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 Multimedia iLoud Micro Monitor Pro
- IK Multimedia
IK Multimedia는 2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이탈리아의 프로 오디오 브랜드입니다. 주력은 기타, 가상악기 및 녹음 분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본사 소개 페이지에서는 '페라리가 매년 빨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사운드는 매년 더욱 더 좋아진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상품은 페라리인가 보군요.
이 브랜드는 뼛속까지 진한 프로 브랜드라서 음악 제작 관련 업무에 조금도 연관성이 없는 저로서는 당연하게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제가 접한 99% 음향기기는 다 감상용이었거든요. 오늘 리뷰할 iLoud Micro Monitor Pro라는 이 제품도 상세페이지를 보니 99.99999% 프로용 제품이라서 과연 리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실제로 뭐라도 경험해보면 더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하여 고민 후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iLoud Micro Monitor Pro
믹싱 콘솔,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는 용도의 액티브 모니터링 스피커로 금액은 1,098,000원, 우퍼 사이즈는 3인치입니다. 3인치라면 스피커 중에서는 가장 작은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미만의 우퍼 사이즈 스피커는 아예 언급조차 잘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IK Multimedia의 모니터 스피커들은 경쟁 브랜드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두 아담한 크기에 슬림한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iLoud' 라는 수식어가 달려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식으로 해석했습니다.
i + Loud
= 시끄러운 아이?
= 작지만 큰 사운드
= 작은 스피커 전문
차를 만드는 여러 브랜드에서도 대형차 전문과 소형차 전문으로 나뉜다고 하지요. IK Multimedia의 스피커에 붙은 iLoud도 방향성이 명확합니다. 그런 브랜드에서 내놓은 가장 작은 스피커, 그래서 Micro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특징 1 : 초소형 & 초경량 포터블 모니터링 스피커
이 스피커의 첫번째 특징은 초소형 & 초경량 포터블 모니터링 스피커입니다. 이건 아래의 '디자인' 파트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특징 2 : ARC(Advanced Room Correction) 마이크
이 스피커의 초소형 & 초경량 속성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작업 환경이 수시로 바뀌는 음향 엔지니어일 것입니다. 작업 환경이 자주 바뀌면 좋을 것이 없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그게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분도 계실겁니다.
스피커는 재생 환경에 매우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바뀌면 소리 특성도 완전히 바뀝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균일한 사운드로 조정해줘야 작업에 차질이 없겠죠. 이를 위해 공간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해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ARC 마이크입니다.
앞서 페라리 얘기를 잠깐 했는데, 이 브랜드가 그 얘기를 꺼낸건 F1 서킷에서 순식간에 타이어를 교체하는 정비사같은 이미지를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음향 작업의 첫 단추는 '공간의 특성에 맞게 스피커를 세팅하는 것'이고, 그 시간 단축의 열쇠는 재생 환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입니다.
- 특징 3 : X-Monitor 소프트웨어
이 스피커에는 USB 포트가 양쪽 스피커에 각 1개씩 있습니다. 이건 입력 단자가 아니라 PC에 연결하여 X-Monitor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용도입니다. X-Monitor는 이 스피커를 100% 활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이며, 수상 경력이 있을 정도로 IK Multimedia의 주력 상품입니다.
1) 세분화된 사운드 조절
이 스피커의 뒷면에 여러 사운드 조절 옵션들이 있습니다. X-Monitor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넓은 범위의 사운드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2) ARC 측정값 ON/OFF 비교 후 주파수 응답 표기
ARC 마이크로 측정한 결과값을 그래프로 표기한 뒤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 스피커가 재생하고 있는 공간적 특성을 눈으로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3) 다양한 에뮬레이션 값 적용
유명 스튜디오 모니터나 레퍼런스 시스템에서 사용된 에뮬레이션 값을 적용하여 주파수와 위상 응답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4) 빠른 세팅 전환
4개의 버튼에 설정값을 저장하고 쉽게 불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5) 각 스피커의 딜레이와 대기 시간 설정, 펌웨어 업데이트
- 디자인
처음에 제품 박스가 도착했을 때, 스피커 한쪽만 도착한 줄 알았습니다. 꺼내어 보니 당연히 2개가 들어있었죠. 뭐 이렇게 작어? 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진짜 손바닥만한 스피커였습니다. 이 정도 사이즈는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나 보던 것이었어요. 무게도 1.39kg에 불과해서 괜히 Micro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스피커를 넣어서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는 가방도 판매를 한답니다. 아쉽게도 별매이고 금액도 상당해요.
이 제품을 옆에서 보면 캐리어가 떠오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그거 말고 짐 싣고 끌고다니는 캐리어요. 이 제품의 포터블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터블 성격의 화룡점정은 접이식 내장 스탠드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습니다. 명색이 포터블 스피커인데 스탠드를 따로 갖고 다니라는 요구는 부적절하지요. 하단에는 일반적인 높낮이 조절 스탠드와 연결할 수 있는 나사 구조로 작업 환경에 맞게 스피커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프로 제품군 특유의 단단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마감과 디자인을 갖추었습니다. 다만 제품 크기가 워낙 작고 가벼워서 귀엽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화이트 / 블랙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데, 뭔가 전문가스러운 느낌은 블랙이지만 스피커는 가구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만큼 인테리어를 생각한다면 화이트도 선택해 봄 직 하다고 볼 수 있겠죠.
- 후면 기능
입력은 XLR 밸런스 1, RCA 언밸런스 1개를 지원하지만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선택하지 않아도 알아서 입력된 단자의 신호를 받게 됩니다.
모드 버튼을 짧게 눌러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데스크 필터는 표준 설정으로 가장 일반적인 환경을 가정하는 사운드 프리셋입니다. 두번째는 ARC 측정값을 적용시킨 사운드 프리셋, 세번째는 ARC 측정값을 적용시키지 않은 기본 사운드입니다. ARC 측정을 하지 않아 저장된 값이 없다면 두번째 모드가 활성화 되지 않습니다. 또, 이 버튼을 길게 눌러 ARC 측정에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HF 필터는 8kHz 고음역대를 제어하고, LF 필터는 100Hz 저음역대를 제어합니다. LF 확장은 80Hz / 50Hz 이하 주파수를 필터링 합니다. 별도의 서브우퍼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이 스피커의 최저 재생 주파수 대역인 50Hz로 설정하며, 별도의 서브우퍼를 사용한다면 80Hz 이하의 사운드를 재생하지 않도록 합니다.
전원 버튼과 볼륨 노브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최대한 자주 사용쓰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능을 넣어준 것 같은데 설정할 때마다 양쪽 스피커 뒤를 눌러야 하는데다 변경 폭도 생각보다 넓지가 않아서 어지간하면 X-Monitor 전용 소프트웨어 쓰는 게 낫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굳이 스피커 뒷면에 이걸 다 넣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는 환경을 가정한 것일텐데,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작업을 안하는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 사운드
1) 전형적이고 표준적인 모니터링 사운드
첫번째 Micro Monitor Pro 사운드 특징은 전형적이고 표준적인 모니터링 사운드입니다. 과거에는 모니터링과 감상용의 사운드 차이가 해상력과 음역대 밸런스에서 우선 발생했습니다. 감상용 제품에 비해 해상력이 높아 또렷하게 들렸고, 음역대 밸런스는 균형잡혀서 튀거나 강조되는 영역이 느껴지지 않았지요. 그러나 요새는 감상용도 해상력 높고 음역대 밸런스 좋은 애들이 워낙 많아서 이것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모니터링과 음감용 사운드를 결정짓게 될까요? 제 생각에 모니터링 사운드의 특징은 '정확한 타이밍'입니다. 감상용은 아예 소리를 늘어뜨리거나, 때로는 타이트하게, 때로는 루즈하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밀당을 합니다. 이런 타이밍 변화는 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게도 표현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흐른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모니터링 제품들은 소리의 타이밍이 전혀 변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유지합니다. 항상 중립을 유지하려 하는 느낌이고, 다른 말로는 개성이 없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음감용 제품에 비해 장르도 타지 않고 청자의 취향도 타지 않습니다.
단, 제가 그간 접한 모니터링 제품 중에 전체적인 소리의 느낌 자체는 여린 편입니다. 모니터링 제품 중에서는 아주 강직하고 강인한 뉘앙스로 마치 '군인' 처럼 차가운 온도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운드 특색은 이 스피커만이 아니라 IK Multimedia 브랜드 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신기할 정도의 공간 장악력과 저음 반응
제 경험에 따르면 스피커의 크기는 공간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스피커의 크기가 작으면 그만큼 작은 공간만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의 크기가 굉장히 작은 만큼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사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전문적인 모니터링, 대형 스튜디오에서의 보조 스피커 용도로 사용하길 권장한다고 합니다. 다만 그 공간을 가득 채우거나 장악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습니다. 쪼그만 녀석이 당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더 흥미로운건 저음이었습니다. 보통 체구가 작은 스피커들은 아예 저음이 안나와버리거나 억지로 저음을 부풀리는 세팅을 사용해서 뭔가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제품은 적절한 균형점을 스스로 찾은 것 같아 보입니다. 저음의 양이 딱히 부족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매우 정확하게 재생합니다. 그렇다고 저음이 풍성하다는 느낌은 절대 아닙니다. 여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마른 근육의 남성 체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 최저 재생 주파수 대역이 50Hz라 저 아래쪽까지 떨어지는 극저음은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억지를 쓰지 않고, 극저음을 원하면 서브우퍼를 연결하라는 말입니다. 뭐든지 억지로 하면 안됩니다. 탈나요.
3) 탁월한 무대 연출 능력
소리의 방향이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무대(스테이지)를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스피커의 등급이 낮을수록 소리의 방향이 스피커의 앞쪽으로 뻗어나가고, 스피커의 등급이 높으면 소리의 방향이 스피커의 뒤쪽으로 가 무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리의 방향이 앞쪽으로 뻗어나와서 귀에 쏙쏙 잘 박히는 그런 유형의 모니터는 이어폰/헤드폰이 더 잘합니다. 좋은 모니터링 스피커일수록 소리 자체가 아니라 무대, 공간을 형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사실 프로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하는 얘기니 설득력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4) 매우 까탈스러움
이건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까탈스럽지 않다는 건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간다는 뜻인데, 이 제품은 뭐 하나 걸리는게 있으면 무조건 걸고 넘어집니다. 그래서 각각의 매개변수 (음원의 품질이라든가 연결된 장비의 등급, 청자의 위치, 재생 환경의 차이)에 따라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몸의 위치를 조금만 당겨도 소리가 많이 달라지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링 스피커들은 프로, 전문가용이니 까탈스러운게 맞다고 봅니다. 이 제품이 ARC 마이크로 재생 환경을 측정하는 것, X-Monitor 소프트웨어로 아주 세밀하게 출력값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제품이 재생할 수 있는 표현력 또한 세밀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지원하는 기능의 개수, 또는 기능의 지원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해서 결과를 보여주느냐입니다.
사실 음향 제작에 어느정도 노하우가 쌓인 프로라고 하더라도 룸 어쿠스틱(룸 튜닝)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는 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IK Multimedia가 ARC 마이크와 X-Monitor 소프트웨어로 대신 해주겠다는 것이지요.
- 정리
IK Multimedia의 Micro Monitor Pro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작고 귀엽고 가벼운 외모에 담긴 까다롭고 냉철한 사운드'
'철두철미한 정확성, 작은 크기를 확실히 커버하는 공간 장악력'
'작업환경이 자주 변경되는 전문가에게 추천하는 고성능 포터블 모니터 스피커'
크기가 작고 가벼우니 되게 귀여워보이면서 뭔가 어설프지만 상큼한 매력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실제 사운드는 완성도가 대단하고 그만큼 까탈스러운 전문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