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삶은 아니지만
도서관에 근무하며 맺은 또 다른 연들이 있다.
사심을 가득 채우고, 얼마 되지 않는 강연료를 말씀드리며,
우리 도서관에 와주십사하고 부탁을 드리는 분들이 있다.
작가(作家)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도서관”이기에 문학 작품의 작가님들에게
프러포즈 편지처럼 읽다가 지치는 러브레터를 보내고,
수지타산에 안 맞는 터무니없는 강연료에도
“담당자님이 궁금해서 왔어요”라는 설레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안 오시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한번 말씀이나 드려보자 하고 연락을 드렸을 때
흔쾌히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되려,
“다음 작품 집필활동, 다른 강연 일정이 있어서 어렵습니다.”
는 그래도 상처를 덜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 시니어 대상으로 마음 건강을 위한 강연을 위해
비영리 단체 소속이신 작가님께 연락을 드리니,
“강연료가 정말 그게 다인가요? 다른 방법도 있잖아요.
다른 예산과목을 붙여서 지출을 나간다든지.
제가 이 돈 받고 강연하면 우리 후배들은요?”
라는 답변을 받았을 때, 숨길 수 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강연료를 제공할 때는 시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도서관의 예산 사정을 고려하여 요청을 드리는 편인데,
나도 시도해보지 못한 저런 방법을 후배들을 빌미로 되려
화를 내시며 말씀하시는구나. 하고 그날은 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선, “오히려 좋아!, 이참에 배웠다!”라고 훌훌 털고,
더 좋은 분을 만나 성공적으로 강연을 진행하였지만,
도서관에 작가와의 만남으로 섭외하기 위해 편지를 쓸 때,
한동안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있기는 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림책 작가부터, 교수님까지 많은 분과 연이 닿았다.
앞서 말한 분과는 달리,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는 것을 넘어,
‘잘하고 있어요. 애쓰고 계시네요.’라고 덕담해주시기도 한다.
그 덕담은 지역주민분들께 듣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분을 꼽아보자면,
「곰씨의 의자」 노인경 그림책 작가님
「곰씨의 의자」가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사업에 선정되어,
1년 내내 메인 도서로 선정이 되고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할 때,
마침 나는 첫째 육아휴직을 코앞에 두고 작가님을 도서관에 모셨다.
강연 일정상, 전화와 메일로만 연락을 드렸는데,
강연 후 새 책이 나왔다며 집으로 사인을 하셔서 보내 주셨다.
「숨」 새 생명이 찾아오는 나에게 그토록 귀한 선물이 있을까.
지금도 “이건 영원히 내 책”이라고 영역 표시해서 우리 집 내 책 서가에 잘 보관하고 있다.
「우리 집 식물 수업」 정재경 작가님
“많이 바쁘시죠? 여긴 걱정하지 말고 어서 업무 보세요~”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나에게,
강연을 진행하시는 두 시간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선물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강연에 함께 스킨답서스를 손으로 만져보고 식재하며 식물에 눈을 뜨게 해주신 작가님.
작년, 에세이집을 준비 중이시라며, 한번 읽어봐 주셔요! 했을 때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바르고 단단한 삶을 사시고 계신 작가님.
「마녀엄마」 이영미 작가님
“뭐야 뭐야 드디어 동대문구 사서를 만났어!”
그 넓은 국제 도서전에서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과 선배를 만났고,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을 때 근무 중이라던 그 출판사 부스에서 우연히도,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2시부터 사인회를 하시는 작가님은 잠시 가방을 두시러 12시에 오셨고,
12시에 나는 밥을 먹으러 가야지 하다 선배의 연락을 받고 턴-했으니
이런 인연이 있나!
대표작 중에 어떤 책을 추천하시나요? 했을 때
엄마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니 권해주신 마녀엄마는,
동네 뒷산 산책하러 나갈 때 꼭 들고 가서 볕뉘 아래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 엄마 말고, 나의 삶을 살라는 응원이 와닿았던 작가님의 말씀.
덧, 정재경 작가님과도 친분이 있으시다는 걸 작가님들의 SNS를 염탐하다 알았다.
오- 신기해!
「정조처럼 소통하라」 정창권 교수님
“대형 마트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두근두근 긴장되네요”
강연이 확정되고 나서는, 강연을 홍보하며, 접수를 받으며 중간중간 연락을 드리기도 한다.
10회차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며 만나뵙게 된 교수님은 흔쾌히 강연을 수락해주셨고,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셨다.
강연 오프닝을 하고, 잠시 조명제어로 대기하는 그 순간, 감탄하였다.
어떤 말씀을 하실지 준비해오신 교수님이 들고 계신 발표 자료를 보자 절로 숙연해지며,
교수님을 모셔 오기 위한 나의 노력에 비하여 너무 과분한 분이 오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3회차 강연이 끝나고,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교수님 앞에 옹기종기 모여 한참 이야기를 하시는 지역주민들을 보며,
“이런 강연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하신게 생생하다.
그 외에 만나 뵈었던 작가님들이 더 많고,
나와 도서관 이용자들을 좋은 쪽으로 이끌어 주신 분들이 많다.
평소에 뵙고 싶은 분들은 “도서관 사서”라고 자신 있게 연락을 드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앞으로도 부지런히, 듣고, 모시는 삶 뿐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도 어디에선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23년에 작성한 글이니, 나의 인생에 그들처럼, 그와같이 닮고 싶은 분들이 더더더
차곡차곡 쌓였다.
다른 작가님들은, 다음기회에 쓰윽 덧 붙이는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