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님의 음성에 무릎 꿇어라

SIVGA Nightingale PRO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오 나의 여신님

저는 모든 음악 장르 중 여성 보컬을 가장 좋아합니다. 음악을 감상할 때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제품 리뷰할 때 역시 가장 먼저 테스트해보지요. 제가 아무리 객관적인 리뷰어(?)라고 해도 일단은 취향에 맞는지부터 간을 봅니다. 물론 이 과정이 제품의 최종 평가에 영향을 주진 않아요. 제 취향과 제품의 상품성은 반드시 구별돼야 합니다.


어쨌든 그런 저에게 여성 보컬을 가장 매력적으로 들려주는 이어폰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금액대마다 후보가 몇개씩 나올겁니다. 미들급(30만 ~ 100만)에서는 SIVGA의 Nightingale이라는 제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밤꾀꼬리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어울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이고,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되었지만 B&O의 A8이라는 명기가 환생한 것 같은 이어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시브가에서 Nightingale PRO의 출시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잘하면 No.1 자리가 변경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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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와 Nightingale

국내에 출시된 시브가의 커널형 이어폰은 Que(107,000원)와 Nightingale(369,000원) 2종입니다. 작년에 Que의 개선판인 Que UTG(137,000원)라는 제품이 출시되었는데요, 이번엔 Nightingale의 개선판 Nightingale PRO(369,000원)가 출시되어 짝을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Que의 개선 버전은 금액이 꽤나 상승했었지만 나이팅게일 프로는 일반 모델과 금액이 같아서 벌써부터 훈훈한 이미지를 안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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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시브가의 디자인 철학은 과거를 상징하는 우드와 현대를 상징하는 메탈을 섞어 조화롭게 완벽한 마감으로 빚어내는 것입니다. Que / Que UTG / Nightingale / Nightingale PRO 네 모델 전부 똑같은 컨셉을 지니고 있어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 금액 차이가 3배 정도 나기 때문에 금액 차이를 외관에서부터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쉽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리뷰어인 제 입장에서는 디자인에 일관성이 확실히 느껴져야 브랜드의 철학이 확실하다는 생각이라 좋게 봅니다. 사실 Que 형제와 Nightingale 형제를 옆에 두고 보면 분명 급차이가 느껴지긴 합니다. 드라이버 크기에서 비롯된 전체 이어폰 크기의 차이도 있고요. 전체적인 색감도 Que 형제는 밝은 톤이고, Nightingale 형제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라 고급 제품 특유의 분위기를 내지요.


이전 나이팅게일과 마찬가지로 착용감은 약간 어색한 편입니다. 귀 안쪽에 완벽하게 밀착이 되지 않고 약간 공중에 떠있기 때문에 '제대로 착용이 되지 않았다', 또는 '소리가 샌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의도된 사항으로, 사운드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 어색한 착용감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 구성품이 아닌 다른 이어팁을 연결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 제품 고유의 사운드가 발현되지 않으므로 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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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1) 반커널형? 세미 오픈형?

이전 나이팅게일과 마찬가지로 귀를 완전히 막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분명 의도된 겁니다. 마치 세미 오픈형 제품처럼 기존 커널형 이어폰과 차별되는 개방감을 연출하고, 훨씬 자연스럽고 넓은 공간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비해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는 공간 연출력이 떨어져 협소하게 들리고, 울림도 작은 편인데 이것을 보완하려고 한 것이지요. 특히 아래쪽 공간을 훨씬 넓고 자연스럽게 씁니다. 이전 나이팅게일은 아래쪽 공간은 아예 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쪽 공간만 살렸었거든요.


2) 여왕님의 음성

밤꾀꼬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성 보컬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보컬에 높은 만족도를 줬던 나이팅게일의 후속 모델이니 당연히 핵심 사운드는 그대로 가져간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프로 버전에서 여성 보컬이 여왕님으로 진화했다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음선이 좀 더 굵어지고, 무게 중심이 낮아지면서 더 거역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또한 장엄함이 느껴지면서 웅장한 곡이나 스케일이 큰 곡에 훨씬 매칭이 좋아졌습니다. 이전 나이팅게일이 '영혼까지 홀리는 매력'이라면, 나이팅게일 프로는 '거역할 수 없는 지배적 음성'이라는 컨셉으로 각각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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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의지를 속박하는 주문

단숨에 음의 핵심을 찌르는 강렬한 사운드의 디테일을 갖고 있습니다. 14.5mm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의 강력한 성능 - 구속력으로 귀에서 빼기 어려울 정도예요. 단순히 호소력이 있는 걸 넘어서서 사운드를 추앙하게 되는 경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것을 빼어난 음악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 점은 이전 나이팅게일과 같습니다. 도대체 이런 마력, 마술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런게 어떻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4) 고성능으로 더 다양한 장르를

Que -> Que UTG의 사운드 변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더욱 현대적이고 음질이 뛰어난 사운드를 제공했다' 입니다. Nightingale -> Nightingale PRO의 변화도 똑같습니다. 다른 것은 포커싱을 하고 있는 음역대입니다. Que는 저음 위주에서 고음을 보강한 형태, 나이팅게일은 고음 위주에서 저음을 보강한 형태입니다. 둘 다 특정 음역대에 몰빵한 사운드에서 올라운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입니다.


저는 이 시브가라는 브랜드를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전통적인 유선 방식을 고수하며, 특정 장르(90% 클래식)에만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사운드 특성, 낮은 판매 금액에도 아낌없이 우드와 메탈 소재를 사용해서 왠지 팔아도 많이 안남을 것 같은 장인 마인드 등 응원해주고 싶은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한 특색 때문에 모든 분들에게 시브가를 추천하기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Que UTG와 Nightingale PRO처럼 기존 모델의 개선판인 경우, 추천하기에 꽤나 용이해졌습니다. 적어도 특정 장르에만 만족도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어느정도 해결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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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팁 선택

나이팅게일 프로에는 클리어와 블랙 이어팁 2종이 제공됩니다. 클리어 이어팁을 사용하면 고음에 포커싱이 있고 타이밍을 짧고 타이트하게 가져갑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집중, 정확함, 건조함, 모니터링 이런 성향을 띤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블랙 이어팁은 저음에 포커싱이 있고 농도를 진하게, 잔향을 늘려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키워드로 정리하자면 확산, 감성적, 풍성함, 음악감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나이팅게일의 경우 이어팁에 따라 '미친 여성 보컬 머신' VS '부드럽고 온화한 올라운더'의 형태를 보였지만 나이팅게일 프로에서는 '프로, 모니터링용' VS '음악 감상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기본적으로 올라운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장르에 따라서 바꿀 필요가 없고 용도에 따라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네요. 저야 항상 음향기기를 감상용으로 사용하고, 음악성이라는 요소를 가장 높게 평가하기에 블랙 이어팁을 더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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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아진 상품성, 만개한 예술성


제가 음향기기를 금액적으로 구분하는 3단계는 엔트리(30만원 미만), 미들(30 ~ 100만원), 프리미엄(100만원 초과)입니다. 이 중에 유선 이어폰은 미들급에서 신제품을 내기가 대단히 까다롭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차이파이의 눈부신 발전으로 엔트리급의 성능이 조금의 과장을 더해 미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엔트리급이나 미들급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정도로요. 따라서 제가 생각하는 미들급의 목표는 '타깃을 특정하고 확실하게 먹힐 수 있는 특장점을 가다듬는다' 입니다. 엔트리급의 목표가 '불특정 다수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대중성'인 것과 확실히 구분되지요.


나이팅게일 프로는 미들급 유선 이어폰으로, 이 제품의 포인트는 여왕님의 음성입니다. 감히(?) 거절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음악을 듣게 되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나이팅게일 일반 버전은 여성 보컬만 듣는 분만 좋다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쏠려있고 극단적인 성향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나이팅게일 프로는 여성 보컬을 위주로 다양한 장르에 다 좋습니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되네요.


시브가는 이어폰/헤드폰 제조사가 아니라 장인 제조 기술을 가진 예술가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선을 보인 오픈형 이어폰 M300에 이어 나이팅게일 프로 역시 탁월한 예술감각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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