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가성비 1위 무선 이어폰

Cambridge Audio A100

by 범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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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파이 VS 포터블 하이파이


하이파이(스피커)와 포터블 하이파이(이어폰,헤드폰)는 사운드를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서로 선호하는 음색적인 특징도 다릅니다. 이런 차이를 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공간의 인식과 활용입니다. 하이파이는 공간을 거쳐 소리를 듣게 되며, 공간의 특색(형태, 크기, 소리의 반사와 흡수 정도)이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사운드를 평가할 때 역시 '공간이 어떻게 연출되는가'에 대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나 포터블 하이파이는 공간을 거의 활용하지 못한채 곧바로 귀로 사운드를 전달합니다. 따라서 '소리가 어떻게 들려오는가'에만 거의 모든 평가 기준이 쏠려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포터블 하이파이 브랜드들은 소리를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하이파이 브랜드에서 내놓은 포터블 하이파이 제품들은 어떨까요? 이들의 카테고리는 포터블 하이파이로 구분되지만 실질적인 사운드는 하이파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파이 브랜드가 생각할 때의 좋은 소리는 공간을 아우르는 장악력이 있어야 하고 훨씬 큰 스케일을 연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운드가 포터블 하이파이 유저들에게는 귀로부터 너무 멀고 직관적이지 않으며, 생동감과 에너지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제 주력 분야는 포터블 하이파이입니다. 수백개가 넘는 제품을 리뷰했고 수십개가 넘는 제품을 소유했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이파이 사운드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금액을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하이파이와 동급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이파이 사운드를 지닌 포터블 하이파이' 제품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자, 그럼 영국의 정통 하이파이 브랜드 캠브리지 오디오에서 출시한 A100 무선 이어폰을 리뷰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제품에 대해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하고 있으므로,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찬양글이라고 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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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00


Melomania A100은 이전에 선보인 Melomania M100의 후속작입니다. M100이 곧 단종수순을 밟을테니 실질적으로 캠브리지 오디오의 유일한 이어폰입니다. 캠브리지 오디오의 수많은 음향기기 중에 포터블 하이파이로 구분되는 제품은 사실상 이어폰 1개, 헤드폰 1개라고 봐도 됩니다. 이들에겐 Melomania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데 뜻을 해석해보면 음악광으로, 하이파이 브랜드인 캠브리지 오디오 입장에서는 '아니, 돌아다니면서까지 음악을 듣는다고? 정말 음악에 미친 사람들이군'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전작인 M100과 달라진 점이 무척 많아서 하나씩 정리해보도록 하지요. 일단 이어폰의 모양 자체가 변경됐습니다. 무선 이어폰은 크게 콩알 형태와 콩나물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요새들어 귀걸이형이나 귀찌 형태의 오픈형 이어폰도 나오긴 하는데 아무래도 주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콩알 형태는 페이스 플레이트 부분을 넓게 가져갈 수 있어 디자인을 더 멋지게 뽑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를 조금이라도 입 가까이 댈 수 있어 통화품질에서 우위를 보이고, 소리를 직접 만들어내는 음향부와 블루투스 송수신+ANC가 작동하는 회로부를 분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콩나물 형태가 장점을 보입니다.


여러 브랜드의 여러 제품들을 비교해본 결과, 두 형태의 무선 이어폰 중에 종합 점수가 높은 것은 콩나물 쪽인듯 합니다. 결국 무선 이어폰에서 중요한 건 디자인보다 기능과 사운드의 품질이니까요. 아, 착용감 얘기를 빼먹었네요. 사실 이건 워낙 변수가 많아서 콩알 형태가 무조건 나쁘고 콩나물 형태가 무조건 좋고 이런 절대우위가 없습니다. 모델에 따라 다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판매 금액이 249,0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M100은 299,000원이었거든요. 캠브리지 본사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책정해 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전략일수도 있는데, 전작이 워낙 인기가 없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어째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네요.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입니다. 신제품인데 가격이 더 저렴하다니 말이죠.


또 전작에서 지원하지 않던 LDAC 코덱이 지원됩니다. 현재 최상의 품질을 내는 건 아무래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aptX Lossless 코덱이겠지만 이 코덱을 지원하는 소스기기가 별로 없어 아직까지는 유명무실합니다. 게다가 기존 최고 등급의 LDAC 코덱에 비해 실제로 더 높은 성능이 체감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봅니다. LDAC 코덱과 aptX 계열 코덱의 개발자가 달라서 양쪽 다 라이센스를 지불하기 좀 그러니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보이는데, 결국에는 둘 다 지원하게 되더라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같은 애플 유저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얘기입니다. AAC 이상의 코덱은 아예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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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 착용감


제 리뷰에서 가장 자신없는 파트가 디자인 & 착용감입니다. 일단 제가 디자인 감각이 별로 없기도 하고, 이 제품에서 언급할만한 디자인 포인트를 못찾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무난무난하다고 해야될까...... 디자인 자체는 전작 M100쪽이 더 마음에 들긴 했습니다. 로고도 큼직해서 뽐내는 데도 좋았고요.


착용감쪽도 사실 조심스러운데, 제 귀가 왼쪽/오른쪽이 너무나 다른 짝귀라서 변수가 많거든요. 어쨌든 A100 제품은 저에게는 괜찮은 착용감이었습니다. 무게도 가볍고 귀가 아프거나 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제 왼쪽 귀가 이어폰 모양을 정말 많이 가리는 편인데 얘는 흔쾌히 OK 사인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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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1) 정통 하이파이 사운드


다른 모든 무선 이어폰들과 가장 차이나는 점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겁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음악의 모든 면면을 천천히 살피고 느낄 수 있도록 누군가가(?)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더욱 풍성하고 깊이있게, 우아하고 여유롭게, 기품이 넘치게 들립니다. 서두에 언급한대로 이건 포터블 하이파이 유저들이 좋아하는 속성이 아닙니다. 이렇게 느릿느릿하고 여유로운 사운드는 재미없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저는 너무 너무 좋습니다. 전작 M100도 꽤나 진심으로 하이파이스러운 사운드였는데 A100은 하이파이 향이 더욱 더 진해졌습니다. 부디 이 선택이 M100보다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져야 할텐데... 어쨌든 이렇게 음악이 느리게 재생되는 느낌을 주는 음향기기가 많지 않은데 특히나 포터블 하이파이쪽에서는 정말 희귀합니다.


2) 높은 밀도 & 미친 스케일


그다음으로 인상깊은 것은 미치도록 광대한 공간과 그 공간을 메우는 음의 밀도입니다. 어찌나 공간이 광대한지 제 광대가 승천할 것 같아요. A100의 공간 표현은 두가지 점에서 특이한데, 첫째로 고음 비중이 높지 않은데도 공간이 넓게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이 이어폰은 누가 들어도 저음 성향이거든요. 저음으로 공간이 펼쳐지는 경험이 아예 처음인 것은 아닙니다만 금액도 훨씬 높았고 무엇보다 유선이었습니다. 아, 이 얘기는 어디까지나 포터블 하이파이 한정입니다. 하이파이쪽에서는 저음으로 공간을 펼치는 게 거의 대다수라 언급할 거리가 못되거든요.


둘째로 공간이 넓으면 음의 밀도는 떨어지는 반비례 관계를 가지는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A100 사운드는 이런 물리 법칙을 비웃고 있습니다. 세상에 안되는게 어딨냐면서 말이죠. 정성을 다해 소리를 꾹꾹 눌러담아 놓아 진심이 아주 잘 전달됩니다. 이런 높은 밀도감을 지닌 무선 이어폰은 한손으로 꼽을 만큼 희귀합니다.


이 마법의 비결은 'Class AB 앰프'입니다. 이어폰의 소리를 만드는 건 드라이버이지만 이 드라이버를 움직이는 힘은 앰프에서 나옵니다. 보통 무선 이어폰/헤드폰의 경우 음향 재생 전용의 앰프를 내장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어폰쪽은 드라이버 구동 자체에 그렇게 많은 출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서 더욱더 신경쓰지 않아요. A100의 말도 안되는 사운드에는 Class AB 앰프라는 뒷배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난다면 다른 이어폰/헤드폰 제조사에서도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캠브리지 오디오는 원래부터 앰프가 주력인 브랜드로 몇십년동안이나 앰프를 만들어왔습니다. 이어폰/헤드폰 제조사들이 앰프를 잘 만들어서 적용할 때까지 시간도 꽤나 걸릴테고, 무엇보다 그걸 시도하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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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음의 완성도


포터블 하이파이와 하이파이를 가르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저음의 느낌입니다. 스피커쪽에서 '5인치 이하 우퍼는 스피커가 아니다' 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저 숫자는 바뀌는데요, 8인치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스피커들에 비해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드라이버 사이즈는 비교가 안됩니다. 장난감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지요.


A100의 저음은 스피커 느낌이 강합니다. 저음이 맺히는 곳이 머리통 안의 어딘가가 아니라 입이나 목쪽까지 내려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보통 이어폰에서 저음이 많다거나 울림이 많다고 표현할 경우엔 높은 확률로 벙벙거리거나 멍청한 소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저음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이어폰에 익숙하신 분들이 이 제품을 들으면 '벙벙 / 멍청'이라는 인식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애초에 하이파이 유저라면 반대로 생각할겁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저음을 만들어내는 무선 이어폰이 나왔다고 말이지요.


여기서 Class AB 앰프 얘기를 다시 꺼내야 되겠습니다. 안정적인 저음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앰프의 힘이 절대적입니다. 고음은 앰프가 좀 후달려도 그렇게 티가 많이 나지 않는데 저음은 매우 많은 차이를 만들거든요. A100에 내장된 Class AB 앰프는 모든 사운드에 관여하고 있지만 완성도 높은 저음도 덕을 많이 봤다는 생각입니다.


4) 미친 가성비


여기까지 충분히 열성적으로 A100을 찬양한 것 같은데, 아직 가장 큰 것이(?) 남았습니다. 미친 가성비입니다.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능력, 음악에 압도되는 느낌, 몸으로 소리를 느끼는 것 같은 이런 능력은 금액을 떠나 무선 이어폰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초월한 듯 합니다.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B&W Pi8, 노블오디오의 포커스 프레스티지 정도입니다. Pi8의 금액은 700,000(출시가 기준)이고 포커스 프레스티지는 1,020,000원입니다. 둘 다 무선 이어폰 끝판왕으로 구분되는데 이 돈이면 A100을 몇개나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걔네랑 1:1로 붙으면 져요. 근데 KO가 아니라 판정패입니다. 금액 차이에 비해 성능 차이는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100은 제 마음속 가성비 1위 무선 이어폰이 됐습니다. 보통 가성비 하면 '최대한 저렴한 금액의 엔트리급'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런데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전제 하에서 가성비를 매기자면 얘가 우승입니다. 리뷰와는 관계 없지만 같은 기준에서 가성비 1위 유선 이어폰은 PULA의 ANVIL114입니다. 혹시 궁금하실까봐서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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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


보통 사운드에 진심일수록, 태생이 하이파이 브랜드일수록 기능에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이미 마인드가 예술가라서 음향기기가 왜 소리가 아닌 기능으로 승부해야 하지? 라고 되물을 가능성이 높아요. 앞서 언급한 B&W나 노블오디오 역시 기능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거든요.


M100에서 어느정도 감이 왔지만 A100에서도 결론은 같습니다. 캠브리지 오디오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꽤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앱에서 설정할 수 있는 메뉴 자체가 굉장히 많고, 각각의 기능들이 그저 숫자를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아닙니다. 다른 무엇보다 한국어 음성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 자세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무선 이어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능은 ANC(외부 소음 제거)일 겁니다. 외부 소음을 상쇄시키는 능력 자체도 좋고, 그런 와중에 좋은 사운드 품질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른 이어폰에 없는 특별한 기능으로 DynamEQ를 들 수 있습니다. 이거 다이내믹 EQ라고 읽는 게 맞겠지요? 보통 이런 이름이 달렸다면 켰을 때 말 그대로 다이내믹한 사운드로 변신하는 그런 기능이라고 예상하실텐데 아닙니다. 어떤 음향기기라도 제조사가 의도한 사운드는 '중간 볼륨'을 기준으로 합니다. 음량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음역대 밸런스가 틀어집니다. 대표적으로 낮은 음량에서는 저음이 안들리며, 높은 음량에서는 고음이 너무 많이 들립니다. 이 오류를 능동적으로 보정해주는 기능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는 ON/OFF 차이를 못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기능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저는 A100의 사운드가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아무런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예요. 혹시나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분명한 이점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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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음말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부분을 재차 언급하면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100은 포터블 하이파이보다는 하이파이 사운드를 더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하이파이 브랜드인 캠브리지 오디오의 사운드 시그니처가 그대로 반영되어 만들어진 이어폰이기 때문에 포터블 하이파이 제품들의 전반적인 특성들, 귀에 바로 바로 꽂히거나, 강한 타격감이나 임팩트가 돋보이거나, 미칠듯한 해상력과 정보량이 느껴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보량은 여느 이어폰 못지 않다고 생각은 해요. 다만 보통의 이어폰들이 안쪽으로 파고들어 소리를 분해하는 식의 정보량을 보여준다면 이 제품은 소리 자체와 그 소리가 펼쳐지는 공간, 그리고 거기에 흐르는 분위기나 온도 이런 것들을 모두 들려주기 때문에 방향이 다를 뿐입니다.


A100은 2025년 8월 기준 '가장 하이파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무선 이어폰'이면서 '비용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보유한 무선 이어폰' 입니다. 특히 제가 아주 편애하는 음악성 점수가 높다는 점에서 아낌없이 지지와 찬사를 보냅니다. A100을 들으면서 감탄사를 뱉은 것이 몇번인지 셀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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