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AR 이어폰 5종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SWEEAR
스위어는 홍콩의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로, SWEET + EAR 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에서부터 어떤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구글에서 <스위어 이어폰> 이라고 한글로 검색해보면 결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브랜드를 경험해보신 국내 유저 분들도 거의 없을 듯합니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처음 소개하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큽니다. 첫 댓글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혹시라도 방향이 어긋나 이미지가 그걸로 고정되어버릴까 해서 말이지요. 굉장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스위어가 어떤 브랜드인지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공통점
1) 프리미엄 지향
국내에 선을 보이는 5종이 모두 판매가 100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마다 어떤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느냐가 다른데, 이 브랜드는 애초에 고급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가성비, 엔트리급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는 발에 채일만큼 많아도 프리미엄 브랜드는 그 수가 대단히 한정적입니다. 아무래도 경쟁자 수가 적으니 성공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겠지만 비호감을 살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뭐야, 얘는 뭘 믿고 이렇게 비싸?' 라면서요. 제 경험상 이런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대부분 설립자분의 예술가적 면모가 아주 강합니다. 따라서 제품에 자신의 경험과 주관을 뚜렷하게 반영시킵니다. 저는 마치 오마카세 요리점에 온 것처럼 한모델 한모델씩 음미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2) 차별없는 패키지와 구성품
5종 모두 같은 사이즈의 패키지와 가죽케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각 제품에 적용된 케이블이 모두 EMP(Exchangeable Muti-Plug design)라고 해서 2.5mm / 3.5mm / 4.4mm 플러그 교체형 케이블을 채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랙 실리콘 이어팁 / 그린 실리콘 이어팁 / 폼 팁 3종의 동일한 이어팁을 포함해서 세부 튜닝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3) IPP (Independent Pipeline Purify) 기술
노즐 끝에 뚫려있는 구멍을 보어(Bore)라고 부르는데, 그 보어와 각 드라이버를 독립적인 파이프로 연결하여 사운드를 튜닝하는 기술입니다. 제품마다 파이프의 개수가 다르고 보어의 개수와 모양도 각각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어의 개수와 모양을 다르게 해서 튜닝하는 것을 다른 브랜드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서 한단계 더 진화된 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4) 브랜드 제1원칙
5종의 이어폰을 모두 듣고나서 브랜드를 관통하는 어떤 원칙이 떠올랐습니다. 귀에 어떠한 부담도 주지 마라, 조금의 부담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낮게 깔려있는 부드러운 저음이 전체적으로 감싸안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음의 디테일한 표현보다 매끄럽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음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능이 좋으면 뭐하나? 어디까지나 사람이 듣기에 좋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 주장하는 듯해요. 이건 기본적으로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동일합니다. 고음질을 추구하면 할수록 오히려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등급이 올라갈수록 듣기에 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5) SWEET + EAR
이걸 달콤함이라고 얘기해야 할까, 달짝지근이라고 얘기해야 할까, 스위어의 모든 제품은 사운드가 귀에 착 감기기 때문에 애초에 소리를 딱딱하게, 정확하게, 차갑게, 분석하여 들려주지 않고 깊고 진한 울림과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소리의 느낌이 직선이다, 곡선이다 이렇게 나눠서 묘사하곤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곡선을 넘어 말랑말랑한 음선이라고 얘기해야 될 정도입니다. 혀에 올려놓으면 녹아 없어지는 고급 디저트 맛이랄까요. 이런 고유의 음악성이 두드러지는 사운드가 기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이어팁 선택
앞서 얘기한대로 스위어의 모든 제품에는 동일한 이어팁 3종이 제공됩니다.
1) 검정 실리콘 이어팁 : 음상이 맺히는 위치와 무게중심 높음, 공간을 확장하면서 소리를 전체적으로 뒤로 쭉 밀고 펼쳐주어 귀에 걸리는 부담을 최소화.
2) 그린 실리콘 이어팁 : 음상이 맺히는 위치와 무게중심 낮음, 소리를 가깝게 한 점으로 모아주어 집중력을 높이는 세팅, 귀에 걸리는 부담 보통.
3) 폼 팁 : 개방감과 소리의 투명함을 향상시키는 세팅.
제 경험상 이렇게 세 종류의 이어팁이 제공되었다면 그린 실리콘이 가장 고음 지향, 검정 실리콘이 밸런스, 폼 팁이 저음 성향 이렇게 구분될 것 같은데 결과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이 브랜드의 실리콘 이어팁은 높은 차음성과 적막함을 바탕으로 어두운 배경을 유지하면서 소리의 위치를 앞뒤로 밀고 당기는 용도로 사용하게 됩니다. 반대로 폼 팁은 투명하고 열린 공간을 연출하면서 개방감과 자연스러움을 강화시키지요. '내 귀가 이상해진 건가?' 계속 이어팁을 바꿔가며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 브랜드의 특성이 가장 잘 살아나는 이어팁은 그린 실리콘 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사운드 설명도 모두 그린 실리콘 이어팁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 모델별 설명
1) HE-LIVE5 : 1,020,000원
구성 : 10mm 1DD(L) + 1BA(M) + 1BA(MH) + 2BA(SH)
IPP Technology : 3 Pipe
한줄 요약 : '고급스러운 펀사운드'
브랜드 내 막내로서 가장 젊은 사운드를 갖고 있고, 가장 적극적이고 강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란하고 화려한 표현이 주력인데, 이런 사운드는 LIVE라는 이름답게 음악의 생동감을 잘 느낄 수 있고 확실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렬한 임팩트와 재미가 시원하게 '팍팍' 터진다는 느낌은 없는데, 스위어 브랜드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표면이 잘 포장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고급 무도회장에서 클럽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2) HE-N7PRO : 1,220,000원
구성 : 10mm 1DD(L) + 2BA(M) + 4BA(H)
IPP Technology : 3 Pipe
한줄 요약 : '액티브 모니터링 스피커를 이어폰으로'
LIVE5와는 정반대로 소리를 최대한 나대지 않게(?) 억제하고 있는 사운드입니다. 육중한 저음이 헤드룸을 가득 채우고 있고, 잔향도 최소로만 유지합니다. 소리가 담백하고 건조한데다 저음 비중이 매우 높아 저음 악기를 모니터링 하시는 분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모니터링 이어폰이라고 하면 최대한 날카롭고 선명하면서 귀에 가깝게 들려주려고 하는 것과 반대로 이 브랜드에서 해석하는 모니터링 이어폰의 소리는 완벽한 차음이 갖춰진 환경에서 소리를 담백하게, 멀리서 공간과 함께 듣는 것인가 봅니다. 따라서 룸 튜닝이 되어 있는 환경에서 액티브 모니터링 스피커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SP9 : 3,810,000원
구성 : 10mm 1DD(SL) + 1BA(ML) + 2BA(M) + 1BA(H) + 4EST(SH)
IPP Technology : 4 Pipe
한줄 요약 : '달짝지근한 부드러움, 포근한 올라운더'
아래의 두 모델과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납니다. 하위 모델에서는 어떤식으로라든 약간의 부족한 부분을 언급할 수 있었는데 이 모델에서는 딱히 단점을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하의 두 모델이 각각 음악감상과 모니터링 용도에서 스위어의 향기를 첨가한 정도의 의미라면 이 제품은 완벽하게 스위어 본연의 사운드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이 브랜드는 금액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만족도를 줍니다. 과연 진짜 프리미엄 브랜드로군요.
전체 사운드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습니다. 극저음부터 초고음까지 음역대 밸런스는 물론 음질 - 음악성 - 공간감의 균형감 또한 우수합니다. 포근한 느낌의 올라운더 사운드라고 요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포근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프리미엄 이어폰의 정석같은 사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SWEEAR'라는 브랜드명에서 연상되는 어떤 느낌에 가장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생각됩니다.
4) SR11 : 4,140,000원
구성 : 10mm 1DD(SL) + 2BA(L) + 2BA(M) + 2BA(MH) + 4EST(SH)
IPP Technology : 5 Pipe
한줄 요약 : '새콤달콤한 풍미, 상큼한 올라운더'
SP9과 거의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사운드인데 약간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SP9이 더 낮고 안정적인 저음 재생에 집중했다면 SR11은 더 깨끗하고 위쪽으로 열려있어 통통 튀는 상큼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상큼한 올라운더' 라고 불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플하게 묘사하면 SP9이 남성, SR11이 여성입니다.
SP9과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SP9은 공간보다 소리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헤드룸을 소리가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예요. 그러나 SR11은 소리보다 공간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공간을 더 넓게, 여유롭게,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는데, 이어폰으로 공간을 표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경지이기 때문에 SR11이 더 상급 모델로 구분된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 정도의 차이라면 성능보다 취향 차이입니다. 분명 SP9이 더 마음에 든다는 분이 계실 거예요.
5) AURORA : 4,780,000원
구성 : 2BA(L) + 2BA(LM) + 2BA(M) + 4BA(MH) + 2BA(SH)
IPP Technology : 4 Pipe
한줄 요약 : '오로라 앞에 선 인간이 느끼는 경외'
이 친구는 특징이 좀 많습니다.
첫번째, 한정판입니다. 국내에 판매되는 수량도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두번째, 역대 들어본 모든 이어폰 중에 가장 사운드가 예쁩니다. 예쁜 소리하면 오디오테크니카가 떠오르는데요, 둘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디오테크니카는 후천적 학습을 통해 공주스러움을 얻은 것 같고 이 제품은 그냥 태어날 때부터 공주 혈통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오디오테크니카 제품들이 고급으로 갈수록 소리가 약간 차가워지는 '얼음공주' 스타일이라면 이 제품은 좀 살가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디오테크니카에서 이 정도 등급의 이어폰이 없기 때문에 그런 성격의 이어폰을 찾고 계시다면 꼭 들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세번째,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이 전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포함한 하이브리드~트라이브리드인데 이 제품만 특이하게 BA로만 구성되었습니다. 그만큼 저음~극저음 비중이 낮고, 저음이 감싸안고 있는 느낌도 적습니다. BA치고 살집도 있고 듣는 재미도 있는 저음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형제들이 워낙 저음이 풍성한지라 더 비교되는 것 같네요. 오로라가 원래 하늘에 떠있는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위쪽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이 제품의 무대도 전체적으로 약간 위쪽에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EST가 없는데도 EST가 강조하는 '에어리함'에 강점을 보입니다. SP9이나 SR11에는 EST가 들어가니 그럴 수 있다쳐도 오로라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역시 일정 등급을 넘어서면 드라이버보다 튜닝 싸움이라는 생각이네요.
네번째, 현란하고 입체적인 황홀함이 나를 덮쳐오는 압도적인 감동이 있습니다. 오로라를 실제로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 황홀함을 느낀다던데 과연 이름 잘 지었네요. 감탄과 감동을 넘어 경외의 수준이라 끝판왕 이어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파티시에르가 빚어내 예술로 승화시킨 디저트
프리미엄 이어폰 브랜드로서 스위어가 선택한 사운드 시그니처는 '감미로운 부드러움'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훌륭하게 장식된 고급 디저트를 연상하며 이어폰을 제작한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고급 디저트 경험이 많지는 않은데, 디저트를 아주 좋아하는 동료가 하나씩 건네주어 '음, 이런 맛이 디저트 중에서는 고급이로군' 라는 식의 기준은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디저트에 별로 관심없는 분들은 별로 공감이 안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떠올린 게 음색이 깡패라 귀에 바로 꽂히는 보컬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샘스미스, 아델, 안지영(볼빨간사춘기)을 들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