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모델과 격차를 줄이다

Ultrasone Signature Pure Black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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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니처 퓨어 블랙


셰에라자드에서 울트라손 시그니처 퓨어 헤드폰 리뷰를 의뢰한다길래 내심 당황했습니다. 이미 23년 말에 시그니처 퓨어 리뷰를 진행했었거든요. 얘기를 좀 더 나누어보니 당연하게도 다른 모델이었습니다. 기존 퓨어 모델의 개선판이고, 화이트/블랙 컬러 두가지로 나뉘었더라고요. 화이트는 지난 4월에 출시했었고, 이번에 블랙 컬러가 새로 선을 보인겁니다.


여러 상품성을 손봤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2년 전 모델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어서 아예 새로운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읽는 분들이 혹시나 헷갈릴 수 있으니 과거 모델을 언급할 일이 있다면 '퓨어', 지금 출시된 모델은 '퓨어 블랙'이라고 구분하도록 하겠습니다.


- 울트라손 시그니처 라인업


울트라손의 시그니처 라인업은 프로용 헤드폰을 의미하고 스튜디오/모니터링/레퍼런스 헤드폰으로도 불립니다. 물론 아주 세세하게 구분하면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한데, 음악감상용과 대척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는 다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퓨어 - 퓨전 - 마스터> 3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오늘 리뷰할 시그니처 퓨어 블랙은 막내입니다. 본격적으로 시그니처 퓨어 블랙을 소개하기 전에 일반적인 감상용 헤드폰과 다른 프로용 헤드폰의 특징부터 짚어봅시다.


1) 중립성 : 감상용 제품들은 듣기 편하게, 또는 재미있게 맛과 향을 돋우는 양념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용 제품들은 그렇게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개성을 지양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닻처럼 기준으로서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정 변화, 기승전결의 흐름, 밀고 당기는 강약 표현 이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고 담백하고 간결하게 표현됩니다.


2) 정확성 : 프로는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죠. 그 분들이 사용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생명입니다. 이 신뢰도를 내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응답성'입니다. 명쾌한 조작에서 오는 빠른 응답이 프로용 제품의 기본적인 요건이고, 그만큼 소리의 지연이 발생하거나 외부 요인에 의해 간섭이 발생할 수 있는 무선은 프로용 제품에서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소리의 맺고 끊음이 매우 명확합니다. 이런 타이밍적인 정확성 또한 음감용 제품에 비해 우월합니다.


프로용 헤드폰을 다루는 헤드폰 제조사는 많지만 울트라손 시그니처 시리즈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또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저음 특화

퓨어 블랙을 개봉하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작은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거기에는 '모든 디테일을 들어라, 모든 비트를 느껴라' 라고 써 있지요. 모든 디테일이야 프로용 공통으로 추구하는 성향이니까 제외하고, 모든 비트라는 부분에 주목하면 되겠습니다. 다른 프로용 브랜드에 비해 울트라손 제품들 공통적으로 저음 자체의 표현이나 반응이 우월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음이 주가되는 악기, 비트를 중점으로 모니터링 하시려면 울트라손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첨언하자면 고음에 특화되어 있는 모니터링 헤드폰 브랜드는 오디오테크니카, 중음(보컬)에 특화되어 있는 모니터링 헤드폰 브랜드는 슈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감상용은 소리의 표면과 결 자체가 부드럽게 포장되어 있지만 프로용은 날것 그 자체의 소리를 냅니다. 따라서 저음보다 고음의 비중이 높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들리는 소리는 저음보다 고음이 훨씬 종류가 많고 다양함) 감싸안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저음 비중이 낮고, 고음이 듣기 편하게 다듬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거칠고 날카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헌데 울트라손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프로용 제품에 비해 확실히 부담스럽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는 소리를 갖고 있지요.


2) 재미있음

앞서 언급한 비트에서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로용 헤드폰들의 소리가 개성이 없고 중립적이기 때문에 듣는 재미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울트라손 헤드폰들은 듣는 재미가 확실한 편입니다. 조금만 더 강하면 음감용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모니터링 제품 중에서 가장 음감용스러운 특징이 강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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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밀폐형 최대 약점인 공간감과 개방감을 극복한 S-Logic

보통 음감용은 개방형이 많고 프로용은 밀폐형이 많습니다. 밀폐형 구조의 최대 강점은 차음성이고, 최대 약점은 좁은 공간과 답답함입니다. 울트라손은 과거부터 진동판의 위치와 각도를 입체적으로 변경하고, 내부에 구조물을 설치해 소리의 반사각을 조절한 S-Logic이라는 기술을 갈고 닦아 밀폐형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렇다면 S-Logic이 완전히 개방형처럼 만들어주느냐,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이질적이라거나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기저에 깔려있긴 해요.


개방형/밀폐형의 차이를 절대 면적의 차이라고 한다면, 일반 밀폐형 구조 VS S-Logic은 내부 구조에 따른 체감 면적의 차이입니다. 주택의 구조가 좋아 공간이 넓게 빠졌다는 얘기를 한 번 정도는 들어보셨을테지요. 그러니 다른 밀폐형 헤드폰과 비교한다면 공간적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S-Logic 3까지 나왔는데, 초창기 S-Logic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S-Logic 5 정도까지 가면 진짜 오픈형 제품 못지 않은 자연스러운 개방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4) 쉬운 구동

음악 감상용 헤드파이 시스템에서는 헤드폰앰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필수로 여겨지지 않지만 프로용에서는 다릅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헤드폰앰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과거부터 널리 명성을 떨쳐온 레퍼런스 헤드폰 3대장 - 젠하이저의 HD600, AKG의 K701, 베이어다이내믹의 DT880같은 제품들은 모두 높은 출력의 헤드폰앰프를 필요로 하거든요. 만약 헤드폰앰프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들도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울트라손 시그니처 시리즈는 별다른 헤드폰앰프가 없어도 100%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합니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누구나 음향작업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본격적으로 음향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의 음성을 모니터링하는 정도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분들에게 헤드폰앰프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울트라손 시그니처 시리즈는 부담이 적죠. 당연히 헤드폰앰프를 연결하는 것이 더 좋은 성능을 내지만, 다른 프로용 헤드폰에 비하면 차이가 없다고 딱잘라서 얘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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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그니처 퓨어 블랙


이제 시그니처 시리즈에서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퓨어 블랙의 특징에 대해 얘기할 차례로군요.


1) Pure

이름 그대로 이 제품의 사운드가 가장 순수합니다. 상위 모델 퓨전과 마스터는 조금 더 전문적이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성질을 갖고 있는 만큼 성능은 더 뛰어나지만 소리 자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퓨어는 가장 자연스럽고 헤드폰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자들이 사용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퓨어는 누가 들어도 좋은 소리이지만, 퓨전 - 마스터 제품은 소리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제 값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사운드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2) 음역대 밸런스 및 공간 표현

과거 작성했던 퓨어의 사운드 평가를 찾아보니 KOSS의 상위 호환격인 묵직하고 육중한 저음형 레퍼런스라고 되어 있군요. 퓨어 블랙도 같은 뼈대니까 완전히 다른 성향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데 소리의 방향상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기존 퓨어에서 가장 크게 변경된 점은 음역대 밸런스입니다. 원래 퓨어는 상위 모델 퓨전 - 마스터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음역대 밸런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저음이 많고, 음의 밀도도 훨씬 높아서 타격감이라든가 비트를 아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퓨어 블랙은 힘을 더 빼고 자연스럽게 소리를 재생합니다. 이전에 비해 저/중/고음의 밸런스가 더 균형잡혀 있습니다.


전체적인 소리의 밝기가 꽤 밝아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가벼워졌다는 말에 날리는 소리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텐데 그렇지는 않고 예전 퓨어 제품이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어서 이제야 보통의 밝기와 무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비슷한 금액대의 다른 레퍼런스 헤드폰과 비교하면 더 묵직한 사운드입니다.


저음에서 힘을 빼고 고음으로 약간 무게이동이 된 만큼 밀도감이 줄었고, 그만큼 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가져가는 변화도 생겼습니다. 퓨어는 상위모델 퓨전 - 마스터와 똑같이 S-Logic 3가 적용되었지만 상위모델보다는 그 성능 및 효과가 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막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퓨어 블랙은 S-Logic의 효과를 상당히 더 많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사운드 변화를 요약하자면 퓨어 본연의 개성은 최대한 유지하되 상위 모델과의 간격을 꽤 많이 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슬림해졌다 + 성숙해졌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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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휴대성과 호환성

음감용 제품에서는 거의 기본사양인 폴딩(이어컵을 접음), 스위블(이어컵을 회전시킴)이 둘 다 지원되는 프로용 헤드폰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퓨어 블랙은 둘 다 지원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습니다. 또한 1.2m 길이의 4.4mm 케이블, 3m 길이의 3.5mm(6.3mm) 케이블을 모두 지원하면서 여러 기기에 연결할 수 있는 호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4) 뛰어난 가성비

당연한 얘기일수도 있긴 한데, 엔트리급 포지션인만큼 가격이 가장 낮고, 그만큼 뛰어난 가성비를 갖고 있습니다. 퓨전 - 마스터로 한단계 올라갈수록 금액이 2배씩 뛰니까요.


5) 이어패드

과거 퓨어가 퓨전 - 마스터에 비해 뭔가 모르게 둔중하고 무딘 느낌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터운 이어패드였습니다. 이것이 아주 슬림하게 변경되었군요. 착용했을 때의 맵시도 더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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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운더 모니터링 헤드폰


어떤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헤드폰을 찾는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제품입니다. 특히 저음의 맛깔나는 비트라는 항목에서는 동가격대 경쟁모델 중 대체할 수 없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 퓨어를 '울트라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상품성을 지닌 모델'이라고 극찬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퓨어 블랙 역시 그 평가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이전에 비해 자체 개성은 약간 줄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성능이 더 향상되었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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