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일상 속 숨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새봄

최근에, 안팎으로 꽤나 시끄럽게 보내고 있다. 쌓여가는 회사 일과,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 집안과, 운동은커녕 육퇴 후 내일을 위한 약간의 준비 끝에 바로 기절하는 생활이 반복되자,

어느새, 관심을 주고 애정을 줬던 것들에 대하여 나 자신이 소홀해짐을 느꼈고, 좋아하는 일도 분명히, 좋아하는 일인데 버겁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나는 이리 동동거리며 사나- 라는 생각이 또다시 들기 시작한 요즘. 아이들 케어도, 회사 일도 어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고민이 되는 요즘.

반복되는 악성 민원인 응대는, 심장 떨렸던 첫 대면과는 달리 이제는 대담해졌으나, 그분에게 들은 욕설과, 고성은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었던지, 나도 모르게 그 행동의 반사신경일까, 아니면 학습된 걸까.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붙잡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이성의 끈을 놓고야 말았고, 격앙된 목소리로, 그만 좀 하시라고 바쁜 사람 붙잡고 뭐 하냐고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이후, 바빠도 늘 잘 통제하던 마음도 한순간에 모두 다 놓아버렸으며, 오랜만에 기분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애들 엄마니깐, 일도 해야 하니깐, 이러면서 다시 일어서보려 컨디션 조절을 위해 비상 체계 발동을 하기 시작했다.


1. 나만의 시간을 갖기

주로 쉬는 날에는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거나, 평일에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족 일로 외출을 하거나인데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혼자 있기로 마음먹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도 읽고, 낮잠을 자고 싶으면 낮잠도 자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되, 무엇이든 욕심내지 말기. 마음과 몸이 하고 싶은 대로 오롯이 충전하기.


2. 둘레길 산책하기

아이들 등원하는 시간, 나도 운동복 복장으로 주섬주섬 갈아입고 작은 가방에 책 한 권, 이어폰 챙겨서 등원 후 바로 둘레길 출발.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걷고, 정상 벤치에서 책도 읽고,

명상 쉼터에서 누워있다, 또 걷고 아직도 동네 뒷산에서 길을 헤매 나오는 길이 늘 생각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다녀오면 좋더라-


3. 집 안 정리하기

금요일 약속이 있거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늘 청소로 오전을 보냈는데, 요새는 출근, 병원 일정으로 한동안 깨끗이 정리를 못 했다. 사계절 옷이 뒤죽박죽 섞여 있고, 아이들 장난감 방은 당연히 난장판이며, 미세먼지 때문인지, 집안도 먼지가 많은 느낌. 다시 오전에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청소하고, 가장 신경이 쓰였던 아이들 옷 서랍장을 일부라도 정리했다.


4. 날 위한 밥 차려서 천천히 먹기

오전에 운동 다녀와서, 청소하고 집 안 정리를 하니 두 시.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날 위해 차려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아침에 남은 빵 한 조각과 포도, 친정엄마가 주고 간 가지와 방울토마토로 간단히 샐러드.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도 이 간단한 샐러드조차 다른 바쁜 일을 해야 한다면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먹었다. 늘 배를 채우는 식사를 하거나,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먹었던 매일과 달리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 날도 있어야지.


5. 좋아하는 것, 다시 살펴보기

집에서 머문 시간이 많았던 육아휴직 때, 하나둘 데리고 왔던 식물이 어느새 집안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오랜만에 물주고, 모아놓고 바라보고, 햇빛에 따라 쪼르르 줄 세우니, '아 쟤는 지유랑 같이 만들기 했던 개운죽이지' '아 쟤는 내 생일 때 받았던 얜데, 요새 좀 시들하네''죽는 줄 알았던 얘는 살고, 튼튼했던 아이는 죽어가는구나' 라며 하나하나 담겨있는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땅굴을 파고 있는 기분이 하루 만에 햇볕 쨍쨍 야외로 나올 일은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 바쁘다고 좋아하는 것들을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들을 버겁지 않게 차근차근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위한 비상 체계를 가동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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