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ZE AUDIO 99 Classics V2
* 셰에라자드에서 콘텐츠 제작 비용을 제공받았습니다.
- MEZE AUDIO의 시작
루마니아를 대표하는 음향기기 브랜드 메제 오디오를 처음 만난 것이 2016년이었으니 벌써 9년 전이로군요. 당시 메제 오디오는 완전한 신생 브랜드였으며, 제품도 딱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바로 99 Classics 이라는 밀폐형 유선 헤드폰이었지요. 브랜드에서 내놓은 첫번째 제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고 뛰어난 면을 보였기 때문에 제가 친히 '엄친아 헤드폰'이라고 별명을 지어주고 침 튀어가며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메제 오디오에서 99 클래식 출시 *10년을 기념하여 99 클래식 V2를 내놓았습니다. 10년이 지난 2025년 현재 메제 오디오는 당당히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습니다. 헤드폰 끝판왕으로 인정받는 엠피리언과 엘리트 형제를 필두로 포터블 하이파이에 어느정도 발을 들여놓은 분이라면 존재를 모를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거든요.
*99 클래식이 국내에 런칭된 것은 2016년, 본사 출시는 2015년
99 클래식이 오래된 모델이라 기억하시는 분들보다 처음 들어보시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저에게는 친숙한 헤드폰이라서 아마 이 글에서 자주 언급하며 비교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9년전 출시된 모델을 V1, 새로 출시된 모델을 V2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 99 Classics V2
V2는 40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채용한 밀폐형 오버이어 사이즈 유선 헤드폰입니다. 이미지만 보고서는 '어? V1 이미지를 잘못 올린 것 아닌가?' 라고 당황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형만 봤을 때는 구별이 쉽지 않을 만큼 변화가 없긴 합니다. 99 클래식이라는 헤드폰이 워낙 완벽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건드릴 부분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아예 바뀐 점이 없는가, 그건 아닙니다. 본사에서는 '원작의 정신을 보존하면서 여러가지 의미 있는 개선 사항을 제공한다' 라며 10개의 다른 점을 정리해놓았습니다. 10년을 기념하여 10개의 변경 사항이라니, 분명히 노렸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10개의 변경점 중에 겹치는 부분이 더러 있고, 제가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몇가지 중요한 점을 선정하여 압축해봤습니다.
1) 사운드 변경
사운드의 핵심인 드라이버가 변경되고, 그에 맞게 *배플도 더 개방하여 드라이버에서 생성된 음이 바로 고막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1에서 다소 부족했다고 판단되던 음질(해상력)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고, 공간감과 입체감이 향상되어 더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이어컵 자체의 크기가 좀 더 커졌고, 3.5mm 연결부에 별도의 베이스 포트를 추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더 균형잡힌 사운드를 목표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진동판이 고막을 향하는 것을 막고 있는 그릴을 포함한 판
2) 편의성 변경
이어패드 장착 방식이 *클립온 매커니즘으로 변경되어 탈부착이 쉬워지고, 장착 위치를 고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3.5mm 커넥터 입력 소켓의 지름이 더 커져 대부분의 3.5mm 커넥터를 사용한 케이블과 호환됩니다. 기본 케이블 역시 V1보다 확실히 고급스럽고 고성능을 지녀 내구성이 높아지고 엉킴 방지 기술까지 적용됐습니다.
*딸깍 소리와 함께 걸쇠가 걸리면서 부착
3) 동글 DAC/AMP 포함
최근 음악 감상 환경에 맞추어 콤팩트한 USB-C DAC/AMP가 포함되었습니다. V1이 출시될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에 3.5mm 단자가 있었고, DAP로 음악을 듣는 것이 대세였던 터라 3.5mm 플러그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동글 DAC/AMP입니다. 메제 오디오도 이것을 알고 있기에 구성품에 포함해준 것입니다.
가격은 538,000원으로 V1의 456,000원에 비해 오르긴 했지만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이 정도의 금액 상승은 합당하다고 생각되네요. 동글 DAC/AMP 금액만 생각해도 뭐......
- 사운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전체적인 사운드 기조 변화입니다. V1은 과거에 출시되었음을 감안해도 출시 당시를 고려했을 때 해상력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저음이 감싸안으며 우드의 울림이 강조되는, 부드러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이었지요. V2에서는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높은 해상력입니다.
사실 메제 오디오가 99 클래식 V1 출시 이후에 몇 년동안, 그러니까 초기라 부를 수 있는 시절에는 음질보다 풍성한 사운드와 농밀한 음악성을 주무기로 하는 브랜드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으로 선보인 플래그십 이어폰 라이 펜타까지는 이런 성향을 유지했었어요. 그러나 이후 엠피리언이라는 플래그십 평판 자력형 헤드폰을 출시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선명하고 투명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빼어난 해상력과 섬세함이 가장 먼저 도드라지도록 말이지요. 99 클래식 V2 역시 이러한 최근 경향을 따라가기 때문에 첫인상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사운드'라 볼 수 있습니다.
뒤따라 오는 인상은 압도적인 수준의 개방감입니다. 분명 밀폐형 구조인데 개방형 느낌이 더 강해 '어딘가 안보이는 구멍이 크게 뚫려있는 것 아닐까' 라고 헤드폰의 구석구석을 뒤져보게 됩니다. 밀폐형 구조는 차음성이 뛰어나 음악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지만 개방형에 비해 공간의 크기가 작고 부자연스럽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수의 브랜드가 밀폐형 구조에서 개방형 사운드를 내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습니다만, 제가 볼 때 이 제품이 들어본 것 중에는 가장 완성형인 것 같습니다.
풍성하고 꽉 찬 느낌으로 소리를 들려주던 V1와 달리 V2는 공허하고 텅 빈 것 같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점을 소리에서 공간으로 옮겨봅시다. 최근 브랜드를 막론하고 사운드 자체보다 공간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소리로는 이미 충분히 상향 평준화가 되어 이제 공간 및 현장감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로 좋은 소리의 기준이 확장된 까닭입니다. 그런 기준에 맞춰 V2의 사운드는 완전히 재설정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음역대 비중도 따라 변화했습니다. V1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림이 강조된, 저음의 비중이 높은 헤드폰이었습니다. 그러나 V2는 칼같은 해상도를 앞세워 고음이 강조된 헤드폰입니다. 투명하고 깨끗함을 넘어서 어떤 곡에서는 날카롭고 쭈뼛쭈뼛한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에 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요. 제 생각에는 이런 성향이 중국 시장에서 선호받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의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이런 음색은 누군가에게는 다소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본사에서는 V1 같은 사운드를 원할 경우 이어패드 안쪽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내부 이어패드를 추가해보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확실히 적절한 밸런스로 조절되더라고요. 공간의 크기가 줄어들고 밀도가 향상되며, 소리가 부드러워지면서 저음양이 늘어납니다.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득보다 실이 조금 더 많아요. 저는 내부 이어패드 추가 없이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더 추천드리겠습니다.
메제 오디오가 강력한 성능(음질)을 우선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음악성을 아예 놓아버리진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음악성은 섬세함 사이사이를 연결해주는 아교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자고로 이런 음악성에는 우드 하우징이 도움이 됩니다. V1에 비해서 우드 하우징의 매력 자체는 훨씬 줄었다고 볼 수 있으나, 어쨌든 우드는 우드입니다. 자연스러운 울림과 부드러운 편안함을 잊지 않고 연출해내지요.
- 앰프 연결
제게 99 클래식 V1이라는 헤드폰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저는 그 제품을 완전한 포터블용으로 간주하여 리뷰를 작성했고, 거치형 앰프에 연결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댓글로 누군가가 '이거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소리 작살납니다 ㅋ' 라고 알려주셔서 연결해봤더니 물만난 물고기처럼 소리가 빵빵 터지더라고요.
표기된 임피던스가 앰프를 그다지 요구하지 않는 '32Ω'이었기도 하고, 저도 사람인지라 놓치는 점이 있는 게 인간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조금 찔렸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저는 헤드폰이면 가리지 않고 일단 거치형 앰프에 연결해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99 클래식 V2 역시 앰프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앞서 이 헤드폰이 밀폐형이 아니라 개방형에 가깝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 헤드폰의 외형과 크기는 포터블이지만 거치형 앰프가 필수적인 실내용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소리가 어떻게 바뀌느냐고 물으신다면, 구동력이 좋고 무게 중심이 안정적인 앰프에 연결할수록 V2의 강점(음질+광활한 개방감)이 더 자신있게 발휘되면서 거칠거나 부담스러운 면은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 눈으로 보면 예술이 된다, 귀로 들어도 예술이 된다
최근 10년간 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대세가 바뀌었고, 그만큼 더 많은 유저층을 얻게 되었고, 낮아진 진입장벽 만큼이나 반대로 고성능을 추구하는 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프리미엄 또는 하이엔드 제품군의 비약적인 성장도 동반되었지요. 그 중에 메제 오디오는 확실하게 프리미엄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10년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출시한 99 클래식 V2는 현재 메제 오디오가 가야할 길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정표 같은 헤드폰입니다. 외관과 사운드 양쪽에서 모두 예술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