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깎은 오픈형 이어폰의 반전매력

SIVGA M300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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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VGA


시브가는 2016년에 설립된 중국의 이어폰/헤드폰 전문 브랜드로 우드(자연)와 전통(유선), 장인정신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뭐 장인정신 없이 제품을 제조하는 음향기기 브랜드가 있나 싶겠으나 그걸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보통 프리미엄 브랜드, 고가 제품입니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비교적 낮은 금액대의 제품이 주력인데도 장인정신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모범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드나 전통이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이 브랜드는 현재 유행인 것, 잘 팔릴 수 있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묵묵하게 자신들이 갈 길을 걸을 뿐이지요. 그래서 시브가는 제가 아는 모든 음향기기 브랜드 중에서 가장 꼰대(?)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좀 표현이 거시기한가요. '여러모로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바꿔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 음향 브랜드, 차이파이에 장인정신이란 말이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시브가는 역설적으로 장인정신을 브랜드의 최우선 가치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가장 믿을 수 없는, 약점이라 생각되는 이미지를 강점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수 년간에 걸쳐 시브가의 노력과 진심이 전달되어 공감해주는 팬 분들이 꽤 많이 늘었습니다. 다른 차이파이는 몰라도 시브가는 장인정신 외칠만 하지, 이런 반응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요.


이어폰과 헤드폰 중 '우드의 매력'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헤드폰입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주력은 헤드폰이긴 한데, 이어폰과 헤드폰은 한 식구이기 때문에 수는 적지만 이어폰 라인업도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커널형 이어폰 Que / Nightingale 형제, 그리고 오픈형 이어폰 M200입니다. Que와 Nightingale은 각각 상위 버전인 Que UTG와 Nightingale Pro로 라인업이 확장되었고, 오픈형 이어폰 쪽도 M300이라는 상위 버전이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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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200과 M300


2022년 7월 국내 출시된 M200은 꽤나 충격적인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전통적인 우드 하우징 헤드폰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시브가에서 메탈 재질의 오픈형 이어폰을 내놓았다길래, '그래, 이런쪽으로도 한 번 도전해 보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여태 만나본 어떤 오픈형 이어폰보다도 높은 상품성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제품이야말로 현재 주류인 커널형 이어폰 진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용사, 오픈형 이어폰의 부흥을 다시 일으킬 수 있겠다고 말이지요. 저는 '대박이다'라 외쳤고, 작성한 리뷰에 『전설적인 오픈형 이어폰 젠하이저 MX400의 재림』이라는 호들갑 가득한 제목도 붙여주었지요. M200은 적잖은 오픈형 이어폰 애호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시브가의 국내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M300이라는 이어폰의 출시를 알게 되었을 때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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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00은 엔트리급 오픈형 유선 이어폰으로 판매가는 90,000원입니다. M200이 77,000원이었으니 크게 비싸졌다고 보기엔 어렵겠습니다. M200과 마찬가지로 15.4mm 대구경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채용되었고, 아프리카 에보니 우드 하우징이 사용되었습니다. 케이블은 분리되지 않고 플러그는 3.5mm입니다.


M200이 처음 출시 때 케이블에 포함되어있던 리모컨(+마이크)을 싫어하시는 분이 꽤 많았었는데, M300에는 기본적으로 빠져있습니다. 환영할만한 변화입니다. 이제 스마트폰에 직결할 일도 거의 없고, 내구성 우려도 있어서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되거든요. 현재 셰에라자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M200은 Standard로 리모컨이 없는 버전입니다.(69,800원) 아직 판매 중이니 오픈형 이어폰 애호가라면 이번 기회에 M300과 세트로 구매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M200의 디자인은 최대한 깔끔하게, 마감 수준만을 확실하게 챙기는 다소 소극적인 디자인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M300은 메탈 외에도 시브가의 장기인 우드를 포함시켰고, 그 둘을 조화시켜 훨씬 더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완성해냈습니다. 시브가의 디자인 장기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메탈과 우드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헤드폰이야 그렇다쳐도 이어폰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M300은 정말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브가의 사운드는 호불호 있을 수 있어도 디자인과 마감은 호불호 있을 수 없는, 뜨거운 진심이 느껴집니다.


시브가의 핵심 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현대의 기술로 전통의 감성을 리마스터한다' 입니다. 그러니 메탈은 현대적인 가치, 우드는 전통적인 가치라고 대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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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이 제품의 사운드 특징을 세 가지의 큰 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음량을 높여야 합니다. 낮은 음량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소리가 나요. 볼륨을 올려야 힘있게 소리가 뻗어나오므로 평소 자신이 듣던 것보다 조금 더 키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음량을 높여도 시끄럽거나 날카롭지는 않아서 충분히 높일만 하니, 저를 믿고(?) 조금 더 높여주시길 바라겠습니다.


2) M200과 분명 동일한 15.4mm 드라이버 사이즈이지만 대구경 진동판을 훨씬 잘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의 느낌이 많이 나요. 그런만큼 소리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디테일 말고,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디테일을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잔향이라든가 울림이 살아있는 음악에서 이 이어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M200을 잘 사용해오셨던 분들이라면 M300의 사운드가 뭔가 좀 더 멀고 두루뭉술하며,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겁니다. M300에서 소리보다 공간의 비중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리가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것, 소리가 펼쳐지는 전체 윤곽의 웅대함을 느끼게 되면 확실히 더 상급의 소리라 판단되실 겁니다.


3)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장르, 현대적인 음악에 그다지 추천드리기 어렵습니다. 별로까지는 아닌데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아요. 이건 M300 뿐만 아니라 모든 시브가 공통입니다. 제가 시브가 제품 소개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매번 하는 말이 있는데 이 브랜드는 클래식을 재생할 때 가장 빛이 납니다. 클래식 장르에 한해서만큼은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올 수 없는 가성비를 가졌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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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솜 장착 유무


이어솜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사운드가 너무나도 다릅니다. 물론 이어솜을 장착하지 않으면 헐거워서 착용이 되지 않는 분들은 선택지가 없겠지만 둘 다 착용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사운드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솜이 없으면 이전 M200을 계승하여 발전시킨 사운드입니다. 시원한 고음에 포인트가 있는 현대 오픈형 이어폰 계열이지요. M200과 비교시 소리보다 공간의 비중이 높아 입체적이고 깊이가 느껴집니다.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작 M200을 좋게 들으셨거나, 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오픈형 이어폰이 갖는 특유의 개방감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어솜이 없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봤을 때 이어솜이 없는 쪽의 평가가 좀 더 고르게 나올겁니다.


이어솜을 장착하면 밀도가 높고 울림이 강조되는 과거 오픈형 이어폰 계열이 됩니다. 매우 어둡고 짙은 안개가 드리워지면서 답답하고 먹먹하기 때문에 10초도 되지 않아 바로 내칠 수 있을 정도로 첫인상이 별로입니다. 적응하는 시간을 꽤 들여도 인상이 바뀌지 않을겁니다. 해상력이 매우 낮게 느껴지기 때문에 제품을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이 해상력인 분들에게는 상당한 악평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거야말로 다른 어떤 이어폰에서도 들을 수 없는 M300만의 사운드이자 굉장히 높은 수준,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음산한 분위기가 공포 게임/영화의 한복판에 들어온 듯하고, 음악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이런 소리는 음향에 대한 철학과 확신을 갖고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예술적인 소리가 엔트리급 금액대로 출시해버리면 가격 때문에 덩달아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 걱정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20~30만원대로 책정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이 금액대에 어울리는 소리가 아니예요. 조금 건방지고 위험한 발언이긴 하나, 엔트리급 제품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의 평가 기준 범위가 그렇게 넓지가 않기 때문에 이 제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소리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워낙 독특해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예 똑같지는 않지만 그나마 비슷한 것이 '황동 재질의 이어폰'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울림과 공명입니다.


어떻게 이어솜만으로 이런 극단적인 차이가, 그야말로 정반대의 사운드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2개의 이어폰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가성비가 훌륭한 제품입니다. 일단은 이해하기 쉬운 '이어솜을 뺀 상태'로 들으시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이어솜을 낀 상태'로 넘어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말씀드린대로 이어솜을 낀 상태의 사운드는 취향을 굉장히 많이 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양쪽에 매긴 점수는 이어솜을 뺐을 때 95점, 이어솜을 꼈을 때 120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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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전설적인 M200를 잇는 역대급 오픈형 이어폰이 다시 한 번 선을 보였습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이 금액에서 나와서는 안 될 사운드'가 나옵니다. M200에 비해 내외 양면에서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생각되는데, 외적인 것도 대단하지만 내적인 변화는 그야말로 경탄을 부릅니다. 시브가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이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예술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M300을 기점으로 만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리뷰한 모든 시브가 제품 중에 역대급입니다.


다만 이어솜을 꼈을 때나 뺐을 때나 공통적으로 인내심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어솜을 뺐을 때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어솜을 꼈을 때는 음악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래서 M300은 이어폰이 들려주는 사운드에 대해 진지하신분, 오픈형 이어폰 매니아, 이어폰으로 헤드폰을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이어폰에서 헤드폰 소리가 난다면 어떻게 들리게 될까? 의문을 갖고 계신 분들께 추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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