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보한 클립형 헤드폰

aune AC45 & AC55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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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형 헤드폰


이어폰과 헤드폰의 사운드는 꽤나 다릅니다. 이어폰은 점의 사운드, 헤드폰은 면의 사운드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이어폰은 '음의 집중'에 중점을 두고, 헤드폰은 '큰 스케일과 질감'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이어폰이 할 수 있는 것은 헤드폰이 모두 할 수 있지만 헤드폰이 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이어폰이 할 수 없는 것도 있지요. 따라서 이어폰이 아무리 고급이어도 헤드폰의 사운드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헤드폰도 이어폰의 편의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지요. 그러면 그 중간 형태의 제품은 없느냐? 있습니다. 그게 바로 클립형 헤드폰입니다.


프리미엄 클립형 헤드폰을 얼마만에 만나보는 지 모르겠네요. 사실 이런 중간 형태의 제품들이 다 그렇겠지만 클립형 헤드폰 역시 이도저도 아니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주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럴거면 그냥 이어폰 쓰지, 그럴거면 그냥 헤드폰 쓰지, 이런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아주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브랜드 aune에서 출시되었으니 따따블로 좋았습니다.


aune는 거치형 DAC/AMP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의 음향기기 브랜드입니다. 최근에 제가 거치형 DAC/AMP가 주력인 중국 브랜드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그들과 비교했을 때 '음악성' 점수가 높다는 것이 특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DAC/AMP라는 카테고리가 원래 음악성보다는 음질, 객관적인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aune는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aune에서 AR5000 & SR7000으로 헤드폰 시장에 진출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이후, 블루 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출시한 것이 AC45 & AC55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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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ne AC45 & AC55 공통점


형제 모델이라서 뼈대가 같습니다. 두 모델의 공통점부터 살펴보고 그 다음 차이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둘 다 귀에 거는 클립형 헤드폰 구조로 완전 개방형입니다. 디자인이 정말 멋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제 포터블 하이파이 역사에서 가장 디자인으로 만족했던 모델이 ATH-EM9d라는 클립형 헤드폰이었는데, 그에 준할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달까요. 이전 AR5000 & SR7000에서도 느꼈지만 헤드폰 전문 브랜드가 아님에도 대단히 잘 뽑아낸 디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2) 40mm 직경의 W 모양 바이오-파이버 드라이버가 채용됐습니다. 비슷한 헤드폰과 비교했을 때 진동 효과가 발휘되는 영역을 70% 더 늘렸다고 합니다. 이 '비슷한 헤드폰'이라는게 드라이버 직경을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헤드폰과 비교한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에 해당하더라도 바람직한 얘기입니다.


3) 3.5mm / 4.4mm 플러그 교체가 가능합니다.


4) 사실상 이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지도 모르는 착용감입니다. 착용했을 때 포기하시는 분이 계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한쪽당 무게가 35g으로 꽤 묵직합니다. 머리에 얹어 착용하는 헤드폰은 300g 미만이면 가볍다 판단되고, 그것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어요. 정수리로 무게 분산을 할 수 없고 오로지 귓바퀴로만 지탱해야 된다는 것이 꽤 크네요. 착용하자마자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귓바퀴가 얼얼해오거나 아파오거나 하는 문제까지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리뷰하면서 가장 오래 연속으로 착용한 시간은 3시간 30분이었는데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초반의 당황스러움만 이겨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착용시 두가지 주의점이 있는데, 이어후크 부분을 귀에 걸면 끝이 아니라 헤드폰 본체를 잡고 머리 뒤쪽으로 젖혀주어야만 완벽한 착용이 됩니다. 고정력도 그렇고 사운드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착용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뭐 익숙해지면 1초도 안걸리고, 일반적인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그렇게 뒤로 약간 젖혀줘야 정착용이 되기 때문에 특별한 건 아닌데, 클립형이라 유난히 '덜렁덜렁'거린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리는 당부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고정력 자체가 아주 꽉 잡아주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를 좀 세차게 흔들면 귀에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무게 때문이기도 한데, 애초에 잡아주는 부분을 좀 느슨하게 설정을 해놔서 그렇습니다. 너무 강하게 설정해놓으면 귓바퀴가 엄청 고통스러울 겁니다. 실제로 이런 고통을 다른 클립형 헤드폰에서 느껴본 적이 있거든요.


다른 브랜드 제품 얘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급 차이가 많이 나서 비교하는게 실례가 아닌 것 같으니 그냥 얘기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까지 가장 유명한 클립형 헤드폰은 KOSS의 KSC35 & KSC75일 겁니다. 둘 다 이어후크 부분이 말랑말랑하지 않은 재질이라서 저 같은 경우엔 1시간이 넘어가면 귓바퀴가 빨갛게 달궈지고 간질간질해집니다. (물론 편하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많음) AC45 & AC55의 이어후크는 형상 기억 소재라서 탄력도 있고 말랑말랑합니다. 무게 자체는 KSC35 & KSC75가 훨씬 가볍지만 제 기준에서 매긴 종합 착용감 점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AC45 & AC55가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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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ne AC45 & AC55 차이점


1) 금액

AC45는 215,000원, AC55는 338,000원입니다. 금액에 대해 제 생각은, 지금 현재 얘네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기 때문에 매우 저렴한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분이 '헤드폰'이니까 비슷한 금액대의 헤드폰과 비교를 해야 할 텐데, 각 금액대의 헤드폰과 비교했을 때 사운드 면에서 뒤쳐지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2) 디자인

AC45는 올 블랙 컬러이고 AC55는 블랙 바탕에 로즈골드 포인트가 있습니다. 헤드폰 본체 뿐만 아니라 케이블의 Y 스플리터나 커넥터, 플러그 부분까지 모두 로즈골드로 깔맞춤 되어 있지요. 로즈골드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분이라 하더라도 기본 케이블이 로즈골드와 깔맞춤되어 있어 전혀 디자인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실겁니다. 만약 케이블이 블랙 컬러였다면 AC45가 더 나았을텐데, 로즈골드와 어울리는 컬러라 전체적인 디자인은 AC55가 약간 더 나은 것 같습니다.


3) 상세 스펙

AC45의 재생 주파수 대역은 20 ~ 40kHz이고, AC55의 재생 주파수 대역은 15 ~ 40kHz 입니다. AC55가 더 상급이니 조금 더 낮은 저음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AC45의 임피던스는 18Ω이고 AC55의 임피던스는 32Ω으로 차이가 있고, 감도 역시 AC45는 108dB, AC55는 112dB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해보면 거의 비슷한 음량으로 재생됩니다. 2~3 정도의 차이뿐이예요. 그리고 두 제품 모두 DAP에서 구동이 잘 됩니다. 볼륨 확보도 딱히 문제 없는 편이고요. 물론 성능이 좋은 헤드폰앰프를 연결했을 때 더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데, 없더라도 상관없다는 결론입니다.


4) 사운드

AC45는 좀 더 이어폰에 가까운 사운드, AC55는 좀 더 헤드폰에 가까운 사운드입니다.


아, 이 얘기를 하기 전에 기본적인 사운드 성향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예전에 이 브랜드는 음악성이 매우 진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음악성 8, 음질 2 정도의 배분이었어요. DAC/AMP 브랜드들이 기본적으로 음질의 비중이 높고, 음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aune의 평가는 타 DAC/AMP 브랜드에 비해서 고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성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저로서는 매우 환영하는 사운드였고, 당시 차이파이로서는 거의 이례적일 정도로 음악성이 좋은 브랜드여서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aune의 기조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오디오 클럭'이라는 품목을 본격적으로 밀면서부터 좋은 소리에 대한 기준이 약간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친 개성을 지양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한 겁니다. 비율로 따지면 음질이 6, 음악성이 4 정도가 됐습니다. 좋게 보면 단점을 상당히 많이 보완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진한 음악성이 약간 희석되었다는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다만 여전히 DAC/AMP 브랜드 중에서는 음악성에 강점이 있다고는 보고 있습니다.


음악성이 좋다는 말은 음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한 음 한 음 깊게 파고드는 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 전체적으로 소리가 타이트하거나, 박진감 있거나, 고음의 카타르시스가 있거나 이렇지 않습니다. 부드럽지만 강직한 힘으로 쭈우우욱 밀어준다는 느낌이예요. 예전에는 이 느낌이 굉장히 강렬했기 때문에 장르를 좀 많이 탔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사운드 노선이 바뀐 뒤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장르를 타지는 않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헤드폰 AR5000에서도 이런 느낌을 동일하게 받았는데요, AC45 & AC55도 AR5000과 거의 비슷한 사운드를 갖고 있습니다. AR5000의 사운드를 클립형으로 변형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형제의 기본 사운드 뼈대는 동일합니다. 힘을 뺀 자연스러움, 저중고 고른 음역대 밸런스, 앞서 말씀드린 음질 6과 음악성 4의 배분, 클립형 개방 구조에 따른 개방감과 공간 표현력 등이요. 하지만 AC45는 상대적으로 젊고 귀에서 가까우며 직설적인 이어폰의 성향을 띠고 있고, AC55는 좀 더 뒤에서 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헤드폰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자기 앞의 시야만 바라보는 팀원과 모든 팀원의 시야를 동시에 봐야하는 팀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생각보다 차이가 그렇게 적나라하지는 않아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오답률이 꽤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혹시나 더 타이트하고 박력있는 사운드를 원하신다면 두 모델 공통으로 3.5mm 플러그를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별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3.5mm와 4.4mm는 서로 장단이 있는데, 총점이 4.4mm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니터링이나 레퍼런스 성향을 찾으신다면 둘 중에 AC45가 더 낫습니다. AC55는 음감용 느낌이 좀 더 진해요. aune라는 브랜드가 음악성에 강점이 있는 만큼 aune 고유의 사운드를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AC5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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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진보한 클립형 헤드폰


AC45 & AC55 모두 여태 제가 들어본 모든 클립형 헤드폰 중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상력도 그렇고 저음의 질과 양의 확보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클립형 헤드폰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프리미엄 클립형 헤드폰'이라고 하면 바로 KOSS의 KDE250을 떠올리실텐데요, 저도 그 제품을 리뷰했었고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얘네들이 더 낫습니다. 어차피 KDE250은 단종된지 오래라 구매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워낙 착용감의 악명이 높아서 이제는 놓아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프리미엄 클립형 헤드폰에 갈증이 있는 분이라면 정말 환영할 만한 제품이, 그야말로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aune에게 압도적 감사를 보내면서, 돈쭐을 내주도록 합시다. 근데 클립형 헤드폰을 한번도 써보지 않은 분들께도 한번 시도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클립형 헤드폰이란 게 일반 헤드폰에 비해 편의성을 강화한 형태라서 사운드는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AC45 & AC55는 클립형 헤드폰의 편의성과 일반형 헤드폰의 사운드 품질을 둘 다 갖추었으니 한번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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