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GOT ET142
- SIMGOT(심갓)
심갓은 중국의 가성비 전문 이어폰 브랜드로, 국내에 알려진 수 많은 차이파이 중에 상당히 높은 인지도와 유저풀을 갖고 있습니다. 무선에 비해 편의성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는 유선의 세계에 입문하려 할 때 많은 분들을 인도한 브랜드라 생각되며, '저도 심갓으로 유선 이어폰을 시작했어요' 라는 간증을 여러 음향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심갓의 의미는 Simple + Elegant 라고 합니다. 과거의 가치와 현대의 기술을 접목하고, 예술적인 감각과 과학적인 시각을 접목했다는 것을 상징한다지만...... 뭔가 뜬구름잡는 느낌인 것 같아 저는 그냥 편하게 '심심하면 갓성비'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심갓 제품을 구매하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 ET142
심갓은 이어폰 전문 브랜드답게 여러 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이어폰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중 평판 - 자력형 드라이버를 채택한 이어폰들을 ET 시리즈라고 부릅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ET시리즈이자 심갓에서 가장 고가 모델이 바로 ET142입니다.
금액은 299,000원으로 전체 유선 이어폰 중에서는 엔트리~미들급에 속해있는 금액이지만 심갓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워낙 가성비 이어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고가 모델도 있었나? 하며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제가 그간 접해본 심갓 이어폰들도 비싸봤자 10만원대 제품이었기 때문에 과연 30만원에 달하는 이 제품에서도 '갓성비' 찬양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더군요.
ET142는 심갓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이기 때문에 최상의 사운드를 목표로 하고 있고, 그만큼 특별한 드라이버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12.5mm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가 전체 음역대를 담당하고 초고음 음역대는 1개의 피에조 드라이버를 사용해 보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구조의 이어폰이라 하면 다이내믹 드라이버(DD)+BA 드라이버를 말하는데,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는 DD의 상위 버전, 피에조 드라이버는 BA의 상위 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높은 성능을 지니지만 더 까다로운 튜닝을 필요로 하지요.
그와 더불어 3종의 이어팁과 4종의 노즐 필터, 그리고 1종의 폼 필터로 세부적인 튜닝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성능 자체도 뛰어나지만 단 하나의 이어폰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나 갓성비의 심갓이라 불릴 만 합니다.
- 디자인 & 착용감
플래그십 답게 럭셔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멋진 디자인과 빈틈없는 만듦새를 가졌습니다. 있어 보일 뿐만 아니라 묵직한 무게감도 있어 심갓 = 가성비 = 가볍다 이미지를 어느정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형태의 재질이 그렇듯 스크래치에 엄청 취약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더 아쉬운 것이, 페이스 플레이트 부분에 나사를 굳이 노출했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페이스 플레이트와 쉘을 연결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공기 순환을 위한 통로도 아니거든요. 디자인적인 포인트라고 보기엔 없는 편이 더 깔끔해보입니다.
이어폰의 전체적인 크기는 보통에서 작은 편으로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어폰 자체에 곡선이 많아 착용한 이후에도 편안함을 유지합니다.
- 사운드 첫인상
보통 이어폰을 착용 후 딱 들어보면 '아, 이거 이런 사운드구나' 라는 첫인상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만 이 제품은 이어팁 + 필터 조합에 따라 너무나 색이 휙휙 바뀌기 때문에 쉬이 첫인상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심갓 브랜드 제품인 만큼 어느정도 특징을 짚어낼 수는 있습니다.
1) 밝고 신나는 분위기 연출
2) 매우 높은 해상도와 정확한 타이밍으로 높은 음질 실현
3) 저음보다는 고음의 매력도가 높음
이렇게 요약할 수가 있는데, 사실 이게 심갓 고유의 사운드 시그니처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차이파이가 이런 성향이라서 심갓만의 특별함은 적은 편입니다. 보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간 경험했던 심갓 엔트리급보다 확실히 높아진 체급입니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으며, 안정적이고 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이어팁 3종
사운드 튜닝의 첫번째 이어팁 선택입니다. 총 3종류의 이어팁이 제공되는데 클리어 이어팁은 넓은 공간과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 그리고 빠릿빠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 블랙 이어팁은 정반대의 성향으로 어둡고 느린 분위기, 저음의 울림을 강조하는 차분한 사운드를 냅니다. 불투명 블랙(레드) 이어팁은 앞서 설명한 두 이어팁의 성격이 반반으로,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선명한 사운드를 표현합니다.
- 노즐 필터 4종
사운드 튜닝의 두번째 노즐 필터입니다. 총 4종류의 노즐 필터가 제공되며, 이들은 긴 노즐 2종과 짧은 노즐 2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긴 노즐은 소리의 방향이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여러 개의 드라이버를 채용한 멀티 드라이버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노즐은 소리의 방향이 안쪽을 향해있으며, 싱글 드라이버의 정갈한 사운드를 지향합니다.
4개의 각 노즐 필터는 색상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운드 컨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루 노즐 필터는 시원, 청명, 깨끗, 젊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으며 골드 노즐 필터는 잔향, 고급, 늙은, 그윽함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지요. 레드 노즐 필터는 열정, 응축된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고 블랙 노즐 필터는 비극적인 감성, 어두움, 우울함을 표현해줍니다.
- 폼 필터 1종
사운드 튜닝의 마지막 단계 폼 필터입니다. 교체 노즐 필터 내부가 비어있는데, 여기에 폼 필터를 삽입하여 음을 튜닝할 수 있습니다. 폼 필터를 사용하면 음 끝을 날카롭지 않게 깎고 부드럽게 연출하며, 일부러 해상력을 떨어트려서 올드한 사운드를 내게 만들어 줍니다. 턴테이블 / LP 소스기기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을 의도한 것 같은데,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음질이 더 떨어지는 만큼 취향이 많이 갈릴 것 같은 튜닝 방법입니다.
- 정리
ET142는 심갓 브랜드의 플래그십 이어폰으로 '언제나 허탈하게 만드는 미친 심갓의 가성비' 명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액이 상당히 올라간 만큼 절대적인 가성비 점수는 하위 모델 대비 낮을 수 있겠지만 비슷한 금액대의 타 브랜드 이어폰들과 비교한다면 가성비 점수가 결코 뒤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모든 장르에 다 심취할 수 있도록 여러 튜닝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이어폰만으로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수집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유튜브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