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그리고 재정비
이상하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진짜 쉬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앉으면 안 해놓은 집안일 생각,
누우면 하원 후 아이들 챙길 생각,
잔상처럼 남아있는 회사일 생각에
몸이 움직이지 않아도, 머릿속은 계속 바삐 움직여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
가끔은 이런 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 몰라! 오늘은 쉬자!”
혼자 있는 걸 잘하지 못했던 나는
혼자가 되는 날이면, 늘 사람들을 찾았고,
만나고 와서 피곤하다는 감정과, 나의 외로움을 맞교환했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대화는 통하지 않더라도
그 작은 생명체에게 의지하였고,
유난히 무서워하던 천둥과 번개에도 곤히 자는 아이 옆에 누우니
아이가 되려 날 지켜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옆에 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안을 여유롭게 유영하는 법을 배웠으며,
주변을 서서히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조용조용 흘러나오는 클래식 혹은 재즈, 피아노 음악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하나둘 채우기 시작한 식물
그리고 이곳저곳 장소에 따라 달리 둔 읽고 싶은 책들
점점 나는 집에서도 행복을 찾기 시작하였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외로운 감정을 느낄 새 없이 견고해졌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차 한잔과 읽는 책을 기록하며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감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곧 돌아가야 할 회사에 백지상태가 아닌,
휴직 기간에 뭔가는 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다행히 코로나19의 은혜로 사부작사부작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집안에서도 하루를 가득 채워 생활하였다.
그렇다. 난 이제 쉬는 날에 밖에서 충전하지 않아도,
집안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고 충전하는 법을 깨달았다.
물론, 그렇지 못한 머릿속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법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집이 단순히 주거 공간이 아닌, 삶의 철학이 묻어나는 공간이 된 지 오래,
당신이 숨 쉬고 있는 그 공간에 온기를 불어주는 것은 어떤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흑백으로 보이는 공간에 서서히 변화를 주는 것이다.
당신이 자주 머무는 곳부터 조금씩 변화를 줘보자.
눈에 계속 거슬리는 게 있다면 그곳부터 정리를,
눈길이 머무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면, 당신이 자주 생활하는 곳으로 위치를 바꿔보자.
나는, 식탁 위 책을 읽는 공간 앞에
가장 좋아하는 화분,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할 아이패드,
그리고 윤슬과 구름, 꽃이 그려진 엽서를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러한 사소한 행복이 모여,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 모든 것에 지쳐있는 당신에게
하루는 세상과 단절하고 집에서 오롯이 당신을 돌봐주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