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일상 속 숨쉬기

마음 고쳐먹기

by 새봄


밥을 챙겨 먹는 것만큼 꼭 챙겨 먹어야 할 것이 또 있다. 배고프다고 꼬르륵 신호를 보내주는 배와 달리, 신체 기관에 물리적인 이유로 전달받은 것보다는 예고도 없이 어느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는 것처럼 어안이 벙벙하여 하던 일을 모두 손에서 놓칠 수가 없으니 영양제를 먹듯 미리 챙겨 먹어야 한다.


그것인즉슨, “마음 고쳐먹기”

그럼 나는 언제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는가. 바야흐로 모두가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는 “고3” 인생 암흑기 시절. “도서관 사서”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들었지만,“문헌정보학과”가 생각보다 높은 위치라는 걸 늦게 깨닫고 뒤늦게 입시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던 시점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옆에서 모든 걸 베풀어주던 친구 하나가, 어느 날부터 입에 달고 살았던 말 한마디가, 나에게 도리어 좋은 영향을 불러다 주었다.


“짜증 나”

처음엔, 그래 이 상황이 모두가 짜증 나지라고 이해하려 했다가, 그다음은 에이 뭐 혼자만 짜증이 나나 했다가 그러고는 짜증을 내서 뭐 하나, 자신의 나쁜 감정을 불특정다수에게 밝혀서 뭐 하나라는 생각에 다행히도 “나는 저렇게 짜증 난다는 말을 달고 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는 멀어졌고, 내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짜증 난다.”라는 말은 소멸이 되었다.

그러다 방심하고 지내던 십 년도 훌쩍 지난 어느 날 다시 내 주위에서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 짜증 나”


지구는 둥그니깐, 회사는 좁으니깐, 어차피 내일도 보니깐 이라는 생각으로 좋은 게 좋은 거, 나쁜 건 저 사람이 나쁜거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회사에서, 집보다 보내는 시간이 더 긴 회사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투머치토커” 혹은 “헤비토커” 입이 트이면 한 시간 그 이상을 잡아먹는, 나는 바쁜데 저 사람 이야기 들어주느라 이상하게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대화하면 남의 욕이 절반 이상이라 ‘아 즐거운 대화였다’가 아니라 ‘아 누가 들었으면 어쩌지’라고 생각되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말끝마다 붙이는 말이었다.


한 번 들리기 시작한 말은, 어느 순간 대화는 흐리게 들리고, 그 짜증 난단 말만 귀에 박히던 그때,

나는 또 어느 순간부터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하였다.

아….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던 그 직원은 어느 순간 상황에 대한 짜증이, 사람에 대한 짜증으로 바뀌었고,

그 짜증의 화살촉은 나에게 향해 있었다.

출근할 때, 육체만 회사로 이동한 게 아니라, 아침에 기분을 갈아입고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단전에서 기분을 끌어올려 일을 시작하지만, 이상하게도 몇몇에게는 집에서의 ‘회사 가기 싫다’의 기분이 양말 한 짝 정도 안갈아 신은 것처럼 티가 나게 되었다.


책보다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직업에, 생각보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저렇게 많아? 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직원도 많기에 누굴 만나든, 오늘 저 사람을 만나서 일진이 별로겠어.라는 말보다는, 그래! 오늘도 힘내야지! 라고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는데, 그게 만인에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는

“내가 왜”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와 시간이 아깝기 시작했다.


“취사선택”

이제 나의 평온한 하루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는 회사에서부터 마음을 고쳐먹기로 하였다.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남이 아닌 나의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알았으니깐.


“오히려 좋아”라고, 현재 직면한 상황에 긍정적인 면을 살피고

“괜찮네”라고, 상대방의 좋은 면을 살펴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리며,

나에게는,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잘하고 있다.”라고 힘을 듬뿍 챙겨 챙겨줘야지.


하루하루 살아온 과거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한다.

“인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에 한참을 공감하던 때를 지나,

이제는 “인상은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다”라는 걸 새기고자 한다.


미간의 주름보다는, 눈과 입 주변에 웃음 주름이,

누구든 다가오면 흠집을 내겠다는 맹수 같은 눈빛보다는

우리는 모두 다 친구가 될 수 있어라는 사슴 같은 눈빛을

벌리기만 하면, 사오정처럼 온갖 것들이 나올 것 같아 피하기만 하는 입보다는,

나에게도 남에게도 듣기 좋은 말을 하려 애쓰는 입을,

입에 발린 말이라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어쩜 선생님은 더 예뻐졌어요! 얼굴이 더 좋아지셨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라는 말을 감사히 들을 수 있게끔 잘살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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