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림의 화려한 귀환

VISION EARS Custom Line 5종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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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ision Ears

비전이어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로, 개인적으로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합당하다 생각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프리미엄 이어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입니다. 가성비 이어폰을 잘 만드는 브랜드도 있고, 미들급 이어폰의 강자로 알려진 브랜드도 있는데 이 브랜드는 프리미엄 등급(판매가 100만원 초과)의 제품만을 다룹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이어폰이 이 브랜드 것은 아니지만 경쟁 브랜드에 비해 전 모델이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특징이 있고, 디자인, 착용감, 사운드, 브랜드 인지도 등 여러 판단 기준을 종합했을 때 최강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라는 생각입니다.


둘째로 자신감과 고집이 대단합니다. 이 브랜드는 원래 커스텀 이어폰만을 취급했었습니다. 그래서 왜 유니버셜 이어폰을 제작하지 않냐고 물었었는데, '우리는 구매자에게 비전이어스 유저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직 단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답하더라고요. 이정도까지 강하게 말하니까 오히려 믿음이 갔습니다. 물론 지금은 팬들의 요구에 따라, 또는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유니버셜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요.


셋째로 제 메인 이어폰이 비전이어스 VE7입니다. 소위 끝판왕 이어폰들과 비교하기 위해 삼은 기준이라고 보시면 될 텐데요. 그런만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그니처 컬러가 보라색입니다. 제품 곳곳에서 보라색을 볼 수 있어요. 사실 이건 장점이라고 볼 수 없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브랜드의 시그니처는 뭐가 됐든 하나라도 더 있는게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 좋습니다. 보라색이 음향기기에서 잘 안쓰이는 컬러라 그런지 보라색만 보면 비전이어스가 떠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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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라인업

비전이어스의 라인업은 둘로 나뉩니다.


- 모니터링 용도의 VE 라인

- 음감러를 위한 프리미엄 라인


이 중에 비전이어스의 핵심이자 메인스트림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VE 라인입니다. 원래 커스텀 이어폰이 주력이었던 만큼 주 고객이 음향업계의 프로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용도는 모니터링이라고 봐야겠지요. VE 라인은 VE2부터 VE10까지 총 8개 모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VE1과 VE9이 출시되어 빙고 한 줄을 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들이 모두 단종되고 다섯 모델로 압축되어 '커스텀 라인'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근본이 커스텀 이어폰이었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가짐이었을 것 같네요. 게다가 이전 VE 라인의 선택지가 너무 많고 등급간 간격이 너무 촘촘해서 뭘 골라야 하는지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렇게 간결해진 라인업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VE 라인업이 무려 12년동안 유지되었다가 바뀐 것이라 비전이어스 입장에서는 큰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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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전이어스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


VE ONE : 165만

VE PRO : 257만

VE PURE : 349만

VE XCON : 404만

VE ZEN : 552만


새롭게 리모델링된 '커스텀 라인' 다섯 모델입니다. 표기된 금액은 유니버셜 버전 기준이고요. 셰에라자드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우선 유니버셜 버전을 선보이고 추후 커스텀 버전도 판매된다고 하네요.


각 모델의 설명에 앞서 공통점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봅시다.


1) 좋은 착용감

차음성과 착용감에 직결되는 이어폰의 몸체, 즉 쉘을 아주 잘 만듭니다. 쉘의 크기와 모양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브랜드마다 다른 이론과 경험을 갖고 만들텐데 제 생각에 가장 독보적인 실력을 가졌습니다. 보통 커스텀 이어폰 브랜드는 커스텀 쉘에 비해 유니버셜 쉘의 만듦새가 더 떨어집니다. 커스텀 쉘과 유니버셜 쉘의 제작은 꽤나 다른 작업이거든요. (맞춤복 전문과 기성복 전문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음) 이 브랜드는 커스텀 쉘이든 유니버셜 쉘이든 둘 다 잘만듭니다. 귀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봐야겠습니다.


같은 이유로 커스텀 이어폰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가장 추천하는 브랜드입니다. 몸에 딱 달라붙는 래쉬가드 수영복을 입은 듯한 느낌으로 설계를 하기 때문에 착용시 위화감이 거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어팁을 사용하는 유니버셜 이어폰보다 커스텀 이어폰쪽의 위화감이 전체적으로 더 높은 편인데, 이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 차별과 무차별

다섯 모델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중한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래 4모델(ONE / PRO / PURE / XCON)은 거의 쌍둥이 형제처럼 비슷합니다. 금액에 따른 확실한 차별을 원하시는 분들은 좀 아쉽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다만 큰형인 ZEN은 디자인도 다르고 이어폰의 재질 또한 유일하게 금속이라 확실히 아래 모델들과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나머지 네모델에 공통적으로 스핀핏 이어팁이 채용되었고 *2pin / 4.4mm 분리형 케이블이 사용되었는데, ZEN에는 스핀핏 외에 아즈라 오리진 이어팁이 추가 제공되고, 케이블도 커넥터와 플러그 규격만 같을 뿐 훨신 더 고급 사양이 적용되었습니다. 아예 비싼 티를 내고 싶으면 플래그십으로 가라...는 메시지일까요?


*이전 VE 라인에서는 기본으로 2pin - 3.5mm 은도금 동 케이블이 사용되었고 이번 커스텀 라인에서는 기본으로 2pin - 4.4mm 7N 동 + 은도금 동으로 더 업그레이드 된 사양의 케이블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3) 황희 정승

비전이어스의 커스텀 라인은 기본적으로 모니터링 용도입니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링 제품들은 음의 입자가 작고 선예도가 높은 칼같은 해상력을 주무기로 사용합니다. 반대로 음악감상용 제품들은 부드럽고 풍성하면서 밀도감이 높은 사운드를 주무기로 사용하지요. 커스텀 라인 다섯 모델은 두 진영의 사운드 특징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니터링 성향을 지닌 음악감상용 이어폰이라 간주해도 무방합니다.


4) 에너지로 충만한

다섯 모델 공통적으로 에너지가 충만해서 귀에 꽂으면 자동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드'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링 제품들은 객관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음의 온도가 변하지 않는, 그러니까 흥분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커스텀 라인 다섯 모델들은 적극적으로 생동감을 전달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음악 감상 용도에도 꽤 잘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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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VE ONE : 165만

1Bass / mid : DD

1High : BA


커스텀 라인의 엔트리급인만큼 가장 신나고 쾌활하며, 약간은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박력 수치가 높습니다. 확실하게 윤곽이 잡혀있는 덩어리진 저음이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기며 사운드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보통 프리미엄 등급의 이어폰들이 재미 면에서는 대체로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반면, VE ONE은 확실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장르를 타지 않는 올라운더라서 ONE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신나는 음악에 가장 매칭이 좋습니다. 기존 VE2 ~ VE4.2의 사운드를 종합하여 버무린 사운드라고 생각되며, 이전 VE 라인의 사운드에서 가장 변화가 적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통의 비전이어스 사운드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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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E PRO : 257만

1Bass : DD

1Bass / mid : BA

1Mids / highs : BA

1High : BA


이전 VE 라인업 제품들의 사운드가 대체로 음끝이 둥글고 밀도가 높은 편이라서 해상력이 좋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는 않았습니다. 제 입장에서야 이 정도면 충분히 들릴건 다 들리는 해상력이고, 대신 편안함 점수가 높으니 됐지 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비전이어스는 그런 피드백을 꽤 많이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확실한 해상력을 주무기로 한 모델을 하나 선보였습니다. 이름도 '프로'군요.


높은 해상도의 칼같은, 날것의 사운드를 작은 입자로 분리하여 여과없이 그대로 들려줍니다. VE ONE과 다르게 저음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고음의 비중이 늘었으며, 특히 보컬의 위치가 매우 가깝고 호소력이 짙습니다. 기존 VE5를 재해석하고 계승한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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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E PURE : 349만

2Bass : BA

2Bass / mids : BA

1Mid : BA

1Mid / highs : BA

1Superhighs : BA


이 모델은 아래 두 모델과 확실히 구별되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DD없이 BA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DD가 채용된 두 제품에서 볼 수 있는 페이스 플레이트의 에어덕트가 없습니다. 소리의 방향성에서는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두 모델이 점의 사운드로 응집력을 강조했다면 이 제품은 면의 사운드로 전체 공간을 확산하며 채운다는 느낌으로 들려줍니다. 또한 아래 두 제품의 사운드는 직선으로 고막을 향해 돌격하는데 이 제품은 음과 음을 부드럽게 이어준다는 느낌입니다. 당연히 편안함 점수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음 자체보다 공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만큼 기존의 VE7과 방향성이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VE7과 비교해보면 이 제품의 '뉘앙스' 표현 능력이 훨씬 더 좋습니다. 더 감성적이고 영롱한 울림이 있어요. 이 느낌을 퓨어하다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원래 퓨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와 약간 다르기도 하고, 그간 비전이어스가 들려주었던 사운드와도 약간은 결이 다른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두 모델이 '음'만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면 이 제품은 그 외의 '뉘앙스', '공간'등의 더 다양한 요소까지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의 첫 인상은 어둡고 먹먹한데, 천천히 밝아오면서 익숙해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런 이어폰들이 대개 그렇지만 첫 느낌만으로 판단하면 안됩니다. 이해가 필요하고 듣는 이의 경험과 내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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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VE XCON : 404만

2Bass : BA

2Full range : BA

1Mid / highs : BA

1Highs : BA


두가지 맛을 하나로, 페이스 플레이트의 모듈을 통해 사운드를 변경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모듈은 자석이라 구성품에 포함된 분리 도구로 쉽게 탈착할 수 있습니다. 모듈이 이렇게 작다면 분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실텐데 분리도구의 자성이 워낙 강력해서 어지간한 거리라면 모듈이 날아가 달라붙습니다. 완전 찰싹 달라붙어있기 때문에 따로 모듈 보관함이 필요 없을 정도예요.


막힌 거(모듈 장착) : VE ONE + VE PURE

저음 비중이 높고 강력한 박력을 기본으로 퓨어의 개방감과 뉘앙스를 더한 버전입니다.


뚫린 거(모듈 제거) : VE PRO + VE PURE

고음 비중이 높고 차분하고 섬세한 표현력을 기본으로 퓨어의 개방감과 뉘앙스를 더한 버전입니다.


모듈 하나로 이렇게까지 느낌이 다른 사운드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특히 모듈이 장착된 사운드는 이게 정말 BA의 저음인가? 라는 의문을 낳을 정도예요. 모듈을 장착했을 때는 불같은 소리지만 모듈을 제거하면 물같은 소리가 납니다. 따라서 이어폰을 2개 구입한 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듈 장착된 쪽의 사운드가 더 마음에 드네요. 아래 모델 퓨어를 들었을 때 개방감과 뉘앙스는 마음에 들지만 뭔가 내용이 허전하다? 앙금(소)이 없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XCON 모델로 넘어가시길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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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VE ZEN : 552만

1Bass : DD

4Bass / mids : BA

2Mids : BA

2Mids / high : BA

1Superhighs : BA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첫째, 대장으로 대우해주고 있습니다. 이 제품만의 독보적인 디자인과 재질, 그리고 깔맞춤된 고급 케이블까지 고급스러움이 줄줄 흘러넘칩니다. 사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아래 네 모델들의 기본 케이블이 약간은.... 부실하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금액을 고려해보면 말이지요. 게다가 유일하게 이어팁도 2종이나 제공되며, 케이스도 유일하게 금속이 아니라 가죽 케이스입니다. 금속 케이스는 보기엔 멋지긴 한데 이동하며 휴대하기엔 위험부담이 큽니다. 물론 이어폰 본체가 위험하다는게 아니라 케이스가 상처를 입겠지요. 가죽 케이스는 그럴 부담이 적고 더 고급스럽게 치장된 느낌을 줍니다.


아래 모델 XCON에서는 저음+박력 VS 고음+섬세함을 구분하여 모듈에 따라 다르게 들려주었는데요, ZEN은 '그럴 필요가 뭐 있어 그냥 한 번에 다 나오면 되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음+박력+고음+섬세함이 모두 존재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맏형다운 특별 요소가 있어요.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공간을 꽉채우고 있는 밀도감, 그리고 특유의 생생함이 있습니다. 분명 이어폰 끝판왕으로 추켜세울 사운드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제품만 이어팁이 2종 제공되는데 음역대 밸런스를 건드리기보다는 용도를 바꾸는 느낌입니다. 아래 네 모델에서 동일하게 제공되었던 기본 스핀핏 이어팁에서는 모니터링에 적합한 사운드를, 아즈라 오리진에서는 음악감상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냅니다. 이어팁 2종이 제품의 성향을 극적으로 변경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보죠.


스핀핏 CP145 : 다이내믹함 + 넓은 공간감 + 터질것 같은 에너지의 향연, 귀에 따박따박 꽂힘

아즈라 오리진 :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음, 오래 듣기에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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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독보적인 이어폰 명품 브랜드


이렇게 'VE 라인'의 DNA를 이어가면서 더할거 더하고 뺄 건 빼면서 새롭게 완성된 '커스텀 라인' 다섯 모델을 만나봤는데요, 제가 보기엔 전체적으로 고음의 비중 및 해상도가 증가했고 공간의 연출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고가의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여 개선한 것이라 생각되네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업데이트라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만든 유행어, 비전이어스를 위해 만든 문구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차는 독일의 벤츠, 이어폰은 독일의 비전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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