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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귓속 작은 요정의 속삭임

final ZE500 for ASMR

by 범노래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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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할 것인가

파이널에는 많은 유형의 음향기기가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사운드를 변형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게이밍용도 있고, ASMR용도 있고, 무선도 있고, 유선도 있고, 음질이 뛰어난 제품도 있고, 음악성이 뛰어난 제품도 있고, 공간감이 좋은 제품도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되는 소리의 갈래가 다양하다는 얘기는 여러 소리의 유형을 이해하고 그 장점을 표면으로 이끌어내어 체계화시킬 수 있는 의도와 능력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음향을 '소리' 로만 인식합니다. 특히 공간 활용 비중이 낮은 포터블 하이파이 유저들은 하이파이(스피커) 유저보다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허나 음향은 그 소리가 펼쳐지는 공간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까지의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포터블 하이파이 브랜드보다 파이널은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이널이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공간’에 대한 ‘공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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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ASMR

파이널에서 내놓은 ‘for ASMR’ 제품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을까요? 과연 ASMR에 적합한 사운드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일반적인 모니터링 / 음악감상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의 인식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어폰/헤드폰에서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무대가 내 전면에 연출되고 공간의 크기가 작다
2) 무대가 내 전면에 연출되고 공간의 크기가 크다
3) 무대가 내 머릿속 한 가운데 맺혀 소리가 나를 둘러 싸는 듯하고, 공간의 크기가 작다
4) 무대가 내 머릿속 한 가운데 맺혀 소리가 나를 둘러 싸는 듯하고, 공간의 크기가 크다

1,2번은 대부분의 이어폰/헤드폰이 취하고 있는 공간 연출입니다. 최대한 스피커와 비슷하게 소리를 들려주려는 것이고, 우리가 어떤 공연을 볼 때 무대가 전면에 위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이렇게 표현되어야만 자연스럽다고 느낄 겁니다. 1,2번 제품에서 공간의 크기가 차이나는 것은 의도라기보다는 등급의 차이인데, 더 고급 제품을 듣는 분들이 넓은 공간, 정확한 악기의 위치 표현 등에 높은 점수를 매기므로 제조사에서 더 신경을 쓰는 것이지요. 공간이 넓어지면 그만큼 소리의 밀도가 낮아져버리는 문제도 있고, 커진 공간의 한 구역에만 소리가 집중되지 않도록 잘 퍼트려 놔야 합니다. 사운드 튜닝의 차원이 하나 더 올라간 만큼 난이도는 몇배로 뜁니다. (가격도......)

4번은 게이밍 제품의 세팅입니다. 소리를 통해 현실과 같은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막힘없이 사방으로 열려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실에서는 소리가 내 위쪽에서, 옆쪽에서, 뒤쪽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들려오기 때문에 무대의 위치가 일반적인 이어폰/헤드폰과 다르게 연출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3번이 ASMR 제품의 세팅입니다. ASMR 콘텐츠의 특성상 최대한 귀에 가깝게 소리를 들려줘야 합니다. 먼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오는 ASMR 콘텐츠는 없거든요. 다시 말해 소리의 방향은 정확하게 캐치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거리까지는 굳이 캐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파이널에는 1번부터 4번까지 각 유형의 공간을 표현하는 제품들이 모두 있습니다. 하나씩 예를 들어보자면, E시리즈는 1번입니다. A시리즈는 2번이고요. for gaming이라 표기된 VR시리즈들은 4번입니다. 마지막으로 for ASMR이라 표기된 제품은 3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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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널의 ‘500’

파이널의 정규 모델들은 1000번부터 시작해 10000번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벗어난 500번 제품이 몇 개 있습니다. 이들 500번 제품들은 ‘학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세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학생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아주 낮은 가격으로 출시합니다. 학생 때부터 착실하게 파이널의 팬으로 만들어 키워가겠다는 의도겠지요. 둘째, 특별히 전문적이거나 특출난 점은 없지만 모든 면에 약간씩 발을 걸치고 있는 다재다능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용도에 따라 여러 음향기기를 구비해둘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나로 다 해결해야 하지요. 이걸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학생다움'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셋째, 윗모델에 비해 수수한 디자인을 채택합니다. 학생은 꾸미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요.


ZE500 for ASMR(이하 ZE500)은 E500 / VR500의 뒤를 이은 세번째 500번 모델로 금액은 119,000원입니다. 28,700원에 불과한 E500이나 49,800원에 불과한 VR500까지는 정체성에 맞는 금액이라 하겠으나 ZE500의 금액은 학생에겐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ZE500을 충분히 사용해본 결과 이 정도의 경쟁력이라면 역시나 500번 이름값을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파이널의 대변인이 되어(?) 이 제품이 생각보다 높은 금액이 책정된 것에 대한 근거를 하나씩 제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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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귓속에 소리 요정이 삽니다

제가 그간 접해본 모든 무선 이어폰 중에 가장 작습니다. 이 정도로 작은 몸체 안에 무선 이어폰의 다양한 부품들을 다 넣을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소립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어 '작은 것이 미덕이고 권력'이었던 *ag 코츠부 모델보다 무려 35%나 더 작다고 합니다. 이러면 코츠부는 뭐가 되나......싶긴 하지만, 코츠부는 ag고 ZE500은 파이널이니까 브랜드가 다르긴 하죠.

* ag : 파이널이 운영하고 있는 서브 브랜드.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사운드가 특징으로 음향 덕후가 아닌 라이트 유저 / 아동 / 여성을 타깃으로 함.

가장 긴 부분의 길이가 1.6cm, 가장 짧은 부위가 1.08cm에 불과하기 때문에 착용시 거의 귀와 하나가 되어 아예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덩치가 조금 큰 이어폰들은 착용을 해도 귀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걸 전문용어로(?) 프랑켄 슈타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ZE500은 보청기처럼 완전히 귀 안에 쏙 들어가기 때문에 정면에서라면 이어폰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없을 겁니다.

이 놀라울 정도의 존재감은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하든지 똑같이 미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턱과 입주변 근육을 격하게 움직여 말을 할 때도, 음식을 씹을 때에도, 잘 때 어느 방향으로 머리를 뉘이든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애초에 이 제품 패키지에 보면 ASMR & Sleep 이어폰이라고 표기해 놓았을 정도로 수면시 착용이 권장됩니다. 일반적인 수면 시간을 8시간 정도로 보지요. 따라서 이 제품은 초장시간 착용에 적합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크기 자체도 작지만 귀 내부로 들어가는 이어폰 안쪽 부분까지 커버하는 일체형 이어팁을 사용해서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설계한 점이나, 장시간 사용하는 만큼 귀지가 많이 발생할 텐데 그때마다 노즐 필터를 교체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4쌍을 더 제공하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잠귀가 놀랄만큼 밝아서 항상 3M 귀마개를 끼고 잡니다. 하루는 3M 귀마개, 하루는 ZE500, 번갈아가며 며칠간 비교해보니 확실히 ZE500 쪽이 더 좋았습니다. 3M 귀마개를 착용하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던 뭔가 귀속이 간질간질한 그 특유의 느낌이 없고, 잠에 들기 전까지 귀에서 속삭이는 ASMR 콘텐츠는 숙면을 유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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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 APP

파이널 무선 제품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Connect 앱이 아니라 'ZE500 for ASMR' 이라는 전용 앱을 사용합니다. 하나의 제품만을 위해 별도로 앱을 개발했다는 것, 다른 제품에서 공유하고 있지 않은 *고유의 디자인을 사용한다는 점은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 E500과 VR500은 다른 모델과 디자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 저렴해질 가능성이 있음. ZE500도 공유하는 모델이 추가되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작은 몸체에 많은 부품을 욱여넣은 것 자체도 대단한데 여기서 더 좋은 성능을 뽑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됨.

ZE500 for ASMR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ASMR 모드를 ON/OFF 할 수 없고, 볼륨 옵티마이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앱을 설치 후 사용해야 이 제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ASMR ON/OFF

ASMR 모드를 켜면 각종 음성 안내와 터치음이 모두 비활성화되어 ASMR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2) Volume Optimizer

ZE500의 기본 볼륨은 다른 모델보다 조금 낮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이 제품의 기본적인 용도가 ASMR / 수면용이고, 그 상황에서는 주로 작은 볼륨으로 듣게 되지요. 작아진 볼륨에서는 한 칸의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질 수 있어 더 세밀하게 조정하는 설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설정이 볼륨 옵티마이저로, 전체 볼륨을 낮은 / 중간 / 큰 셋 중에 하나로 선택한 뒤, 해당 구간에서 더욱 세밀한 조정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취침시에는 낮게, 야외에서는 높게 설정하면 편리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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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500의 무선 버전 사운드

이 이어폰의 기본적인 사운드는 E500의 무선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E500 사운드가 어떤건지 설명을 더 해야되겠군요. E500은 파이널에서 가장 낮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이어폰입니다. 그만큼 기초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방향성이 아직 자리잡지 못한 사운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무난무난, 모든 기준에서 다 적절한 절충형이지요.


적절한 저음 ~ 고음 배분, 적절한 해상력과 밀도감, 적절한 부드러움과 재미를 갖추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 무대 연출도 확실하게 전면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과 전면의 중간 정도로 약간 당겨져 있습니다. 음악만 듣는게 아니라 영화 / 게임 / ASMR 모든 콘텐츠를 E500 하나로 전부 커버할 수 있도록 일부러 두루뭉실하게 만든 겁니다. 비슷한 금액대의 타 브랜드 경쟁 모델과 비교하자면 부드럽고 따뜻한 계통입니다. 보통 이 금액대의 제품들이 대부분 선명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데 E500은 편안한 느낌이지요.


ZE500만의 독보적인 경쟁력들(매우 작음, ASMR ON/OFF, 볼륨 옵티마이저)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 금액대로 구매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의 사운드를 기준으로 판단해도 훌륭합니다. 나머지 경쟁력이 S급이라면 사운드는 A급 정도로 생각합니다. 특별히 ASMR을 즐기시지 않는다해도 구매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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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E500 for ASMR, 이런 분께 추천드립니다

장시간 이어폰을 착용하시는 분
일반적으로 이어폰이 귀에 잘 안맞으시는 분
잘 때 끼고 잘 무선 이어폰을 찾으시는 분
ASMR 콘텐츠를 가끔 ~ 자주 들으시는 분
음악감상, 게임, 영화시청 등 올라운더로 사용할 무선 이어폰을 찾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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