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H-ADX3000
- 오디오테크니카
오디오테크니카는 1962년에 설립된 일본의 대표 음향기기 브랜드로, 턴테이블 핵심 부품(카트리지)로 시작하여 종합 음향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는 마이크, 이어폰, 헤드폰을 주력으로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 등급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보통 음향기기 브랜드를 남성적 성격을 지닌 브랜드와 여성적 성격을 지닌 브랜드로 구별할 수 있는데, 그 중에 가장 극단적으로 여성적 브랜드라고 생각되는 것이 오디오테크니카(이하 오테)다. 어딘가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아주 잘 알고,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 이라는 수사법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음선이 매우 가늘고 섬세하며, 깊이와 기품이 느껴지는 고음을 갖고 있다. 고음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당연스럽게도 고음의 스페셜리스트가 오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테 고음의 특징이라면 교태 & 애교 & 생기로움이 있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테의 착색이라고 부르는데, 자연스럽고 원음 그대로의 표현을 중시하는 분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이야말로 오테라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강한 요인이며, 다분히 일본을 대표하는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테의 사운드는 일본 전통의 여성 예술인 게이샤를 떠오르게 한다.
오테의 매력인 독특한 고음 표현은 브랜드의 전제품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그 농도가 진해지는 것은 중급을 넘어서부터이다. 등급이 낮은 제품일수록 저음이 부각되며, 등급이 올라갈수록 저음이 걷혀 고음이 부각된다. 처음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어라, 그리고 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 ATH-ADX3000
Air Dynamic - ADX3000은 개방형-풀사이즈 구조의 Air Dynamic 시리즈에 속해있다. 단순하게 Air는 개방형 구조를, Dynamic은 사용된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의미하는 것일텐데, 좀 더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Air는 가볍고 통풍이 잘 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Dynamic 역시 개방형 구조에서는 쉽사리 구현하기 어려운 생동감 넘치고 탄탄한 저음을 품고 있다고 말이다. 이 카테고리의 1인자는 ADX5000이라는 제품이며 그 뒤를 잇는 2인자 모델이다. 사실 이 카테고리가 모델 2개 밖에 없어서 짜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ADX5000은 2,590,000원, ADX3000은 1,590,000원이라는 프리미엄 등급의 헤드폰들이다.
58mm DD - 평판형 드라이버가 아닌 다이내믹 드라이버치고는 가장 큰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이어폰이라면 모르지만 헤드폰이라면 드라이버 직경이 커서 나쁠 일은 없다. 특히 이 제품은 개방형 풀사이즈 제품으로 사실상 실내 전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A2DC - 2015년부터 시작된 오디오테크니카의 전용 단자 규격이다. 본사 설명에 따르면 '너무 타이트하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모 오디오 브랜드에서는 일부러 단자를 흔들거리게 만든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듯, 어느정도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있어야 충격에 더 강하고 결국엔 내구성을 더 높일 수 있다.
Made in Japan - 다분히 일본스러운, 정교하고 깔끔한 만듦새를 지니고 있다.
257g - 58mm의 큰 진동판, 귀를 완전히 덮는 풀사이즈의 개방형 헤드폰인데도 무게가 257g에 불과해 이보다 더 가벼운 풀사이즈 헤드폰은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시원하게 뚫린 헤드밴드, 개방형 구조 덕분에 시원시원한 착용감을 지닌다. 다만 착용감에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다. 이런 가벼운 무게라면 머리 위에 살포시 얹는 듯한 착용감을 기대하겠지만 ADX3000의 착용감은 착 달라붙어서 조이는 형태라서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류의 불편함은 헤드밴드를 벌린 후에 며칠 고정시켜 각도를 조절하면 조금 해소된다.
- 사운드
ADX3000의 사운드를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자면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운드'이다. 다른 말로 에어 다이내믹 그 자체다. 분명 고음에 강점이 있는 사운드이고 경쾌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끔 저음에도 분명한 가중치를 주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헤드폰의 저음은 빛나는 고음을 보좌하는 형태로만 존재한다. 결코 고음에 앞서거나 가리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역시 오디오테크니카의 핵심은 고음이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극강의 고음을 기대했다면 만족도가 매우 높을 헤드폰이다.
오테의 고가 헤드폰은 이어컵 재질에 따라 두가지로 구분된다. 우드냐, 비우드냐. 우드는 대놓고 클래식 지향이거나 따뜻한 음색의 무딘 성향을 지니기 때문에 과거의 오디오 사운드를 선호하는 연배가 높은 음향 애호가들을 위한 제품들이라고 볼 수 있고, 반대로 비우드는 현대적인 명료함과 정확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젊은 오테 애호가들, 특히 여러 장르를 고루 듣는 분들에게 좋은 매칭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ADX3000은 그간 오디오테크니카 고가 모델에서 다소 아쉽게 여겨졌던 편협한 장르 소화력이라는 단점을 어느정도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를 지닌 제품으로 보인다.
- VS ADX5000
그러면 최상위 모델인 ADX5000과 비교할 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당연하게도 최대 성능은 모든 면에서 ADX3000이 더 뒤쳐진다. 그 중에 특히 점수가 많이 깎인 부분은 공간 연출 부분이다. 사실 공간 표현은 음향기기에서도 가장 고급 옵션이자 어느정도 내공을 갖춘 애호가들도 잘 평가하지 않는 부분이다보니 같은 프리미엄급에서 차등하여 구분해야 한다면 가장 우선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위 모델답게 앰프 의존도와 에이징 기간이 짧다. ADX5000은 여태 경험해본 모든 헤드폰 중에 가장 에이징이 오래 걸렸으며, 고성능의 앰프를 요구했고 게다가 앰프의 매칭에 따라 극단적으로 성능이 갈리는 아주 까다로운 성미를 지녔다. 그런만큼 첫인상이 매우 안좋은 헤드폰이었는데, 몇개월에 걸쳐 서서히 극단적으로 소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겪고 나니 마법에 홀린 듯한 경험이었다. 비유하자면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여왕님이다.
ADX3000은 생기발랄 천방지축 공주마마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앰프를 가리지도 않으며, 거의 연결하는 순간 바로 최대 성능이 발휘된다. 또한 더 젊은 나이를 가진 만큼 소리의 분위기가 젊고 생기발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젊은 소리는 아닌 것이 어쨌든 공주는 공주라서 왕족만이 지닐 수 있는 기품, 우아한 선율을 느낄 수 있다.
- 정리
정리하자면 이렇다. 오디오테크니카의 장점을 정말 높은 수준으로 느끼고 싶고, 어느 한 장르만 들을 것은 아니고 두루두루 들을 예정이며, 지나친 장비를 투자하거나 너무 많이 포기하거나 이런 것은 좀 곤란하다고 생각되었다면 ADX3000이라는 헤드폰을 적극 추천할 수 있다.
오디오테크니카의 역사가 60년이 넘은 만큼, 오래 전부터 오테 제품으로 음감 생활을 오래 하신 분도 있을테지만 최근에 오테를 알게 된 젊은 세대들도 분명 있을텐데, 그들을 타깃으로 한 조금 밝고 젊은 느낌의 프리미엄 헤드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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