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힘으로 헤드파이를 완성하다

Burson Audio Soloist GT4

by 범노래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힘이 부족한 것 아닙니까?


언젠가 한 유머사이트에서 '만약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웃프면서도 공감이 가죠. 저는 일상의 경험과 생각을 음향기기 리뷰에 접목시키길 좋아하는데, 마침 리뷰하고 있는 Burson Audio의 Soloist GT4라는 헤드폰 앰프가 이 문장에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약간의 변화를 줄 필요는 있었어요.


'너의 헤드파이 사운드가 뭔가 아쉽다고? 헤드폰 앰프의 힘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보자.'


8.JPG


- Soloist GT4


호주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버슨오디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이라는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품목이 DAC가 미포함된 단독 앰프이지요. 버슨오디오에서는 이 단독 앰프에 독주자라는 뜻의 'Soloist'라 이름 붙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가 2022년 9월에 Soloist 3X GT의 리뷰를 썼었더라고요. 그 제품의 후속작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금액은 4,460,000원으로 역시나 하이엔드, 끝판왕, 종결자로 구분되는 헤드폰 앰프입니다.


GT는 버슨오디오에서 나누는 등급입니다. 버슨오디오의 등급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엔트리급(Playmate), 준플래그십(GT), 플래그십(Voyager)으로 구분됩니다. 왜 중간에 있는데 미들이 아니고 준플래그십이라고 부르냐면, GT와 Voyager의 금액 및 성능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 다 포터블 하이파이, 또는 헤드파이 시스템을 완성하려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그럼 굳이 왜 준플래그십인 GT를 선택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뒤따를 수 있겠지요? 그 정도 금액을 고려할 수 있다면 이미 가성비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보이저는 최상급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여러가지 제약에서 벗어나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체구인데, GT에 비해 체감상 거의 2배가량 커서 책상에 올려놓고 사용하실 분들에게는 충분히 부담스러운 사이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예 그 공간의 목적이 음악감상이고, 다른 어떤 목적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보이저를 추천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환경이라면 GT를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즉, 보이저 라인업은 때로 좀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시중에 나와있는 어떤 플래그십 헤드폰도 GT 라인업이면 충분합니다. 보이저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아주 낮은 확률이라 할지라도 아예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사용 목적보다는 약간 상징적인 모델에 가깝다는 것이지요.

1.JPG


- 원박스냐, 투박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얼마전 버슨오디오의 Conductor GT4라는 DAC+AMP 원박스 제품을 리뷰했고, 버슨오디오의 단독 헤드폰 앰프는 이 제품까지 포함해서 총 3개(Soloist 3X GT, Soloist Voyager, Soloist GT4)를 들어봤습니다. 그 결과 두 제품군의 음색이 조금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같은 브랜드인만큼 아주 큰 차이는 아니고 약간의 방향성이 다르다 정도입니다.


Soloist 시리즈는 어떤 헤드폰을 연결하든지 무게 중심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리며 탁월한 안정감과 차분함, 그리고 고요함으로 전체적인 인상을 약간 변화시킵니다. 거기에 진지해지고 웅장한 느낌이 많이 가미되어 하체(저음)를 집중적으로 단련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에비해 Conductor 시리즈는 보다 중립적이고 깔끔한 성향을 가집니다.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단련한 느낌으로 말이지요.


어째서 컨덕터 시리즈와 솔로이스트 시리즈의 성향이 다른것일까에 대한 저의 추측으로는 원박스를 구매하려는 분들의 성격상 하나로 간단하게 끝내버리지 이것저것 조합하거나 연결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원하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DAC 따로 AMP 따로 구매해서 연결하겠다는 것은 중증 오디오 환자라는 뜻입니다. 기기간의 매칭을 통해 '신의 한 수'같은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버슨오디오 고유 사운드를 더 강하게 내비칠 필요가 있습니다. 개성이 강하지 않은 제품을 서로 조합하는 것은 예측이 쉬워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낮으니까요.


그러니까 헤드폰 앰프라는 카테고리에 바라거나 기대하고 있는 요소만큼은 확실하게 챙겨주겠다는 자신감인 겁니다. 버슨오디오 라인업을 살펴보면 단독 DAC는 없고 단독 AMP만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오디오 브랜드에서는 이런 경우 구색용으로라도 단독 DAC를 내놓는 편이었는데 버슨오디오는 가차없습니다. 마치 그건 내 영역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지요. 버슨오디오가 DAC보다 AMP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저 또한 기본적으로 DAC와 AMP의 중요도를 따져 비교했을 때, AMP쪽이 어림잡아 3~5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소리를 출력하는 이어폰/헤드폰/스피커 이쪽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하지만요.


4.JPG
3.JPG


- VS 솔로이스트 3X GT


지난 솔로이스트 3X GT 리뷰의 사운드 설명에서 3대 500이라는 표현을 썼더라고요. 쇠질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는 헬창들이 봤을 때도 우러러볼 만한 괴물로 인정받는 등급입니다. 솔로이스트 GT4는 더 강해졌습니다. 수치로 따지자면 3대 600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또 하나 큰 변화가 있는데, 솔로이스트 3X GT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던 팬이 사라졌습니다. 큰 힘에는 언제나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요. '섀시 안에서 발생한 열을 어떻게 방출시켜 온도를 안정시킬 것인가'가 늘 핵심과제입니다. 솔로이스트 3X GT는 Noctua라는 고급 브랜드의 팬을 제품 상단에 배치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고급 사양의 팬이라 할지라도 물리적인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요.


이건 사실 장단이 뚜렷했습니다. 더 나은 사운드 품질을 위해 더 큰 힘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로 팬을 사용해서 소음이 발생된다면 사운드 품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고급 음향기기로 갈수록 아주 작은 노이즈와 씨름을 해야 하는데, 아예 소음을 발생시키는 부품을 넣어버렸으니까요. 물론 일정 볼륨 이상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 때문에 구입을 보류하시는 분도 분명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솔로이스트 GT4에서는 팬이 사라져서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더 이상 팬소음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6.JPG


- 절제된 강력한 힘


대부분의 헤드폰앰프 상세페이지에서 '우리 제품은 어떤 헤드폰과도 연결하기에 충분한 출력을 보장합니다'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 제품을 테스트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저 출력이 해당 브랜드에서 직접 측정한 것이고, 사용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결과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근데 그렇게 너무 냉소적으로 나올 건 없으니 조금 부드럽게 바꿔서 '출력과 구동력은 다르다' 라고 납득하는 편이긴 하죠.


제가 경험한 모든 헤드폰 앰프 브랜드 중에 버슨오디오는 가장 힘이 좋은 편이고, 가장 낮고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갖고 있습니다. 힘이 좋다고 나름 인정받는 브랜드의 제품들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역도에서 전성기 장미란 선수로 비유하고 싶은데 2,3위와의 무게 차이가 압도적입니다. (심지어 2,3위 선수는 모두 약물복용으로 메달 박탈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곳간에서 인심나온다는 말처럼 사운드의 품격은 뒷받침되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하이엔드로 가면 정말 소리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표현되는데 그만큼 조금의 변수에도 불안정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힘에 여유가 있으니 표정도 평온하고 흔들림 하나 없는 재생이 가능한 것이죠. 그렇다고 마냥 힘만 좋아서 될 것이 아닙니다. 알맞은 때에 알맞은 양으로 사용되어야 하니까요. 용기와 만용은 한끗 차이이고, 절제 유무에 달려있습니다. 솔로이스트 GT4는 절제되어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게는 노련한 군인, 좀 스케일이 큰 곡에는 항공모함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헤드폰 앰프입니다.


7.JPG


- 열려있는 연결성


솔로이스트 GT4는 프리앰프 기능과 서브우퍼 연결 기능, 그리고 게이밍 헤드셋 연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셋 다 얼핏보면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기능들이지요. 그런데 제가 오랫동안 제품을 상담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며 깨달은 것은 사용자분들이 정말 기발한(?) 용도나 환경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1) 프리앰프는 헤드폰이 아니라 액티브 스피커로 음감이나 음향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위한 용도입니다. 이 기능은 지원하는 헤드폰앰프가 더러 있기 때문에 아주 특이한 건 아닙니다.


2) 서브우퍼는 귀뿐만이 아니라 몸으로도 느끼는 사운드를 즐기는 분들이라든가 액티브 스피커 + 서브우퍼 조합으로 들으실 분들을 위한 용도입니다. 이 기능을 지원하는 헤드폰 앰프는 많지 않습니다. 포터블 하이파이와 하이파이는 구분되어 있어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터블 하이파이와 하이파이를 둘 다 즐기는 사용자 중에서는 그 중간을 이어주는 성격의 제품이 필요합니다. 버슨오디오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딱히 하이파이와 포터블 하이파이를 구분짓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포터블 하이파이(Playmate, Condoctor, Soloist) 외에 아예 하이파이로 구분되는 *TimeKeeper 제품도 취급하고 있거든요.


*패시브 스피커 연결용 모노블럭 파워 앰프. 좌우 채널 독립된 앰프로 2개가 한세트.


3) 게이밍 헤드셋을 직결할 수 있는 헤드폰 앰프는 거의 없습니다. 포터블 하이파이와 게이밍 기어 시장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사용자 중에서는 둘 다 즐기는 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책상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에는 이런 열린 사고가 필요하죠.


'어떤 제품은 어떤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라는 무언의 제약은 상위 모델로 갈수록 더욱 강화된다는 것을 저는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슨오디오의 설립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샀다면 어떤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겁니다. 실사용자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겠군요.


2.JPG


-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헤드파이의 끝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버슨오디오는 언제나 든든한 후보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앞서 간단히 제 입장을 설명드렸듯, 저는 DAC보다 AMP의 성능이 헤드파이의 전체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플래그십 헤드폰 구매 이후 뭔가 모를 갈증이 스멀스멀 느껴지는 분이라거나, 내 플래그십 헤드폰의 성능을 100% 재생하고 있는게 맞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면 솔로이스트 GT4를 만나보시길 권장드리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버슨오디오에 이런 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