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따사로운 햇살 같은 존재이기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해요! 사랑합니다!”
평소에 표정은 물론, 감정 표현에 서투른 분이셨다. 자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비장한 눈빛으로 “그런데, 이건 왜…?”라고 책과 도서관, 사서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아침 인사 건네듯 건네는 분이셨다.작은 등과, 부지런히 읊조리며 읽어 내려가는 책.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보다 더 오래 앉아있는 끈기.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시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인연이었을까.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행사와 프로그램 중에, 내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연이 닿았고, 그녀가 아침마다 도서관에 오는 목적이 ‘나를 놓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으며, 교수님들의 강연에도 맨 앞자리에서 눈을 반짝이며 듣는 모습에 ‘아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구나…! 되려, 남이 시키지 않고 내가 배우고 싶어 만학도의 삶을 살고 있는 분을 보자니, 존경심이 일렁였다.
10회차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종료 후. 그래도 열 번이나 얼굴을 봤으니 우리 독서동아리로 다시 뭉쳐볼까요? 라고 했을 때 감사하게도 참여자의 과반수가 따라왔었고, 그 참여자의 연령대는 나의 동생뻘인 20대부터, 내 주변에 계신 분 중 가장 어르신이신 70대까지 다양했다.
나는 그들의 ’왜‘ 독서동아리 혹은 ’도서관‘에 오는지가 궁금해서, 왜‘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의외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 와서 읽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직도 배우실 게 남았을까?’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책으로 함께 이야기할 때 그 반짝이는 눈들은 앞에서 낭독하다 마주치면, 잘 낭독해드리는 책도 버벅댈 만큼 긴장된다. 도서관에서 회원에게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외부 사업을 따와 사업비를 확보하고, 그분들께 책을 선물해드리고, 작가님이 앞에서 사인해 주셨을 때, 어느새 표정에 생기가 생기고 발걸음이 가벼워진 분께서 말씀하셨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행복해요! 사랑합니다!”
무엇이 그분을 이렇게 밝게 만들었나. 나는 딱히 그분을 위해 해드린 게 없지만, 함께 모여 책을 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시니, 그분의 환한 얼굴에 나도 힘을 얻고는 한다.
도서관, 사서와 더 친해지는 방법은 독서동아리에 참가하는 것이다. 독서동아리를 통해 그들도 나를, 나도 그들을 관찰 아닌 관찰을 하게 된다. 말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누군가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운 것이 이 독서동아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물론, 인생 선배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무의식중에 내 삶의 길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었다.
학부모 그림책 독서동아리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느낀 감정을 눈물과 함께 나누고, 같은 관심 주제 강연을 듣고 모이는 후속 모임에서는 이전에 들었던 강연을 바탕으로 지식을 확장하며,
환경이 주제인 독서동아리에서는, 무심코 살아왔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양분이 되어 튼튼하게 자라게 도와주고 있다.
책과 사람, 그리고 공감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따사로운 햇살 같은 존재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