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S3000
*셰에라자드로부터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final S시리즈
어떤 브랜드의 한 시리즈를 전부 다루는 것은 리뷰어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나눠놓은 갈래에서 다시 한번 등급을 나눈 것이라 그 기준과 실제 성능 차이에 대해 아주 섬세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음향기기를 이해하는 내공이 한층 견고해질뿐더러 빙고의 한 줄을 완성한 것 같은 뿌듯함도 듭니다. 2025년 4월에 S4000, 5월에 S5000에 이어 8월에 S3000을 리뷰함으로써 파이널의 신제품 S시리즈를 모두 들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먼저 S시리즈에 대한 특징부터 다시 복습하도록 하지요. 본사에서 밝히길 S시리즈는 두가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1) (싱글) BA의 한계를 벗어난 새로운 경지를 탐구
2) 음악을 들을 때 발생하는 깊은 감정에 초점을 맞춤 (음의 디테일뿐만 아니라 그 공간의 분위기, 뉘앙스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해줌)
그리고 S시리즈의 각 모델마다 파이널이 정리한 특징을 비교해보자면
S5000(699,000원) : 관악기의 재료로도 사용되는 황동 하우징으로 따듯한 소리, 밀도 있고 섬세한 소리
S4000(589,000원) : 스테인리스 스틸의 날카로운 소리와 맑은 느낌의 스트레이트 사운드
S3000(399,000원) : 느린 소리와 선명한 저음을 가진 부드러운 소리
라고 합니다.
하나씩 더 깊게 들어가보도록 합시다. 먼저 (싱글) BA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하는 점부터 보죠. BA라는 드라이버가 들려주는 소리의 한계를 간단명료하게 요약하면 앙상함입니다. 애초에 소리가 두텁지 않아서 때로는 가늘게, 때로는 두껍게 이런 식으로 다양한 변화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소리의 울림이 작아 공간을 채우는 능력도 부족하고 소리가 날카롭고 불안정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여러개의 BA를 쓰거나 다른 종류의 드라이버를 섞는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여러개의 드라이버를 쓴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각 드라이버의 주장이 하나된 집중력을 와해시켜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명이 등장해서 하나의 주제로 연설을 한다고 생각해보죠. 효과가 별로일 것이라 단박에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집단 지성의 우위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수준이 좀 떨어진다 해도 혼자 얘기하는 게 더 낫습니다. 이것이 파이널 S시리즈가 어떻게든 하나의 BA로 사운드를 튜닝해보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겠죠. 반드시 하나의 드라이버만 써야 한다면 그냥 무난한 DD를 쓰면 되는거 아니냐, 값도 저렴하고 BA에 비해 재생 주파수 대역도 넓은데 굳이 그걸 고집하는 이유가 뭐지? DD와 BA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DD는 붓, BA는 연필입니다. 같은 사물을 그린다고 했을 때 둘의 느낌이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죠.
다음으로 음악을 들을 때 발생하는 깊은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쉽지 이해하기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최대한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저만의 언어로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볼 때 거의 모든 이어폰이 기본적으로 아웃포커싱을 하고 있습니다. 중점이 되는 주 멜로디나 악기 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 당겨 배치하며 나머지 보조음이나 배경음을 흐리게, 최대한 멀리 뒤로 밀어 배치합니다. 그런데 S시리즈는 주 멜로디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보조음이나 배경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음의 지분을 같은 비중으로 배분한 모델을 이전에도 파이널이 선보이긴 했는데(ZE8000), 하나의 시리즈로 명확하게 정리한 것은 S시리즈가 처음입니다.
흐린 상태로 뒤로 밀려있던 보조음과 배경음이 또렷하게 앞으로 나오면서 그 전에 가려져있던 정보가 수면 위로 등장하게 되는데 그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음 자체가 아닌 음과 음 사이에 걸쳐있는 분위기입니다. 모니터링이 아닌 음감용 제품에서 이런 분위기나 뉘앙스가 완전히 배제된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주 멜로디에 비해 현저하게 비중이 낮습니다. S시리즈는 초점이 맞는 범위를 넓혀 새롭게 음악을 들어보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 S3000
1BA
399,000원
스테인리스 인클로저
파이널 E 이어팁 5쌍
이제는 S시리즈의 각 모델에 대해 이야기해 볼 시간입니다. 앞서 각 모델의 사운드 특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파이널의 친절한 설명을 볼 수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군요. 파이널의 라인업은 대단히 설계가 잘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깊게 파고들며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가 나지만,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할 때 감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입문은 쉽게, 능통은 어렵게라는 말을 자주 접하는데 대표적으로 파이널이 이런 성향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파이널에서 3000은 해당 시리즈의 기준이 되며, 가장 대중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소리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본격적으로 S시리즈의 맛을 느끼기 전 먹는 에피타이저 같은 것이랄까요. 따라서 기존의 싱글 BA 사운드에서 가장 적은 변화가 있으며, 앞서 길게 설명한 S시리즈 고유의 특징이 가장 옅어 이질감이 적습니다. S시리즈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된 분들이 있다하더라도 취향에 따라 향신료의 양이 적은 것을 선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분께는 오히려 S3000이 선호받겠지요.
세 모델의 금액에서 S3000과 S4000 / S5000 사이의 간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S3000과 S4000은 20만원 차이가 나고, S4000과 S5000은 10만원의 차이가 나죠. 이 간극의 구성 요소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공간 튜닝입니다. S3000은 '음'의 표현에만 변화가 있고, S4000 / S5000은 '공간'까지 튜닝을 해놔서 이질감이 상당합니다. 싱글 BA를 두개 붙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든가, 드라이버 출구를 챔버로 활용하여 통채 울림을 유도한다든가, 풍성하고 울림을 극대화시키는 Fusion G 이어팁을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간극의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S3000은 BA를 하나만 사용했고, 톤 챔버 구조대신 노즐을 *깔때기(바깥으로 확산되는 나팔모양) 형태로 만들었다든지, 기존 파이널에서 사용되던 E type 이어팁을 사용하는 등의 소극적인 변화만 채용되었습니다.
*이 깔때기 모양의 독특한 노즐을 파이널에서는 '펀넬 노즐' 이라고 부릅니다.
S3000은 느리고 선명한 저음을 가진 부드러운 소리입니다. 설명 자체가 싱글 BA 이어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사운드가 전혀 아니지요. 싱글 BA의 사운드는 느리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으니까요. 또 DD의 저음보다 울림은 약간 더 적지만 훨씬 더 정확합니다. 원래 BA가 다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통상의 BA보다는 DD에 더 가깝습니다. 이 제품의 구조를 모르면 DD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예요.
S4000과 S5000으로 올라갈수록 저음의 양이 늘어나고 더 깊어집니다. 더 나이들고 무게감이 느껴지며, 그에따른 노련함이 드러나게 됩니다. 또한 윗번호로 올라갈수록 음 자체의 디테일보다 분위기나 뉘앙스를 느끼는 것으로 초점이 변화합니다. 당연하게도 윗번호로 올라갈수록 전체 사운드의 스케일이 커집니다. S3000의 경우 한 점에 꽂히는 사운드에 가깝게 공간이 연출되며, S5000으로 넘어가면 큰 무대가 펼쳐집니다.
마지막으로 이 제품은 상위 모델과 다르게 최대한 귀 안쪽 깊숙이 찔러넣어야 의도된 소리가 납니다. Fusion G 이어팁이냐 Type E 이어팁이냐의 차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S4000 / S5000 때를 생각하고 비슷하게 착용해보면 소리가 뭔가 이상하게 들릴거예요.
- 우려낼수록 깊어지는 맛
자칭 파이널 전문가로서 남들이 하지 않는 얘기를 좀 꺼내보겠습니다. 이 브랜드만이 가진 유난히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높은 출력 요구, 두번째는 에이징입니다.
파이널의 이어폰들은 거의 헤드폰만큼이나 높은 볼륨을 먹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크게 음악을 듣는 편이 아니고, 요즘 저렴하지만 출력이 높은 외장 DAC/AMP를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상 이렇게 볼륨을 많이 먹는 제품들이 충분한 출력이 보장되었을 때 최종 사운드는 더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널 E시리즈는 워낙 제품 금액이 낮아서 DAC/AMP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하기 껄끄러웠지만 S시리즈는 금액 자체가 꽤 있어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에 별 어려움은 없겠습니다.
두번째로 에이징입니다. 파이널 제품은 유난히 에이징 전/후의 차이가 크며, 그 기간도 오래걸립니다. 특히나 S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첫인상이 매우 부정적에서 출발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제품 패키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검소함(-_-) 때문에 출발이 별로인데, 그 상태에서 사운드는 반전이 있겠지? 기대하며 들어보면 한번 더 기분이 다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여 말씀드리지만 S시리즈의 의도와 매력은 단기간에 느끼기 어렵습니다.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 제품들은 아마 충분한 에이징이 된 상태라 별로 못느끼실 테지만 만약에 청음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한 직후 사운드를 판단하신다면 사기꾼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S3000 역시 첫인상은 아주 카랑카랑하고 저음이 거의 없고 앙상한, 기존 BA의 사운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파이널이 설파한 S시리즈의 장점도 느낄 수 없고 금액값을 하는 사운드도 아닙니다. 그러나 에이징이 완료된 S3000은 저음 비중이 일반적인 DD에 가깝게 확보되며, 소리의 느낌도 차분하고 정갈하게 바뀝니다.
파이널 본사와 제가 설명한 S시리즈의 특징이나 각 모델별 설명은 당연하게도 에이징 후를 기준으로 한 겁니다. 에이징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BA의 새로운 모습을 비로소 들려줍니다. 그런데 기간이 생각보다 꽤 길어요. 저는 보통 리뷰용 제품을 받으면 사진을 찍고 바로 연결해서 첫인상을 들어본 뒤 기록해두고, DAP나 헤드폰앰프(이어폰은 DAP, 헤드폰은 헤드폰앰프)에 연결해놓고 3~5일 정도 계속 틀어놓으면서 매일 매일 관찰 일기를 적습니다. S시리즈 공통으로 완전하게 변태하는데 일주일 가량 걸린 듯 하군요. 에이징이 아예 필요없는 제품도 있고 있다 하더라도 보통은 3일 이내였는데 꽤나 긴 편입니다. 파이널 본사에서는 200시간까지 얘기하는 편으로, 최대로 여유롭게 잡은 것 같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이 제품이 BA라는 사실입니다. 보통 에이징 효과가 있는 이어폰들은 거의 다 DD를 채용했고, BA는 단적으로 에이징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근데 역시 세상에 절대란 건 없어요. S시리즈 모두 에이징 효과가 확실하고, 그 기간도 다른 제품에 비해 긴 편입니다. 우려내면 우려낼수록 더욱 깊은 맛을 내는 사골국 같은 시리즈예요.
- 핀포인트 타깃팅
과거에는 제품에 나를 맞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이 내게 맞춰야 하는 시대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단 한명을 만족시키려는 제품도 있는 법이지요. 이런 선택은 보통 규모가 작고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안정적인 판매 - 매출을 찾아 보편적인 제품을 만들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음향기기 브랜드로서의 정체성보다 전자기기 브랜드의 정체성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 네, 냉정하게 볼 때 음향기기 시장은 작으며 전자기기의 극히 작은 일부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다행입니다. 과거의 파이널에 비해 규모가 비교가 안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음향기기 브랜드로서 계속 남아있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파이널의 유선 이어폰 시리즈는 E, A, S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 E시리즈는 가장 대중적인 시리즈이며, 이해하기 쉽습니다. A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음향기기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분들을 위한 사운드를 표방합니다. S시리즈는 음향 마니아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데다가 취향까지 맞아야 하는 까다로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E시리즈와 A시리즈까지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얼추 비슷한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S시리즈는 오직 파이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입니다. 매콤한 맛 / 눈물나는 맛 / 지옥불 맛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니 한 번 잡솨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