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3000 Recable / VR3000 EX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어떤 용도의 음향기기를 찾으십니까?
파이널은 세계적인 음향기기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든 용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체 라인업을 세분화하고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전체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지요. 파이널 최상위 헤드폰 D8000 시리즈는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DC 수식어가 붙어 사운드를 재설계하였고, 무선 이어폰과 무선 헤드폰에는 보컬의 매력을 좀 더 살리면서 탄력있는 재미를 더한 신형 SV 드라이버로 교체, 그리고 이번에는 게이밍 라인업 강화로 기존의 VR3000을 확장한 두 가지 모델을 추가했습니다. VR3000 Recable for Gaming / VR3000 EX for Gaming입니다.
- VR3000 (99,000원)
새로운 VR3000 형제들을 만나기 전에 기본이 되는 오리지널 VR3000부터 알아보는 것이 예의라 할 수 있겠지요. VR은 Virtual Reality로 가상현실을 의미하며,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가상 현실인 게이밍 환경을 대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제품 패키지에 for Gaming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습니다.
게이밍 제품에서 요구되는 사운드의 특징은 인위적으로 창조한 가상 현실을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사운드의 3요소 - 음질, 음악성, 공간감(현장감) 중에서 VR시리즈는 당연히 공간감(현장감)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니 같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음질과 음악성 점수는 낮을 수 있어도 공간감(현장감)의 점수는 훨씬 더 높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어폰/헤드폰이 가장 약한 것이 공간감(현장감) 표현입니다. 애초에 이어폰/헤드폰에 허락된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여의치 않으며, 반사음 없이 직접음만 들리고, *왼쪽과 오른쪽 공간이 단절되어 있다는 다양한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왼쪽에서 나는 소리를 오른쪽 귀로도 들을 수 있지만 이어폰/헤드폰은 왼쪽에서 나는 소리는 왼쪽 귀로만 들을 수 있습니다. 특정 음향기기에서는 왼쪽과 오른쪽 신호를 적절하게 섞어주어 좀 더 현실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걸 크로스피드(Crossfeed)라고 합니다.
VR3000은 이런 이어폰/헤드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간감을 최우선으로 세팅해서 일반적인 이어폰/헤드폰과 다른 꽤 이질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소리가 한 점에 뭉쳐서 아주 작은 공간만을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3D(3차원) 공간을 재현해둔 콘텐츠를 재생할 때는 완전히 다릅니다. 앞뒤전후좌우 구석구석 모든 공간을 다 활용하는 느낌으로 훨씬 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콘텐츠에 따라 의도된 공간의 형태와 크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는거죠.
VR3000 오리지널 모델은 20년 12월에 출시되었으니 꽤 오래되었습니다. 25년 6월에 무선 버전인 VR3000 Wireless가 출시되었고, 이제 VR3000 Recable for Gaming / VR3000 EX for Gaming 두 모델이 추가되어 보다 탄탄한 게이밍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새로 추가된 제품에 모두 VR3000이란 모델명이 붙어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VR3000이 『누적 판매 16만개』라는 업적을 달성한 만큼 게이밍 시장에 잘 녹아들었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제품을 확장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또한 3000은 파이널의 모든 라인업에서 핵심이자 기준이 되는 넘버입니다. 파이널의 다양한 라인업을 가장 쉽고 빠르게 판단하려면 각 라인업의 3000번대 제품을 들어보면 됩니다. 그런데 3000이 존재하지 않는 시리즈도 있지요. (D, DX) 이 시리즈는 애초부터 대상이 플래그십 or 하이엔드 유저입니다. 이미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 분들을 위한 제품은 출발점부터 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숫자가 6000, 7000, 8000 이렇게만 구성되어 있지요.
- VR3000 Recable for Gaming (119,000원)
오리지널 VR3000은 케이블을 분리할 수 없는 일체형이었습니다. 동시기에 출시된 A4000이나 A3000은 형태가 동일하면서도 케이블이 분리형이었는데 굳이 VR3000만 일체형 케이블로 출시된 것이 약간 의아했거든요. 과거 작성했던 리뷰에서는 게이밍 유저들에게 케이블 교체가 익숙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체형으로 나왔다고 설명을 했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음악 감상용이 아닌 게이밍 분야를 새로 개척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책정을 해야 했고, 그 이유로 A4000/A3000과 차별된 일체형 케이블을 선택했다는 것이지요.
헌데 이제 VR3000도 출시된 지 꽤나 시간이 흘렀으니 슬슬 분리형 케이블을 달아줄 때입니다. 그래서 추가된 모델이 VR3000 Recable for Gaming입니다. 케이블 업그레이드를 통해 음질의 향상을 꾀할 수도 있고, 유선 이어폰에 가장 빈번한 고장 원인인 케이블이 끊어지는 문제를 케이블만 추가 구입하는 식으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유지보수 비용이 낮은걸 더 선호할테니 일반 버전보다 리케이블 버전의 판매량이 훨씬 높아질 것이고, 아마 기본 모델은 단종 절차를 밟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 VR3000 EX for Gaming (210,000원)
VR3000의 무선 버전이 VR3000 Wireless이고, VR3000의 헤드폰 버전이 VR3000 EX for Gaming입니다. EX는 'Extra'를 의미하며, 『Extra Sound Stage』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광대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표현하겠다는 겁니다. VR3000의 원래 목적 자체가 사운드가 펼쳐지는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었고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확실히 그 점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입니다.
VR3000 EX for Gaming은
BT 5.3 / SBC, AAC
연속 재생 시간 : 55H
무게 389g
의 스펙을 가지고 있네요.
VR3000과 VR3000 EX의 실제적 성능 차이를 묘사한 그림 한 장이 있습니다. VR3000은 사람이 수류탄을 투척하는 경로로 표현하고, VR3000 EX는 공중으로 띄워진 드론에서 수류탄을 투척하는 경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전 상황에서 목표 지점을 향한 투척의 정확도는 비교할 필요가 없겠죠. 고성능 게이밍 헤드셋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FPS (1인칭 총싸움) 게임이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예를 든 것입니다.
그 외에도 본사 상세페이지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이 있어 가져와보면
'기존 게이밍 헤드셋처럼 특정 소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음향을 추구하며 공간이 깊은 몰입감과 높은 집중력을 만들어낸다'
제가 셰에라자드 재직 시절에 게이밍 헤드셋 전문 네이버 카페 『겜셋』관리자였었는데, 30종이 넘는 다양한 브랜드의 게이밍 헤드셋들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게이밍 헤드셋들에서 '공간 표현에 주력한다'라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단지 게이밍 기어 컨셉의 디자인과 총소리 및 발소리 음역대를 강조해서 더 잘 들리게끔 했을 뿐이지요.
게이밍 헤드셋 제조사가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를 위해 공간적인 튜닝을 하고 싶어도 사운드 자체를 깊게 연구/개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게이밍 헤드셋 제품에 유명 입체 음향 브랜드의 가상서라운드 기능을 라이엔스 비용을 지불하여 포함시키는 것으로 갈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가상 서라운드를 플러그인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PC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BT나 3.5mm로 연결하여 콘솔 게임기 / 스마트폰 / 태블릿에 연결할 때는 가상 서라운드 기능을 적용하지 못합니다.
원초적인 해결방법은 헤드폰의 구조 자체를 공간 표현이 뛰어나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점을 잘 아는 파이널에서 강조하여 VR시리즈를 만든 겁니다. 다시 말해 타 브랜드의 소프트웨어적인 가상 서라운드 기능이 파이널 VR시리즈에는 하드웨어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가상 서라운드를 켜지 않아도, 어떤 기기와 연결하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지요.
제가 경험한 수많은 게이밍 헤드셋 중에 전체 평점이 가장 높았던 건 오디지의 모비우스였습니다. 오디지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게이밍 헤드셋이었기 때문에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해상력과 공간 표현 만큼은 전인미답, 신세계라고 불러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벌써 단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지만요. 그 후 모비우스를 잇는 펜로즈, 맥스웰은 유선이 아니라 무선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무선에 비해 유선이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니 오디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오디지의 맥스웰이 제가 생각하는 현존 게이밍 헤드셋 NO.1 입니다. 하지만 역시 두 가지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번째는 높은 가격, 두번째는 무거운 무게입니다. 이 두 가지가 치명적으로 다가온다면 VR3000 EX for Gaming 제품을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이 제가 생각하는 게이밍 헤드셋 NO.2이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성능이 밀려 1위 자리는 내주었지만 종합 평점 자체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용 앱 final VR3000 EX을 지원합니다. 눈여겨 볼 것은 두가지 기능입니다.
첫번째는 발소리 모드입니다. 발소리 음역대를 더욱 증폭시켜 적보다 먼저 발소리를 듣고 대응할 수 있는 모드이지요. 그런데 이 기능은 굳이 앱에서 설정하기 보다는 그냥 헤드폰의 C 버튼을 사용하는 것이 간편합니다. C버튼을 눌러서 전자음이 1회 들리면 일반 모드, 2회 들리면 발소리 모드입니다.
FPS에서의 전투 상황을 근거리/원거리로 나눌 수 있는데, 원거리 상황에서는 총소리라든지 환경음이 잘들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음역대는 보통 중~고음이지요. 그러나 근거리에서는 발소리가 훨씬 더 중요하며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저음 음역대입니다. 상황에서 따라 일반 모드와 발소리 모드를 변경하면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됩니다.
굳이 FPS 게임이 아니라도 밸런스형 VS 저음 강화 모드의 간단 EQ 변경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특정 음역대의 크기를 조절하게 되면 공간의 형태나 크기가 덩달아 변화하게 됩니다. 소리로써 공간을 연출하는데 고음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파이널에서는 아주 섬세하게 사운드를 튜닝해놔서 최대한 그 차이가 적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이것 역시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10개의 음역대로 세분화해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EQ 입니다. 이 헤드폰 자체가 기본적으로 밸런스가 아주 훌륭한 편이라 EQ를 아주 잘 받아줍니다. 다른 게이밍 헤드셋에 비해서는 저음과 고음이 둘 다 강조되어 있지 않은 평이한 사운드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게 사실 정상입니다. 현실에서 저음 쾅! 고음 쭉! 이렇게 절대 들리지 않죠. 저중고 음역대의 비중이 3.3 : 3.3 : 3.3이라고 보면 될 텐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헤드셋의 목적은 특정 소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VR3000 Wireless 모델과 마찬가지로 이 제품 역시 USB 동글을 통한 무손실 / 저지연 방식이 기본 연결입니다. BT도 지원하긴 하는데, 사운드 면에서는 USB 동글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모든 면에서 더 낫습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감상할 때나 앱에 접속하여 EQ 세팅을 변경하실 경우에만 BT를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USB 동글이 USB-A 타입이라는 겁니다. 기본 USB-C 타입으로 만들고 USB-A 타입의 변환단자를 같이 넣어주는 것이 더 호환성이 좋을텐데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VR3000 Wireless는 USB-C인데 VR3000 EX는 USB-A를 채택했네요...? 이어폰이냐 헤드폰이냐의 차이로 이렇게 나온거라 추측됩니다만 이어폰은 반드시 USB-C 기기에만, 헤드폰은 반드시 USB-A 기기에만 연결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VR3000 EX for Gaming은 오버이어 사이즈의 밀폐형 헤드셋이며, 파이널 브랜드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보 디자인으로 마감처리 되어 있습니다. VR3000의 여러 갈래 중 유일하게 시보 마감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다른 형제 모델들이 배가 좀 아프겠어요. 아무래도 파이널을 대표하는 마감이기 때문입니다. 확장 해석한다면 파이널에서 내세우고 있는 VR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표격이자 가장 높은 성능을 갖고 있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착용감은 훌륭한 편이나 압박감이 약간 있습니다. 아무래도 밀폐형 구조인데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지 않으니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성능(물리적인 차음)을 위해 좀 타이트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입니다.
- 뭐 하나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라
최근 KDT3000 리뷰를 진행하면서 파이널이 여러 방면에 발을 넓히고 있으며, 매우 신중하게 그 영역을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강조를 다시 해보자면, VR시리즈는 음악 감상용이 아닙니다. '3D 공간'을 구현하고 있는 콘텐츠에 사용해야만 제대로 된 성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3D로 녹음된 음원들, 영화 및 드라마, 게임 말이지요.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타 브랜드의 경쟁 제품 대비 매우 훌륭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