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무선 헤드폰의 목표를 조명하다

final UX5000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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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al


저는 자칭 파이널 전문가로서 파이널의 전체 라인업을 둘로 나누어 5000 모델까지는 그래도 이해하기 쉽고 접근성이 높은 제품, 6000 모델 위로는 이해와 인내가 요구되는 고급 제품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이 기준은 파이널의 모델 넘버가 1000에서 8000 사이였을 때 정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위아래로 더 확장되어 아래로는 500, 300 모델도 출시되었고 10000 모델도 곧 출시될 예정이니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5000 정도면 고급 모델로 간주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죠.


'여기서부터는 마음의 준비(넓은 아량 + 돈)가 필요합니다. 각오가 되셨으면 입장하십시오'



- 무선 제품이 나아가야 할 길


파이널의 무선 라인업은 이어폰 ZE 시리즈와 헤드폰 UX 시리즈로 나뉩니다. 이들은 유선 모델과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이어폰과 헤드폰의 물리적인 구조로 사운드를 1차 튜닝하는 것 외에 내부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2차적으로 사운드를 튜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이널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선에서는 불가능했던 2차 사운드 튜닝으로 우리는 궁극적인 현장감을 제공하겠다'


이게 아예 새로운 개념도 아니고 이미 적용된 제품을 이미 한 번 정도는 만나보신 적이 있을겁니다. 바로 가상 서라운드가 적용된 게이밍 헤드셋입니다. 음의 정위(거리 및 방향을 포함하는 위치 정보)를 재설정하고 현실에 가까운 공간을 연출하여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지요. 가상 서라운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어떤 음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데 정답이 있는가? 라는 질문의 정답은 없습니다. 따라서 가상서라운드가 적용된 모든 제품의 공간 크기, 모양, 표현력은 전부 다 다릅니다. 제가 봤을 때 파이널의 공간 표현력은 모든 포터블 음향기기 브랜드를 통틀어 최상위 수준입니다.


당연히 저가형 모델로는 '초월적인 공간 표현'이란 목적지에 바로 도달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낮은 넘버의 UX 시리즈는 다른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사운드와 좋은 기능으로 누구나 무선 이어폰/헤드폰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포지션이지요. 허나 UX5000에서는 공간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노골적으로 음에서 공간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무선 이어폰 ZE 시리즈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최상위 무선 이어폰 ZE8000은 내 눈 앞에서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무대 한복판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했는데요, 만약 UX8000이 출시된다면 아마 비슷한 식으로 세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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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X5000


BT버전 : 5.4

지원 코덱 : SBC, AAC, aptX, aptX Adaptive, LDAC

최대 재생시간 : 45H(ANC ON) / 65H(ANC OFF)

무게 : 310g

노이즈 콘트롤 : ANC / OFF / AMBIENT

구성품 : 3.5mm 케이블, 하드케이스, 설명서

금액 : 350,000원


5000 넘버치고 금액이 꽤 착하게 설정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마 무선 제품의 특성상 가격 상한선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생각해보니 무선 이어폰 최상급 모델인 ZE8000도 출시 금액이 50만원 아래였네요.


파이널 모델이 금액적으로 세분화되어 나오는 건 참 좋은 일인데 어째 나오는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ZE 시리즈에서 ZE3000,ZE2000 -> ZE8000 이렇게 중간이 없이 나가는게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UX 시리즈는 UX3000,UX2000 -> UX5000 -> UX1000 순서로 나오거든요. (파이널에서 시리즈의 기준은 3000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보통은 3000부터 시작함) 사실 추구하는 높은 이상이 있으면 그걸 한방에 보여주면 안됩니다. 살살 감질맛나게 조금씩 보여줘야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요.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기술입니다.



- 디자인과 착용감


UX5000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외형적 특징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가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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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멀한 정장 느낌

파이널의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은 '심플에 묵직을 더했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상위 모델로 갈수록 조금 더 묵직해지죠. UX5000도 모나지 않은 표준형 무선 헤드폰 디자인으로 포멀한 정장을 연상케 합니다. 플라스틱 재질이라 아무래도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파이널 고유의 시보 마감이 그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해줍니다.


착용감도 정장 느낌입니다. 아주 편하지는 않고 정장 특유의 약간은 각잡히고 긴장되는 느낌이랄까요. 어느정도로 느슨하고 짱짱하게 만들것이냐의 기준은 브랜드마다 다른데 파이널 생각에는 외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어느정도의 움직임이나 충격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세팅한 듯합니다.


다만 착용했을 때 헤드밴드의 모양새가 좀 아쉽습니다. 곡률이 더해져서 머리에 착 달라붙는, 그러니까 둥글게 감싸면 좋을텐데 약간 수평을 그립니다. 이러면 정수리쪽에 아무래도 무게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또한 누군가에는 생명같은(?) 헤어스타일을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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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그 스틱 콘트롤

기존 무선 헤드폰들은 물리 버튼이나 터치 패널을 이용한 조작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물리 버튼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둘 다 단점이 있긴 있습니다. 터치 패널은 명령 인식 정확도가 떨어져 아예 작동하지 않거나 의도치 않은 작동이 발생할 때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땀이 많은 체질이거나 날이 몹시 추운 경우 더욱 심해지죠.


물리 버튼은 아무리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버튼이 여러개라면 다른 버튼을 실수로 눌러버리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다음 곡 넘기기 / 이전 곡 넘기기의 명령이 3회 누르기라면 여러 곡 넘길 때 모양새가 좀 옹색할 수 있어요. 그래서 UX5000에서는 '조그 스틱'이라는 새로운 조작 방식을 탑재했습니다. 제가 일부러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조작을 가했는데 기대한 대로 다른 방식에 비해 오작동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체 헤드폰 실루엣과 동떨어진 디자인을 단점이라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전 봐줄만 했습니다. 장점으로 얻은 호감도가 높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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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이즈 콘트롤 버튼

조그 스틱 외에 유일하게 버튼 하나가 있는데 노이즈 콘트롤 버튼입니다. 이 버튼에 다른 기능은 없고 오로지 노이즈 콘트롤만 가능합니다. 그만큼 노이즈 콘트롤이 무선 헤드폰에 중요한 기술임을 잘 알고 있고, 심혈을 기울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노이즈 콘트롤은 ANC ON / OFF / AMBIENT 세가지인데, 버튼에 할당된 건 ANC ON / AMBIENT 두 가지입니다. OFF는 UX5000 전용 앱에서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파이널의 의도를 추측해보자면, 노이즈 콘트롤을 긴급하게 변경해야 할 때는 외부 사용 환경이니 중요도가 높은 2개만을 추린겁니다. OFF는 사운드 품질을 최대한 높이는 선택이기 때문에 내부로 들어가거나 안전한 곳에서 느긋하게 변경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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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어패드 교체

UX5000의 이어패드는 자석 형태라 매우 쉽게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이어패드가 낡아도 어렵지 않게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지요. 사실 이어패드의 탈부착 방식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의문이 들었습니다. '좀 더 편하게 탈부착 할 수 있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UX5000의 탈부착은 엘레강스합니다. 전혀 스트레스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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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1) 첫인상.....?

제가 파이널 제품을 다룰 때 꽤나 자주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특히 중급에서 고급 모델로 갈수록 심한데, 첫인상이 별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정확하게 말하면 '부정적'보다 '이질적'에 가깝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과 너무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일단 저는 남들과 같지 않다는 것 자체에 꽤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라 이런 속성의 제품을 만나면 일단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중요한 건 최종 결과겠죠. 파이널의 제품들을 계속 듣고 있으면 귀가 자연스레 트이면서 뭔가 설득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파이널은 음악의 힘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이고, 그걸 제품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능력이 있다는 데 도달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 예술적인 감각이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되는 성격은 아닙니다. 너무 괴리가 심하면 아예 시장에서 배척받을 텐데, 작금의 파이널 성장세와 규모를 보면 많은 분들이 설득당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괜히 파 - 멘이란 표현이 있는게 아닙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제품의 첫인상은 물음표지만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느낌표로 바뀝니다. 흥미롭게도 하위 모델 UX3000은 이렇지 않습니다. 첫인상부터 느낌표예요.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소리입니다. 물론 UX5000의 사운드는 더 깊고 간절하며, 더 찬란히 빛나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데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예요.


2) 저음 안개

이 제품의 첫인상은 어둡고 무겁습니다. 마치 저음의 안개가 드리운듯 뭔가 답답하게 응어리진 듯한, 또는 최면에 걸린 것 같은 몽롱한 느낌입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진입장벽입니다. 파이널이라는 브랜드의 진짜 매력은 '똘망똘망, 또랑또랑한 중고음'에 있습니다. 자욱한 저음의 안개 사이를 비집고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중고음으로 공간이 채워지기 시작할 때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느끼게 되죠.


이걸 파이널 본사에서는 크리스탈처럼 아름다운 울림이라고 묘사했더라고요. 보통 이런 수식어를 붙일 경우 맑고 깨끗한 느낌이 바로 연상되어야 정상이지만 이 제품의 저음 안개 때문에 공감이 전혀 안되실 수도 있습니다. 같은 얘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3)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지

음을 재배치하여 현장감을 제공하는 가상서라운드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상서라운드가 켜져있는 상태로, 끌 수 없기 때문에 저음 안개와 더불어 부정적이거나 이질적인 첫인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시간을 들이면 적응됩니다. 혹시나 제 말이 '좋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들어야 한다'라는 식의 억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파이널은 *바이노럴 효과에 대해 대단히 오랫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연구개발해온 브랜드입니다. 제가 그간 경험해온 모든 헤드폰의 공간감, 현장감 점수를 매겼을 때 1위는 오디지의 모비우스였고, 2위는 파이널 VR3000 EX이었습니다.


*음원이 각각 도달하는 위상차(시간차)로 인해 청취자가 마치 실제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


4) ZE8000 / ZE8000 MK2

이전 제 닉네임인 '내귀에공연장치'의 리뷰를 보셨다면 여태 제가 얘기한 내용이 ZE8000과 ZE8000 MK2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음을 눈치 채셨을겁니다. 당연합니다.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파이널 무선 제품의 목적지가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UX5000의 등급이 더 낮은 만큼 '저음 안개 + 독특한 공간감'의 단계 역시 더 낮습니다. ZE8000은 말그대로 정말 강렬했고, ZE8000 MK2에서는 조금 더 완화되었는데, UX5000은 그보다 조금 더 완화되었습니다. 파이널 측에서는 사용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때까지 점점 난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훈련(?)시킬 생각인가 봅니다.


5) 음질 특화 무선 헤드폰, 노이즈 콘트롤의 성능

저는 음향기기의 사운드 품질을 3개의 요소로 구분지어 판단합니다. 음질(해상력, 정보력), 음악성(개성, 예술성), 공간감(현장감)이지요. 근데 이건 저만의 기준이고 일반적으로는 음질이 곧 전체 사운드 품질을 말합니다. 파이널에서 UX5000을 음질 특화 무선 헤드폰이라 소개한 것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봐야하고요. 다시 말해 사운드 품질에 매우 공을 들인 무선 헤드폰이라는 얘기이고, 제가 얘기하는 3요소의 점수가 전부 높다는 뜻입니다.


보통 음향기기 브랜드들은 이런 무선 제품을 개발할 때 노이즈 콘트롤의 성능보다는 사운드 품질을 우선합니다. 따라서 노이즈 콘트롤의 강도를 낮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죠. 조금 적나라하게 말해 '지원하기는 함' 정도에 그치는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이널은 ANC / AMBIENT 양쪽 모두 강도가 강한 편이며, 그런 와중에도 재생 사운드 품질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당연히 전자기기 브랜드만큼의 강력한 성능은 못됩니다. 그쪽과는 아예 방향성이 다르다고 보셔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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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예술이고, 음향기기는 예술품이다


최근에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멕시코 영화 감독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작품인 프랑켄슈타인도 대단히 흥미롭게 봤고요. 이 분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인데, 기괴하게 생긴 괴물과 독특한 색감의 배경이 특징입니다. 당최 호감이 안가는 괴물(크리처) 때문에 진입장벽이 꽤 높을겁니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는 사랑과 감동, 아름다움이 가득합니다. 저는 파이널이라는 브랜드가 이 감독과 꽤 비슷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UX5000은 포멀한 디자인과 착용감, 준수한 기능으로 무장한 무선 헤드폰이지만, 진짜 매력은 사운드에 있습니다. 파이널의 고급 무선 헤드폰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비추고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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