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형 헤드폰의 표준으로 우뚝

FIIO FT13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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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IO FT시리즈


피오가 출시한 유선 헤드폰 FT 시리즈에는 FT1, FT3, FT5가 있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피오의 라인업은 1-3-5-7-9로 숫자가 커질수록 상위 모델이 됩니다. 하지만 출시 시기는 카테고리별로 다릅니다. 어떤 카테고리는 3번이, 어떤 카테고리는 7번이 가장 먼저 출시되지요. 이것은 해당 카테고리에서의 피오의 지위라든가 시장 진입 시기, 개발 경력 등을 고려한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FT시리즈의 출시 순서는 FT3 -> FT5 -> FT1 이었지요. 세 모델 모두 출시되는 대로 리뷰를 진행해온만큼 이번에 출시된 FT13도 발빠르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숫자가 두자리가 되어 최상위 모델인가 싶기도 한데 피오의 모델명은 '카테고리 + 세대 + 등급' 이렇게 구성됩니다. 그러니까 FT13의 FT는 유선 헤드폰 시리즈, 1은 세대, 3은 등급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이 제품은 기존의 FT3를 대체하며 FT시리즈의 리모델링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예상이 맞다면 FT15, FT11 순서로 차례차례 새 버전이 나오겠지요. (FT3은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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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1과 FT13, 그리고 FT3


저는 FT13을 FT3의 후속이라고 소개했지만 피오 본사에서는 FT1과 비교해 놓았기 때문에 FT1의 후속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관점에 따라 이게 맞을 수도 있겠죠. (본사 말보다 자기 말이 맞다고 하는 놀라운 자신감) 하지만 등급으로 구분한다면 FT1보다 FT3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모델명 끝자리가 '3'이니까요. 금액도 이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FT1는 23만원이었고 FT13은 462,000원이라서 FT3의 368,000원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나 생김새를 보면 FT3보다 확실히 FT1과 더 가까워 보입니다. 헤드폰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하우징 소재가 우드로 같고, 전체적인 프레임이라든가 디자인 요소가 똑같습니다. 밀폐형 구조, 60mm 크기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등 내부 구조도 같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사운드 역시 FT1을 계승/발전 시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들의 관계도를 이쯤에서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지요?


먼저 리뷰했던 FT3은 아무리 봐도 전문가/레퍼런스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리뷰한 FT5는 음악 감상용이었죠. 마지막으로 리뷰한 FT1 역시 음악 감상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새롭게 출시한 FT13은? 역시나 음악 감상용이었습니다. 어째서 FT3의 성격(용도)만 다른 것인가? 물론 이 구분은 피오 본사에서 내린 게 아니라 제 판단일 뿐이긴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걸 바로잡으려고 라인업 리모델링을 단행하려는 것입니다. 유선 헤드폰 라인업을 세분화해서 FT3를 잇는 전문가/레퍼런스 라인업을 따로 분리하고, 음악감상용으로 FT11 - FT13 - FT15, 이렇게 재정립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FT13은 FT3과 포지션은 같지만 성향은 전혀 다릅니다. FT1과 FT5 사이를 잇는 중간 단계의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지요. 그런데 FT5는 또 평판 - 자력형 드라이버이고 개방형이라 거리가 좀 있습니다. 결국 FT13은 FT1의 사운드를 발전/계승한 모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본사에서는 FT1과 FT13의 스펙을 표로 비교해두었고, 그 옆에 세 가지 상향점을 정리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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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업그레이드


본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FT1 -> FT13의 세가지 업그레이드는 진동판, 케이블, 그리고 편안함입니다. 가문비 나무 진동판에서 자작나무 진동판으로 변경되었고, 케이블 역시 FT1에 비해 더 굵어지고 내외부 구조도 바뀐데다 고급 커스텀 케이블의 디자인으로 멋지게 변경되었습니다. FT13의 사운드는 주로 이 두가지 변경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편안함 레벨도 확실히 상승했습니다. 사실 FT1의 착용감이 워낙 좋아서 그다지 불만이 없었는데 헤드밴드와 이어패드의 압력을 더욱 줄였다고 하네요. 특히 이어컵 압력은 4.5N에서 4.2N으로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컵의 압력을 수치화 해서 표기한 경우는 처음 보는데, 이건 다른 브랜드에서도 모두 똑같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착용감'이라는 것이 개인차가 있는데다 무게가 곧 착용감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추가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되면 될수록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FT13 무게는 356g으로 FT1의 346g보다 조금 더 무거워졌지만 착용감은 더 좋아진 걸 보면 확실히 무게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세 가지 업그레이드보다 더 먼저 다가오는 건 디자인 변화입니다. 앞서 언급된 세가지 변화 모두 눈으로 볼 수 없어 쉽게 눈치챌 수 없거든요. 이 상황에서 디자인까지 비슷해버리면 업그레이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할 겁니다. 그래서 FT13에서는 통상의 우드 컬러가 아니라 퍼플하트라는 독특한 컬러의 우드를 사용해서 강렬하게 강조했습니다. 'FT1과 전 - 혀 똑같은 모델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면서요. 이미지 상으로 빨간색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 보면 이름 그대로 자주색입니다. 퍼플하트 우드는 자심목이라고 부르며, 시선을 빨아들이는 독특한 색감으로 1920년대부터 악기와 가구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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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 청취


1) 표준 지향

2025년 현 시점에서 피오는 포터블 하이파이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다루는 범주가 넓은 브랜드입니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피오는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른바 기준이 되겠다는 거죠. 그 목표에 따라 피오의 제품들은 대부분 개성이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개성이 좀 강한 제품들은 피오가 아니라 형제 브랜드 Jade Audio라든가 SnowSky로 출시하려는 듯 합니다. FT13도 이런 피오의 기본적인 성향을 따라갑니다. 그래서 개성이 아주 진하지 않고 무난한 올라운더로 사용가능합니다.


2) 우드인듯 우드가 아닌 듯

FT1의 첫소감은 '우드인데 별로 우드 느낌이 안난다' 였습니다. 원래 피오는 음질 - 음악성 - 공간감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 음질의 우선 순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프로/전문가용 제품도 그렇겠지만 피오도 업계 표준이 되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 아무래도 음질의 우선순위가 가장 높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우드는 음질 면에서 그다지 좋은 소재는 아닙니다. 우드 하우징의 특징인 따뜻함, 풍성한 울림, 자연스러운 음색 이런 것들은 보통 음질보다는 음악성이라든가 공간감(현장감) 이쪽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요. FT13 역시 우드 하우징을 채택했지만 우드 하우징 특색이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FT1에 비해 좀 더 '우드 헤드폰'스러워지긴 했습니다. 음선이 두터워졌고, 좀 더 깊이있고 자연스러운 울림을 들려줍니다. 문제는 이게 등급이 올라가서 그런거지 딱히 우드 헤드폰의 성향이 진해진 것은 아니다...... 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 높아진 공간 비중

FT1은 공간과 소리의 비중에서 소리의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그런데 FT13은 공간의 비중이 더 커졌습니다. 조금 더 악기 사이의 거리를 확보해 여유롭게 배치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음이 공기를 품고 더 편안하게 들립니다. 보통 피오의 3번대 제품들이 소리를 직접적으로 가깝게 들려주려고 했었고, 5번대부터 공간적인 느낌을 조금씩 살렸었는데 FT시리즈는 애초부터 제대로 된 사운드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이 대상이라 그런지 기준이 조금 높아졌나 봅니다. 3번대부터 공간을 확실히 어필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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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구동과 높은 호환성


FT13이 FT1에 가깝고 FT3보다 멀다는 것은 헤드폰 앰프 의존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FT13의 상세 페이지에 따르면 FT1과 동일하게 임피던스는 32옴, 어떤 기기와도 연결해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구동이 쉽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통 드라이버 구경이 크고 이어컵 사이즈가 클수록 구동이 어려워집니다. FT13의 60mm 대구경 드라이버, 풀사이즈 이어컵을 고려하면 구동이 정말 쉬운 편입니다. 구동이 쉽다는 말은 간단한 포터블 환경에서 더 나은 사운드 품질을 들을 수 있다는 면도 있지만 반대로 고출력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도 눈에 띄는 성능 체감을 할 수 없다는 뜻도 있습니다. 장단이 있다는 말이지요. 실제로 여러 환경에서 비교해보니 성능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제 생각에 피오의 1-3-5-7-9 등급에서 5번부터는 고급으로 치고, 1번과 3번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야 합니다. 엔트리급 제품에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고, 그게 판매량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높은 출력의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더욱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하더라도 요즘 시장에서는 소비자 친화적인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면에서 높은 출력의 거치형 앰프가 필수적인 FT3는 등급에 맞지 않는(?) 어려운 헤드폰이었지요.


덧붙여 언밸런스 2종(3.5mm & 6.3mm), 밸런스 2종(4.4mm & XLR) 플러그를 모두 지원하여 어느 기기와도 연결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훌륭합니다. 피오의 패키지 및 구성품은 늘 푸짐한 편이라 제품을 개봉할 때부터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호화스러운 플러그 구성 뿐만 아니라 헤드폰을 100%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하드 케이스도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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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패드 선택


FT13에는 양가죽 이어패드와 스웨이드 이어패드 2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가죽 이어패드는 음의 직접적인 전달, 타이트하고 밝은 음색으로 표준적인 사운드를, 스웨이드 이어패드는 좀 더 느리고 풍성하면서 깊이있는 사운드를 전달합니다. 음역대별로는 고음 강화 VS 저음 강화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FT1에서는 이 두가지 이어패드가 하나로 합쳐진 하이브리드 형태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FT13에서는 확연히 다른 두 가지 사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단종된 FT3의 사운드를 재현하려고 하는 것이 양가죽 이어패드, FT1의 사운드를 발전/계승하려는 쪽이 스웨이드 이어패드입니다. 저는 당연히 음악 감상에 더 매력적인 스웨이드 이어패드를 추천드립니다만, 어차피 이어패드 탈착이 무척 쉽게 되어 있어서 교체하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으니 내키는 대로 교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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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극히 피오스럽다


'피오스럽다'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아주 긍정적인 표현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가성비 자체도 좋고, 디자인이나 마감도 훌륭하고, 취향을 탈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아 추천하기에도 좋습니다. FT13도 아주 자랑스러운 피오의 헤드폰입니다.


음악감상용 밀폐형 헤드폰은 딱히 베스트셀러라든가 금액을 올려가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분명한 계보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오의 FT1에 이어 FT13은 이 비어있는 영역에 확실한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재목입니다. 제대로 된 밀폐형 헤드폰으로 음악감상을 시작하려는 분께 가성비가 매우 좋은 FT1도 좋지만 예산이 허락한다면 FT13을 더 추천드립니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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