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참 기특도 하지

Pula Audio Unicrom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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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라 오디오


저는 모든 음향기기 브랜드의 설립자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하고 있으며 그 중에 몇몇에게는 천재라는 칭호를 붙여 찬미합니다. 규모가 어느정도 이상 되는 경우는 제가 천재라고 불러주지 않아도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로 규모가 작은 경우만 해당되지요. 하나씩 열거해 보자면 미국의 노블오디오와 엠파이어 이어스, 말레이시아의 엘리시안 어쿠스틱 랩스입니다. 헌데 이 목록에 추가될 만한 브랜드가 얼마전에 등장했는데요, 중국의 풀라 오디오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먼저 언급된 브랜드는 모두 구매하기에 쉽지 않은, 자타공인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풀라 오디오는 선뜻 구매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금액대라는 것입니다. 타깃층이 다르다고 할까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목적이 '프리미엄 등급의 제품을 매우 저렴하게 만든다'라고 생각되는 만큼 따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형식상으로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게다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풀라 오디오에서 내놓을 진짜 프리미엄 등급(100만원 이상) 이어폰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평가가 덩달아 높아지는 현상이 이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새로 출시된 모델은 10만원이 약간 넘는 엔트리급이었습니다. 기존에 만나본 ANVIL114와 PA02가 30만원 언저리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1/3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풀라 오디오의 생각은 아마도 이럴 겁니다.


'어느 정도까지 낮은 금액의 제품으로 프리미엄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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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crom


절대 현실에 존재할 리 없는 이어폰의 등장이라는 의미에서 유니콘인줄 알았는데 잘 살펴보니 유니크롬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검색해봐도 이 이어폰만 나오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유니크롬은 123,000원의 엔트리급 커널형 이어폰으로, 베릴륨 도금된 10mm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가 사용되었습니다.


유니크롬의 페이스 플레이트는 ANVIL114처럼 스테빌라이즈드 우드가 사용되었습니다. 목재에 특수 레진을 주입하여 경도, 내구성, 방수성을 보강한 복합 재료로, 천연 목재의 아름다운 무늬와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변형, 뒤틀림, 부패와 같은 단점을 보강할 수 있지요. 보통 이 소재는 프리미엄 제품에서 사용되며, 엔트리급에서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패키지에 杢(목공, 나무 무늬) 글자로 정체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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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가능한 컬러는 블랙 / 그린 / 블루 / 옐로우 4종입니다. 이렇게 원색을 사용하면 화려하고 튀는 이미지가 강한데, 유니크롬은 페이스 플레이트가 나무로 되어 있어 중후한 느낌이라 부담스러움이 덜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또한 풀라 오디오의 모든 제품은 공통적으로 착용감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이어폰 본체의 크기가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더 선호합니다. 본체의 크기가 큰데 착용감이 영 별로면 이어팁 사이즈를 변경해서 어떻게든 착용할 수 있는 반면, 본체의 크기가 작은데 착용감이 영 별로면 이어팁을 어떤 사이즈로 변경해도 귀 안쪽에서 공간이 빈듯한 어색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풀라 오디오 제품 중에 유니크롬의 사이즈가 가장 작은데도 불구하고 착용감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디자인과 소재, 착용감 면에서 이 브랜드는 '땅파서 장사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프리미엄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조금씩 떨어지긴 하지만 가격 차이를 생각해보면 기특하기 그지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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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의 조건


풀라 오디오가 출시한 이어폰은 PA01 > PA02 > ANVIL114 > Unicrom 순서입니다. PA01는 못들어봤고 뒤의 세 모델만 들어봤는데요, 흥미롭게도 뒤로 갈수록 평가가 높아집니다. 물론 이 평가는 절대적인 성능 및 만족도가 아니라 금액을 고려하여 보정된 것입니다. 저는 모든 제품 평가는 금액을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이 브랜드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이례적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언급한 대로 프리미엄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자인, 소재, 착용감은 확인되었으나 사운드라는 최중요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요. 제가 사운드를 평가할 때 늘 꺼내는 3요소 - 음질(해상력, 정보량), 음악성(고유 개성), 공간감(현장감) - 가 제품의 등급을 나누는 주된 기준이긴 하지만 사실 이세가지만 충족되면 프리미엄이 된다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3요소에 해당되지 않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라는 것이 프리미엄급의 제품에는 녹아있거든요.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프리미엄 등급의 제품에서 이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엔트리 - 미들 등급 제품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지요. 그러나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 브랜드의 소수 모델에서는 이게 느껴지는데, 당연하게도 저는 이들 제품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접한 풀라 오디오의 모든 모델에서 이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우연이 아니라 이 브랜드의 설립자가 완벽하게 이것을 이해하고 제품에 녹여내어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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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라 오디오는 기존의 차이파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음질보다는 음악성을 강조하고, 아주 편안하고 느릿느릿한 소리입니다. 따라서 타격감이라든지 빠른 음악에는 경쟁력이 낮습니다. 또한 보통의 차이파이가 고음이 뻥 뚫려있는 시원시원한 사운드를 내는 것과 달리 답답하고 두루뭉술하게 들려 좋게 평가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감(?) 같은 사운드를 선호하기도 하고 높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일단 제가 주로 듣는 약간 우울하고 감성어린 그런 곡들에 매칭이 좋고, 뽕이 제대로 차오르는 규모가 매우 큰 웅장한 곡에도 매칭이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이런 풀라 오디오의 개성이 PA02까지는 아주 강하진 않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충분한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시중에 출시된 타 브랜드의 사운드를 어느정도는 참고했을테지요. 그러나 ANVIL114부터 노선이 확실해졌고, 유니크롬에서는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츄럴, 자연스러운 사운드입니다. 유니크롬을 대표하는 杢 문자는 단순히 페이스 플레이트만을 의미하지 않고 이 이어폰이 추구하는 사운드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온기, 감동, 편안함, 웅장함을 억지스럽지 않게,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재생하는 것이 목표라는 거지요. 제 리뷰를 자주 보셨던 분들이라면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바로 떠오르실겁니다. SIVGA지요. 시브가가 주로 고음을 섬세하게 튜닝하는 반면 풀라 오디오는 저음을 섬세하게 튜닝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음 버전의 시브가라고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시브가는 헤드폰이 주력이고, 풀라 오디오는 이어폰이 주력이라는 차이점도 있겠군요.


당연하겠지만 상위 모델 PA02나 ANVIL114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집니다. 전체적인 소리의 느낌도 더 가볍고 공간의 크기도 작은데다 안그래도 돋보이지 않는 해상력이 조금 더 낮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엔트리급이기 때문에 형님들보다 더 강렬하고 기운 넘치는 분위기가 배어있습니다. 더 젊은 소리라고 할까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젊다는 거지 비슷한 금액대의 제품과 비교하면 매우 성숙한 사운드입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이 브랜드를 특징짓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성숙'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액에 비해서도 성숙하고, 차이파이라고 하는 중국계 음향기기 브랜드 중에서도 단연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숙이란 말이 살아있는 것에만 붙을 수 있는 수식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ANVIL114 리뷰에 '프리미엄 이어폰 금액 거품 걷어내기'라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을 지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ANVIL114에서 '어떻게 30만원짜리가 이런 사운드를 내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유니크롬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10만원짜리가 이런 사운드를 내지?'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다만 그 생각의 강도는 유니크롬이 더 강합니다. 이걸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면 가성비가 더 좋다......인데, 그것보다는 좀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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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자와 이어팁 선택


유니크롬은 3.5mm와 4.4mm 두가지 플러그를 지원합니다. 3.5mm는 한 점에 꽂아넣는 밀집된 사운드 + 저돌적으로 밀어붙임 + 빠른 진행이라는 컨셉으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반대로 4.4mm는 넓은 공간 + 큰 스케일 + 웅장 + 느린 진행이라는 컨셉으로 사운드를 들려주지요.


이어팁도 플러그와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컬러 이어팁은 집중력있게 한 점에 뭉쳐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블루 이어팁은 공간을 더 열어주면서 고음과 저음 모두 확산되는 느낌을 줍니다.


이 제품의 등급을 고려하면 3.5mm + 컬러 이어팁 조합이 엔트리급 유저가 더 좋아하는 사운드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제품의 강점은 금액에 맞지 않는 성숙하고 우아하면서 풍성한 울림이 강조되는 사운드이므로 이것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4.4mm + 블루 이어팁 조합을 더 추천드립니다.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두 옵션을 반반 조합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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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라 오디오여, 영원하라!


1) 유니크롬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저음 계열의 사운드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2) 사운드의 여러 특징 중 프리미엄 등급에서 주로 배어있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저렴하게 맛보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3) 풀라 오디오는 천재적인 오디오 감각을 지닌 자가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존함은 모르겠지만 그를 다시 한번 찬미하며,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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