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UX1000
*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좋은 소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파이널 제품 리뷰를 여럿 진행하면서 자주 했던 표현들이 있습니다. 이 브랜드의 리뷰는 까다로우며 거의 추리를 하는 느낌이다, 독특한 음악성과 공간 연출력을 품고 있는데 다른 어떤 브랜드와도 같지 않기 때문에 취향을 많이 탈 수 있다, 이런 저런 진입장벽이 있지만 일단 한번 거기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면 자동으로 파-멘을 외치게 될 것이다라는 말들이었지요.
그런데 접하는 분들에게 필요이상으로 선입관을 주입시켜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분명 이게 파이널의 모든 제품에 통용되는 말은 아니거든요. 유선 제품에 비해 무선 제품, 특히나 3000 넘버 이하의 낮은 숫자 제품들은 누가 들어도 단번에 인정할만한 좋은 소리를 냅니다. 따라서 파이널이 이 유명한 말을 아주 착실히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습은 쉽게, 통달은 어렵게'
오늘 소개할 제품은 파이널의 '무선 헤드폰 + 1000' 모델이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아주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아예 진입장벽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파이널의 1000번대 제품이 처음으로 출시된 것은 2018년 말의 E1000이었는데, 파이널 본사에서 직접 『학생용』이라고 소개한 만큼 아예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엄청난 가성비를 오병E1000의 기적이라 비유했었고, 리뷰의 제목은 '좋은 소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로 정했습니다. 이번 UX1000 역시 E1000과 비슷한 결론이기 때문에 똑같은 제목을 붙여주었습니다.
- UX1000
BT 버전 : 5.4
BT 코덱 : SBC, AAC
사용 시간 : 40~70H (ANC ON/OFF)
무게 : 250g
기능 : 멀티포인트, ANC, AMBIENT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UX시리즈는 3종입니다.
UX1000 (93,000원)
UX3000 SV (210,000원)
UX5000 (350,000원)
원래 파이널은 300부터 10000까지 숫자로 등급을 구분하기 때문에 UX5000이면 중급으로 간주해야 하지만 무선 헤드폰 UX시리즈 기준으로는 상급 모델입니다. 제가 볼 때 아주 명쾌하게 포지션이 정해져 있습니다. UX1000은 최대한 많은 대상에게 득표할 수 있는 상품성과 가성비를 뽑아낸 모델, UX3000은 어느정도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지만 그만큼 완성도를 높인 모델, UX5000은 본격적으로 파이널이 생각하는 이상향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모델입니다.
- 디자인 및 착용감
1000 넘버 모델들의 타깃은 학생이니만큼 대단히 심플하고 수수한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면 오히려 구매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여러 실사용 환경에서도 오염되지 않도록 매트 도장 마감을 해놓았습니다. 마찰력이 좋아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컬러는 그레이지(그레이 + 베이지), 블랙 2종류입니다. 보통 오염되기 쉬운 밝은 컬러는 선택하기 꺼려지지만 파이널 특유의 마감 덕분에 그레이지 색상도 부담없이 선택 가능합니다.
무게가 250g으로 굉장히 가볍습니다. 무선 헤드폰 중 머리띠처럼 생긴 디자인이 아니라면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리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머리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헤드밴드가 정수리를 누르는 것도, 이어컵이 양쪽에서 누르는 힘도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아주 편안합니다. 또한 스위블 / 폴딩을 모두 지원하는 디자인이라 휴대가 간편합니다.
- 기능
본사에서 제공한 UX1000 상세페이지를 확인해보면 최상단에 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두 문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문장은 하이브리드 노캔 & 앰비언트입니다.
보통 음향기기 브랜드들은 기능의 강도를 높이기보다 재생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는 세팅을 합니다. 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파이널의 ANC / AMBIENT 기능은 강도도 높고 적용하더라도 재생 품질을 건드리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강도 점수와 재생 품질을 건드리지 않는 점수를 합산한다면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겁니다.
노이즈 콘트롤 버튼을 1회 짧게 눌러 ANC / AMBIENT 모드를 변경할 수 있고, 2초 이상 길게 눌러서 OFF 모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NC / AMBIENT 모드는 마이크가 작동중이고 마이크로 받아들인 음성 신호를 변환하기 위한 회로(연산)가 어떤식으로라든 동작하게 되며, 그것을 재생하기 위해 진동판의 일정 영역을 할애할 수 밖에 없으니 그런 절차가 없는 OFF 모드가 사운드 품질로는 가장 낫다고 설명해왔지만 가끔 틀릴 때가 있습니다.
제조사가 애초부터 ANC / AMBIENT가 가동중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서 사운드를 튜닝했을 때가 그렇습니다. UX1000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 제품은 OFF 상태보다 ANC / AMBIENT 모드일 때의 사운드가 더 좋습니다. 실제로 사운드 품질이 더 나은 건 아닌데, 듣기에 더 좋고 이 제품의 포지션에도 잘 어울리는 음색이 나옵니다. 따라서 아래의 사운드 설명은 모두 ANC ON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 누가 들어도 좋은 사운드
1) 팝에 좋은
파이널 본사 상세페이지에서 언급한 두번째 특징은 어떤 장르의 악곡도 즐길 수 있는 깨끗한 고음질 사양입니다. UX1000은 고음 - 중음 - 저음이 3.3 : 3.3 : 3.3으로 기가 막힌 밸런스의 올라운더 헤드폰입니다. 특정 장르에만 강점을 보이는 것은 가성비 제품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판단하기에 음향기기의 높은 성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르는 팝이 아니라 재즈, 클래식입니다. 그리고 파이널은 이런 진지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음악 장르에 매칭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음향기기 명가 브랜드에 틀림없죠. 그러나 무선 + 낮은 등급, 이 두가지 속성이 반영된 제품에서는 팝에도 뛰어난 매칭을 보입니다. 저음의 비트감이 훨씬 더 잘 살아나거나, 잔향감이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되어 빠른 속도의 음악에도 따라갈 수 있도록 반응이 기민해지는 변화이지요.
제가 여태 만나본 등급이 낮은 무선 제품들 (ZE3000 SV / ZE500 for ASMR / ZE300 / UX3000 SV / VR3000 Wireless / VR3000 EX)은 모두 이런 속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깊이있게 들어가야만 좋은 소리라고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직후부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타깃층에 맞는 적합한 튜닝이라 하겠습니다.
2) 공간 연출력과 현장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속성, 특히 팝에 매칭이 좋다는 사운드 특성은 비슷한 금액대의 경쟁 제품이라면 갖추고 있는 능력이라 크게 장점으로 어필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UX1000이 갖고 있는 공간 연출력과 현장감은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일단 고음이 맺히는 위치가 매우 높고 저음이 맺히는 위치는 매우 낮은편이라 경쟁 제품들 중에서 가장 공간의 크기가 크고 여유롭습니다. 파이널 본사에서도 마치 음악을 라이브와 같은 현장감으로 즐길 수 있는 사운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널의 공간에 대한 집착은 벌써 수년째 계속되어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보통은 미들 ~ 프리미엄 등급으로 가야 발현되는 속성이라 엔트리급 제품에서는 대단히 희귀하기 때문에 가장 큰 장점이며 점수를 높게 주고 싶습니다.
3) 자연스러움
일반적으로 엔트리급 제품에서는 어떻게든 소리를 강조하는 편입니다. 해상력을 높게, 모든 음을 낱낱이 분해하고 분리해버리고, 고음도 강렬하게, 저음도 웅장하고 파워가 넘치게, 보컬도 귓속으로 쏙쏙 박히게 말이지요. 엔트리급 특성상 이런 속성들이 적절하게 조율되거나 정제되지 않고 바로 들려주기 때문에 때로는 우악스럽다거나 부담스럽다거나 부자연스럽게 들리게 됩니다.
그러나 사운드의 완성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쪽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UX1000은 이런 부자연스러움을 확실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거칠거나 부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을 여러차례 깎아내어 튜닝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자연스러움이 앞서 설명한 2번의 특징과 함께 UX1000만의 특장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4) 보컬 집중
보컬은 가장 선호 폭이 넓은 대중적인 장르입니다. 엔트리급 제품을 찾는 분들 중에 특정 악기만을 듣거나 아예 보컬이 배제된 음악을 듣는 경우는 소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파이널의 최근 무선 제품군에서 보컬의 매력을 잘 살리도록 튜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브랜드 공통으로 여성 보컬 표현력이 발군입니다.
- 파이널표 가성비의 진수
음향기기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기 때문에 엔트리부터 플래그십까지 모두 다루는 파이널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양극단에 위치한 제품들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플래그십은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고, 엔트리는 더 많은 파이널 팬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죠. 최근에 출시된 무선 이어폰 ZE300에서도 이런 체구, 이런 금액으로 이게 가능한 사운드와 기능인가?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UX1000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습니다.
파이널의 엔트리급 제품들은 '가성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이파이의 물결에 전혀 휩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