. 혜원은 진짜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사실 시험도 연애도 아르바이트도 되는 일 하나 없던 서울 삶을 떠나 내려온 것이다. 학창시절 단짝이었던 은숙(진기주)과 태하(류준열)와 재회하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이 영화의 매력은 극적인 반전도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그 흔하디흔한 로맨스조차 없다는 점에 있다. 셋은 만나 음식을 먹고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태하는 혼자 지내는 혜원이 걱정돼 혜원에게 강아지 오구를 건넨다.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라는 대사와 함께. 농부를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태하는 “농사에는 사기, 잔머리 이런 게 없잖아”라며 만족해한다. 그 역시 도시에서 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왜 사는지 모르겠어서” 시골로 내려온 청년이다. 혜원은 그를 보며 또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쉽게도(?) 로맨스는 없다.


은숙은 회사 이야기를 하며 투덜댐과 불평을 쏟아낸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토라지기도 한다. 함께 매운 떡볶이를 해먹으며 스트레스도 함께 푼다. 은숙 만한 친구도 없다. 여느 친구관계와 다를 것이 없다.

혜원은 둘을 보며 “나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라고 되뇌고 “봄의 작은 정령이 올라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지만 봄이 와도 해답은 찾지 못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건 분명 혜원이다. 그럼에도 은숙과 태하의 존재감도 뚜렷하다. 특히, 세 배우의 ‘케미’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 은숙의 ‘밝음’과 태하의 ‘무거움’ 그리고 그 중간 어느 지점에 ‘혜원’의 모습. 때문에 영화는 아주 가볍지도 아주 무겁지도 않다.


음식들의 향연도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요리하는 과정부터 먹는 순간들까지. 이런 ASMR이 따로 없다. 소리, 색감, 모양 빠지는 것 하나 없다. 그렇다고 음식이 단순 나열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요리에는 떠난 혜원의 엄마(문소리)와 사연이 가득 담겨있다. 여기에 더해 세 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담당한다. 엄마가 만들어준 크렘베렐레(?)로 은숙의 화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어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막걸리는 셋이서 먹는 첫 술이 된다.


영화는 사계절 속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해먹으면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방향성을 찾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귀농한 ‘태하’, 반복적인 회사생활을 불평하는 ‘은숙’ 그리고 팍팍한 서울 생활을 정리한 ‘혜원’이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우리시대의 청년들의 모습이다.


“떠나온 것이 아닌 돌아온 것”이라는 혜원의 대사처럼 ‘삶’이란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인지 모른다. “자연, 요리 그리고 혜원에 대한 사랑이 혜원 엄마의 ‘작은 숲’ 이었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나만의 작은 숲’은 필요하고 또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각박한 일상을 뒤로하고 잠깐 쉬어가도 좋을 듯하다. 영화 보기가 자신의 ‘작은 숲’인 이들에겐 더욱 좋을 듯 싶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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