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Planar GL2000 / GL3000
* 셰에라자드로부터 콘텐츠 제작 비용을 제공받았습니다.
- Gold Planar
골드 플래너는 중국의 프리미엄 이어폰/헤드폰 브랜드로, 여기서 Planar는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의미합니다. 2010년부터 최상급의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전문으로 생산하여 각 브랜드에 공급하다 2017년에 직접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것이지요. 이미 셰에라자드에서 선보인 바 있는 독일의 하이엔드 브랜드 'CAMERTON'과 같습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선보이게 된 것은 헤드폰 2종과 이어폰 2종인데, 그 중에 헤드폰 2종 GL2000 / GL3000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 GL2000 / GL3000
먼저 두 제품의 공통점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당연하겠지만 두 제품 모두 평판 - 자력형 드라이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2) 풀사이즈 - 오픈형이라 실내 전용입니다. 또한 큰 덩치에 걸맞게 넉넉한 사이즈를 지니고 있습니다. 길이를 절반만 늘려도 제 머리에 맞더라고요. 제 머리가 상위 5% 정도이다보니 처음 만나는 헤드폰을 착용할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이 두 헤드폰의 착용은 아주 흐뭇했습니다. 모든 헤드폰이 이런 사이즈로 나오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요. 휴대성 때문에 이어컵은 작게 만들더라도 헤드밴드는 좀 넉넉하게 만들 수 있잖습니까?
3) 무게 분산이 잘 되어 있어 무게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 구조상 진동판 앞뒤에 무거운 자석을 덧붙이게 되는만큼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에 비해 묵직함이 느껴지긴 합니다.
4) 두 제품의 사운드 지향점이 일치합니다. 확고한 사운드 시그니처가 존재한다는 얘기인데,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순수함' 입니다.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주력으로 밀고 있는 브랜드는 중국의 하이파이맨, 미국의 오디지가 있지요. 두 브랜드 모두 강조하고 있는 어떤 특징이 확실한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골드 플래너는 여러모로 중립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초저음부터 초고음까지 정확하게 힘이 배분되어 고른 밸런스를 가지고 있고, 전체적인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합니다. 이 브랜드의 출발점을 떠올려보면 당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생산하여 타 브랜드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개성이 강해선 안됩니다. 드라이버를 공급받는 브랜드가 자유롭게 튜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무색무취한 사운드를 내야 하는 것이지요.
헤드폰의 드라이버는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특히 기본적인 성능, 음질에 관여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BA나 EST 드라이버를 사용한 제품들은 어차피 놀즈나 소니온에서 드라이버를 공급받기 때문에 '그것으로 어떻게 튜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되는데, DD나 Planar 드라이버는 해당 브랜드에서 직접 개발하게 되므로 기본적인 성능 편차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드 플래너는 드라이버 전문 브랜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 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맑고 투명한 고음부터 안정적이고 든든한 저음,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중간에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엔 GL2000과 GL3000을 비교해보도록 합시다. 개괄적으로 정리해보자면 GL2000은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맛보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높은 성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가성비 레퍼런스 지향 모델이고, GL3000은 헤드폰으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사운드의 요소(기본적인 음질, 모든 감정, 뉘앙스, 공간 표현)를 집대성한 끝판왕급 음악감상 지향 모델입니다.
- GL2000 : 703,000원
드라이버 크기 : 112.5 X 83 (mm)
케이블 규격 : Dual 3.5mm - 4.4mm
캐링 하드 케이스 제공
1) 보통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채택한 헤드폰은 공간이 넓지 않고 소리의 여유로움도 적은 편입니다. 이 제품도 그에 해당합니다. 소리가 직관적이고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사운드를 판단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 할지라도 쉽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생하자마자 느낌이 빡! 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 헤드폰의 또다른 보편적인 특징은 구동이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경험상 측정된 임피던스 값에 상관없이 적절한 출력의 헤드폰앰프 조합 여부에 따라 사운드 차이가 심하게 납니다. GL2000은 제가 경험한 평판 자력형 헤드폰 중 볼륨 확보와 구동면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입니다. 간단한 포터블 앰프에서도 최대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추가 지출에 부담이 없습니다. 이렇듯 헤드파이 시스템 완성에 들어가는 최종 비용이 낮기 때문에 경쟁 모델에 비해 확실히 가성비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성비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간지나는(?) 하드 케이스를 증정해준다는 겁니다. 이거 금액도 상당할텐데 통이 참 큽니다.
3) 100만원 이하에서 구입할 수 있는 헤드폰 중 가장 좋은 성능을 낸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이 브랜드 자체를 완전 처음 들어봤거든요. 재야의 고수란 표현이 딱 들어맞습니다. 게다가 성향 자체가 중립적이라서 음악 장르를 타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헤드폰들은 시중에 많지만 대부분은 '내 성능 어때?' 라는 자신감이 약간씩은 드러납니다. 잘난 건 알겠지만 듣고 있으면 부담스럽다거나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매우 높은 성능을 갖고 있는데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특이한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순수함' 입니다. 순수함은 원초적이면서 강력한 무기입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순수함으로 대표되는 아기나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떠올려보면 확실합니다. 비슷한 결의 이야기로 이 제품은 분명 차이파이지만 전혀 차이파이 사운드가 아닙니다. 차이파이 제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유의 사운드는 순수함과 거리가 굉장히 멀다고 생각하거든요.
- GL3000 : 3,290,000원
드라이버 크기 : 115 X 83 (mm) (금 코팅 진동판)
케이블 규격 : Dual 3.5mm - 4pin XLR 플러그 케이블 (4pin XLR - 6.3mm 변환단자 포함)
이어패드 : 스웨이드 이어패드 1쌍 + 가죽 이어패드 1쌍
이 헤드폰이야말로 'Gold Planar'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으로 코팅된 진동판을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이어패드를 제거하면 번쩍번쩍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드라이버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1) GL2000에 비해 무려 금액이 4배 이상 뛰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급 느낌이 납니다. GL2000의 디자인도 아주 세련되어 만족스럽지만 GL3000을 보면 확실히 '비싼 몸이다' 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외관에서 흐르는 기품, 곳곳에 들어간 포인트에서도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착용감 역시 현저하게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헤드밴드의 두께가 얇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져 훨씬 더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거든요. 이 정도면 모든 헤드폰 통틀어 최상급의 착용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를 채택한 헤드폰 중 최상의 착용감을 자랑하는 MEZE의 EMPYREAN / ELITE와도 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GL2000에 이어 바로 GL3000을 들어보시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볼륨이 턱없이 작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헤드폰은 고성능의 헤드폰 앰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보유한 여러 금액대의 헤드폰앰프(30만, 100만, 500만)에 각각 연결해보니 100만원대 제품에서도 구동이 제대로 안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최소한 이 헤드폰의 금액과 비슷한 정도의 헤드폰앰프를 권장합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냐면, 제 판단 기준 100만원대 헤드폰앰프까지에서는 GL2000의 종합점수가 더 높습니다.
3) GL2000에 비해 소리의 농도가 짙고 밀도 또한 높아서 음악에 담겨있는 여러 정서를 훨씬 다양하게 표현해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소리가 예쁘고 고급스럽게 표현됩니다. GL2000의 사운드를 포장된 도시락, GL3000의 사운드를 오마카세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재료도 더 좋은 것을 쓰지만, 배경 이야기라든지 먹는 요령이라든지 추가 설명이 곁들어져 식사하는 시간을 풍성하고 농밀하게 만들어줍니다.
4) GL2000에 비해 공간적인 규모 자체는 커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완전히 극복한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 헤드폰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되네요. 허나 공간 표현 면에서 분명한 차이는 존재합니다. 내부에 연출된 공간이 훨씬 더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악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분해주고 있습니다. 똑같은 24인치의 모니터라 할지라도 FHD 해상도와 4K 해상도는 다른 것을 떠올려 보시면 되겠습니다. GL2000이 연출하는 공간과 사운드는 2D, GL3000이 연출하는 공간과 사운드는 3D라고도 얘기하고 싶네요.
5) 기본 스웨이드 이어패드는 소리를 더 우아하고 웅장하게 만들어주고, 가죽 이어패드는 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제 추천은 원래 의도에 가까운 스웨이드 이어패드입니다.
- 결국 돌고돌아 순정으로
골드 플래너 GL2000 / GL3000을 요약하면 두가지입니다. 첫째로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의 탁월한 성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다른 어떤 브랜드와 비교해도 순수하고 꾸밈없는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소리가 이정도로 순수하다면 뭔가 귀에 딱 꽂히는 특징이 없어 이게 좋은건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이 두 제품 모두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브랜드에서 나온 이어폰들은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몹시 기대가 되네요.
소수의 프리미엄 ~ 플래그십 헤드폰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가 본격적으로 차이파이의 손을 타면서(?) 비교적 낮은 금액대에서도 출시되어 많은 유저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 인상깊은 브랜드가 국내에 출현했어요. 타 브랜드에 드라이버를 공급하며 조용히 힘을 키워왔던 골드 플래너는 이제 그 순수함을 바탕으로 고급 헤드파이 유저들을 매료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