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져가요. 우리
앞서 그림책들로 꽁꽁 얼었던 마음이 조금은 노곤노곤하게 풀렸다면,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후회는커녕,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침묵조차도 편안한 사람같은, 설렁설렁 읽어도 마음이 따뜻하고 단단해져가는 에세이를 소개한다.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주변에 있을 법한 단단한 사람들의 단단한 이야기.
유은정 작가의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사는 데 무던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잔상처럼 남아있는 건 나 말고도 모든 이들이 그런 줄 알았다. 삶이 지독히도 내편이 아니다고 생각할 때, 오로지 책 제목 하나만으로 집어들었다가, 그 해의 인생책이 되었다. 마음을 모두 주지 않는 이들에게는 늘 똑같은 모습으로, 누만나도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이용자, 혹은 고객처럼 응대하였는데,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후천적으로 연을 맺게된 분에게 “예민하다”라는 소리를 들었고, 어느 순간 나는 “예민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며, 어떠한 행동을 해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섯불리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섯불리 내 앞날을 예지하는 것도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쉽사리 사주, 타로, 운세도 보지 않았는데, 그 말은 뇌리, 혹은 가슴에 박혀 마치 기가 막히게 나의 미래를 점치는 점집에 다녀온 것처럼 나의 미래는 저 사람이 말한대로 이루어질거야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흘러갔다.그때 만났던 이 책이,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나를“아니?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 꺼내주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책 제목부터 말이다.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미안한데, 솔직히 말하면” 이 말들 모두 기분 나쁘라고 미안한 마음없이 솔직을 넘어 무례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단골 멘트 아닌가.
“그들은 자신의 무례함을 상대의 예민함으로 둔갑시키고, 자신의 배려 없음을 상대의 옹졸함으로 덮어씌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본인이 잘못해도, 그 잘못이 자신이 아니라 상대에게 있는 것처럼 순식간에 상황을 역전시켜버린다.분노는 또렷해지는데 반해 '나'만 희미해지는 최악의 상황이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기막힌 순간이기도 하다.”
무릎을 탁 쳤던, 부분. 그래 이게 언플이고 가스라이팅이지.
“행동은 습관, 말은 인성, 인상은 성격, 관상은 과학”
지금까지도 마음에 담아두는 구절이자, 회사에서 가장 잘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있는 문장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 문장에 모든 게 들어가 있다. 습관, 인성, 성격을 가다듬어야 잘 늙을 수 있는 것.
무거웠던 마음이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라고 위로를 넘어서, “야, 니 잘못이 아니야, 저사람이 이상한거지!!”라고 100퍼센트 내 편을 들어주고, 사건을 객관화 하여 살펴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인간관계를 넘어, 삶의 방향을 잡아준 이 책 “이게 맞아?”라고 생각이 들 때 꼭 꺼내 읽어 볼 것.
봉현 작가의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단정한 반복”이라는 단어가 좋아 책을 예약해두었다가 순서가 되어 받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읽지 못하고 반납하였고, 이상하게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찾아왔다. 앞서 소개한 책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챙겨야 삶도 질서정연해진다.”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경우는, 마음이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집안의 광경이 나의 마음과 같아진다. 정신차리고 둘러보면, 대충 여기저기 쑤셔박아 정리한 집안이 나의 마음과 꼭 닮았다고 할까.
삶의 리듬에 새삼 귀 기울인다는 이적의 추천사가 딱 맞는 이 책. 매일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단순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어느 곳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노라면, 어느순간 단정한 반복과는 거리가 멀어질 터, 하지만 이 작가님은 10년 가까이 혼자 일하며, 혼자 슬럼프에 극복하는 힘도, 나태해진 나를 다시 일깨우는 방법도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도 어떤 의미로든 남으리라 믿는다. 의미 없던 단어가 시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되는 것을 이미 겪지 않았던가.”
별일 없이, 흔들림 없이, 매일매일 같은 루틴으로, 매일매일 같은 각오로 살아가는 봉현작가의
차분한 글을 읽고 있으면 소란스러웠던 나의 마음도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루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소한의 루틴은 꼭 필요하다. 그 면에서 나도 나만의 루틴을 맞춰 살아가는 중.
촘촘한 루틴보다는 오늘 하루, 일주일 동안 해야할 일을 정하고 사니, 최소한의 삶의 기본적인 것들은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저녁시간 날위해 운동하기, 잠깐이라도 책 읽기를 포함하여, 내 시간도 루틴에 꼭 챙겨 넣어 둘 것. 적당한 루틴은 삶을 살아가는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 불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나에게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처를 못하고 허둥지둥 비상경보를 울리는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혼비 작가의 「다정소감」
함께사는 세상에서 “다정함”이란, 노력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당연한 감정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다정”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사이를 넘어 생물 사이에서도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 읽는 책이라 ‘오 나중에 기회가 되면’이라고 스쳐 지나갔었다. 겸사겸사 날 위한 외출을 했을 때, 결국 나는 또 서점을 향했고, 베스트 셀러라고 얼굴을 보이며 환히 웃는 책을 지나, 누워서 날 좀 봐주세요 이야기하는 코너들을 휙휙 돌아보는데, 와- 이 책은 도저히 못 지나치겠다.
샛노란 책표지에 아무렇게나 찍은 듯한 두 점, 그리고 두꺼운 띄지를 벗겨내면 이 또한 아무렇게나 그은 듯한 입이 나온다. 대칭은 물론, 미를 추구한 건 아니지만, 묘하게 귀엽다. 아니 다정하다. 아- 그때 그 사람이 읽던 책이다. 라고 펼쳐든 순간, ‘와! 친필 사인본이네!“하고 그 아래 책도, 그 아래아래 책도 열어봤다. 세상에 지금 내가 열어본 이 책만 사인본이라고? 그럼 안 살 이유가 없지! 그리고, 머나먼 친정으로 떠나는 길 챙겨든 책 중에 한 권,
그리고 엄마도 읽어봐요! 하고 드렸다가, 다 읽었어요?하고 다시 가져온 책
”타인이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진심으로 바라서 하는 조언과, 무작정 던져놓는 냉소나 멸시는 분명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적인 의도가 반영된 시선으로 나에게 유리한 근거들을 모으고,내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볼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정말 날 위한 문장. 어찌나 뜨끔하던지, 나의 논리들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고르는 책들,
”삶에 가능한 한 오래도록 꼿꼿하게 머물고 싶어졌다.“
이 삶을 영위하고 싶은 이유가 책 때문이라니, 멋있다. 삶을 좀 더 따뜻하게 살아가기 위한 다정함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타인을 향한 시선,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다.
타인을 향한 다정함만 담은 줄 알았더니, 나까지 챙겨주는 책이었구나. 세상에, 이 책 말미에 수록된 추천사가 다시 보니 박준 작가님이다. 이건 데스티니야!
박준 시인의 「계절산문」
한참, 여기저기서 기다렸다, 보고싶었다 하며 아껴 읽는 다는 책이 있었다. 나 또한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 자료실의 오픈 준비를 하고, 여유가 있는 시간이 틈틈이 아껴 읽는 책이었다.
자료실에서 근무할때는 어쩔 수 없이 책 욕심이 도진다. 도서 반납 처리를 하다가, 마음이 가는 책이 있으면 읽어봐야겠다!하고 내 옆 미니서가에 업무파일보다 더 좋은 위치에 가득 채워놓은 나의 컬렉션.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침독서를 시작하고 하루의 업무를 진행하면, 밤새 굳어있던 뇌가 워밍업하듯, 되려 일의 능률이 오른다. 한동안 수 많은 책 중에서, 늘 아침을 열어주었던 이 책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라는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 아닌,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현재 내가 있는 장소에서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함께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침묵도 부드럽고 다정할 수 있다는 것.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참 귀하다는 것“
”살아가면서 좋아지는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합니다. 대단하게 좋은 일이든, 아니면 오늘 늘어놓은 것처럼 사소하게 좋은 일이든 말입니다. 이렇듯 좋은 것들과 함께라면 저는 은근슬쩍 스스로를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침묵을 함께 보낼 사람이 곁에 있나, 나는 누군가의 침묵을 함께 보낼 사람이 되는가, 나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이 있나, 있다면 어느 것일까. 책을 눈으로, 손끝으로, 소리내어 읽으며, 내 인생에 대한 반문도 많이 했던 책. 그리고, 박준 작가, 사람에 대하여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으며 이전 작품인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었고, 연이 닿아 작가님을 도서관에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할 수 있게되었으며, 태백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써내려갔던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도 선물받아 단숨에 읽었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스쳐지나갈 뻔한 인연, 혹은 책들이 나에게 다시 찾아와 나를 살게 해주는 단단함을 선물해주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단해지는 마음이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와도 견딜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삶이 많이 흔들리고있는가?
회복탄력성을 선물해줄, 나의 상황에 맞는 에세이를 찾아라. say,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