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ne IR300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aune
aune의 주력은 거치형 DAC/AMP이지만 최근들어 적극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헤드파이 골수애호가들에게 호평받은 AR5000 / SR7000 풀사이즈 헤드폰에 이어 독보적인 프리미엄 클립형 헤드폰 AC45 / AC55를 선보이더니 이번에는 IR300 커널형 이어폰입니다. 이 제품은 또 어떤 수식어를 달게 될 지 궁금해지는군요.
사실 aune가 이어폰을 만든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Jasper라는 이어폰을 출시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본격적으로 이어폰/헤드폰을 출시하기 전이라 다소 시범적인 모델이라고 봐야 합니다. 모델명이 현행의 영문 + 숫자가 아니라 의미를 담고 있는 영단어라는 점을 증거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와 지금의 aune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2022년 초에 출시된 XC1 오디오클럭이 변화의 기점이라고 보는데, 어쨌든 Jasper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은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 IR300
유선 커널형 이어폰
168,000원
10mm 다이내믹 드라이버
2pin / 3.5mm <-> 4.4mm 플러그 전환
3종의 교체 노즐
2종의 챔버 튜닝 모듈
2종의 이어팁
- 디자인과 착용감
최근에 제가 경험한 이어폰 중에 가장 작습니다. 아, 무선 이어폰 중에 수면용으로 추천할 정도로 아주 작고 가벼운 컨셉의 제품이 있었긴 하네요. 그러면 말을 바꿔서 '제가 최근에 경험한 유선 이어폰' 기준으로는 가장 작습니다.
크기가 작은 만큼 귀 안쪽에서 약간은 헛도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체구가 크고 귓구멍 또한 큰 편이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이어폰들은 모두 이런 현상이 있습니다. 혹시나 이런 느낌이 드신다면 평소 착용하던 이어팁보다 한단계 큰 사이즈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어폰 크기가 작은 것보다는 큰 쪽을 더 선호하지만, 모든 유형의 귀 형태에 호환되기 위해서는 이어폰의 크기가 작을수록 유리합니다. aune 쪽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aune의 다른 헤드폰 / 클립형 헤드폰처럼 진중하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입니다. 화려하게 멋을 뽐내기보다는 차분하게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디자인 감각이 좀 부실한(?) 편이라 디자인 얘기를 할 때마다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여러 포터블 하이파이 브랜드 중에 aune의 디자인 감각은 꽤나 상위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브랜드 로고부터 뭔가 다르고, 그간 출시한 제품들이 하나같이 '감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 사운드
1) 확고한 사운드 시그니처
최근 3년간 제가 경험한 aune 제품들이 DAC/AMP, 헤드폰, 클립형 헤드폰 등으로 제품 분류는 달랐지만 사운드의 느낌, 방향성은 모두 동일했습니다. 이 브랜드가 확실한 자기만의 사운드를 갖고 있고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브랜드는 느리고 진지하며 차분하게 한 음 한 음 짚어가는 사운드, 천천히 울려퍼지며 안쪽에서 바깥으로 확산되는 사운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고음 / 중음 / 저음의 비율이 정확하게 균형잡혀있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차이파이 브랜드에 비해서 소리가 점잖다, 거리가 느껴진다, 임팩트가 부족하다, 고음의 선명함이 부족하다, 저음이 부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보통의 차이파이들이 너무 극단적인 사운드에 속하기 때문에 이게 더 표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간 제가 접해본 '유럽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사운드 계열과 닮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차이파이 브랜드들이 전체적으로 좀 더 가다듬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사운드로 변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아예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저음에 힘을 주는 브랜드도 생겨나면서 몇년 지나면 '전형적인 차이파이'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까지는 유효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2) 농밀한 음악성
제가 언제나 제품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3요소(음질 - 음악성 - 공간감) 중에 공간감을 주력으로 하는 제품은 만나보기가 어렵습니다. 포터블 하이파이 제품군에서 공간감은 셋 중에 가장 우선순위가 떨어지며, 공간감을 우선으로 한 제품들은 대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때문에 우선은 음질과 음악성을 먼저 잣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과거의 aune는 음악성 8, 음질 2 정도로 약간 극단적인 세팅을 사용했습니다. 음악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저에게는 기똥찬 브랜드였지만, 분명 호불호를 타는 요소였다고 봐야겠지요. 지금의 aune는 음질 6, 음악성 4의 비중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정도로 대중성을 갖추었습니다. Jasper라는 과거 이어폰 역시 음악성은 매우 뛰어났으나 음질, 또는 기본기가 약간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aune의 두 이어폰 Jasper와 IR300을 비교해보면, aune가 어떤 식으로 사운드 방향을 변경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질과 음악성의 비중이 6:4라면 그게 음악성이 진한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현재 포터블 하이파이의 주류라고 볼 수 있는 차이파이가 대부분 음질 8 : 음악성 2의 비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음악성이 훌륭한 브랜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음악성이란 건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고, 음질보다 훨씬 개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도박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기네들이 좋다고 판단하는 사운드를 꾸준히 미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군요.
3) 웅장하고 우렁찬 저음
큰 스케일의 음악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웅장한 저음은 그저 양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울리면서 퍼져나가는 형태를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래야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고, 저음의 깊이라는 속성도 헤아릴 수 있지요. IR300의 가장 큰 장점은 금액대비 가장 뛰어난 저음 표현입니다. 제가 아는 상식에서는 저음의 양을 확보하고 울림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큰 드라이버 직경과 큰 울림통(쉘 크기)이 필수적입니다. IR300은 이렇게 작고 슬림한 몸체에서 어떻게 이런 저음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 교체형 노즐과 챔버 튜닝 모듈, 그리고 이어팁
이 제품은 이어폰의 앞 뒤를 모두 변경할 수 있습니다. 3종의 교체형 노즐과 페이스 플레이트에 위치한 2종의 챔버 튜닝 모듈로 말이지요. 3 x 2니까 총 6개의 사운드 튜닝이 가능한데, 이걸 상세페이지에서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습니다. 근데 사실 이어팁도 다른 종류의 이어팁이 2종 제공되기 때문에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사운드의 가짓수는 12개랍니다. 굳이 왜 여섯개라고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 튜닝이 가능하니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찾아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제품입니다. 아주 유명한 말로 '이 중에 네가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있겠지' 랄까요.
각 옵션의 사운드 차이가 큰 편입니다. 변경하는 수고로움을 들이더라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3종의 교체 노즐입니다.
골드 (기본) : 표준이자 밸런스 타입입니다.
블랙 : 담백하게 소극적인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소리의 방향이 안쪽을 향합니다.
실버 : 화려하게 쭉쭉 뻗어나가는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소리의 방향이 바깥쪽을 향합니다.
보통은 노즐 교체를 통해 고음 강화, 저음 강화 이런식으로 음역대 밸런스를 조절하는데 이 제품은 음색 밸런스는 건드리지 않고 소리의 적극성이나 방향성의 차이를 보이는게 좀 특이하죠? 사람으로 치면 블랙 노즐은 아싸, 실버 노즐은 인싸스러운 사운드가 된다고 비유하고 싶군요. 청자의 기분이나 컨디션 상황에 맞춰 노즐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챔버 튜닝 모듈입니다. 구멍이 뚫린 것과 구멍이 막힌 것으로 2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챔버 튜닝 모듈은 소리의 타이밍을 변경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타이밍을 변경한다기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바꾼다고 설명하고 싶군요.
구멍이 뚫린 것 : 현대적, 강한 타격감, 확실한 맺고 끊음, 또렷함, 맑고 깨끗함
구멍이 막힌 것 : 과거 지향적, 부드럽고 유연한 흐름, 흐릿한 안개, 몽글몽글한 분위기, 음을 길게 늘어뜨리고 잔향감 부여
이런 세팅이 있을 경우 저는 대부분 과거 지향적 사운드를 더 선호하고 남들에게는 현대적인 사운드를 더 추천드립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과인데요, 음악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전해지는 감동의 수치가 구멍이 막힌 것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도 왜 남들에게는 현대적인 사운드를 더 추천하느냐, 그쪽의 호불호가 확실히 적기 때문입니다.
aune가 타 브랜드 대비 음악성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구멍이 막힌 것의 사운드를 꼭 한번 즐겨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첫인상은 먹먹하고 답답하게 들릴 수 있을텐데 조금만 귀 또는 뇌가 적응할 시간을 주도록 합시다.
다음은 이어팁입니다. 이어팁은 표면이 보들보들한 무광과 매끄러운 광택 2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보들보들 무광 이어팁 : 고음 강화, 위쪽으로 공간을 넓게 열어줌
매끈매끈 광택 이어팁 : 저음 강화, 아래쪽으로 공간을 넓게 열어줌
- 이번엔 이어폰 차례
aune가 DAC/AMP 브랜드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갖게 된 이후, 그간 선보인 헤드폰과 클립형 헤드폰이 제 기준에서 모두 출중한 성능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IR300 역시 사실 별 걱정이 안들었는데요, 예상했던 결과가 그대로 나와 아주 편안하게 리뷰하게 됐습니다.
IR300은 음악 감상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이어폰 애호가에게 추천드릴 수 있는 이어폰입니다. aune 브랜드 특성상 '차분하고 진지한' 음악만을 편식한다는 느낌은 들긴 하지만, 12첩이나 되는 반상이라 입이 심심할 틈은 없을겁니다. 12종의 각 옵션이 그냥 가짓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모두 정성어린 맛을 품고 있어서 여러 개의 이어폰을 하나로 합친 듯, 가성비가 아주 좋습니다. 어느 분 말마따나 이제 aune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 대열에 합류한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