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의 답변은 '여유 있는 사람이 되기'
대학을 졸업 후 백수가 되었다.
매일 취업 공고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어설프게나마 완성시켰다.
평소 영어 공부를 전혀 해오지 않았던 탓에 영어 공부에만 한 달 넘는 기간을 쏟았지만 언어는 재미 들려야 실력이 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재미 없이 조급함만으로 공부를 하려니 전혀 집중이 안 됐다. 결국 점수는 이력서에 넣기 부끄러운 점수밖에 얻지 못했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몸은 게으르고 점점 백수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해 버렸다.
점점 이틀에 한 번 머리를 감기 시작했고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은 너무 불안한 마음에 새벽 4시에 몸을 일으켜 노트북 앞에 앉기도 했다. 직무만 비슷하다면 아무 회사나 붙잡고 이력서를 뿌렸다.
내 시계만 빠르게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나태한 삶을 한 두 달 살다 보니 면역력도 약해지고 체력도 망가졌다.
지금 이 상황에 건강까지 망가지면 안 될 거 같다는 불안함이 스쳤고, 그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전에 말했던 클라이밍, 내일 알려줄 테니 같이 할래?"
평소 같았으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즉흥적으로 한 번도 안 해본 클라이밍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조급해진 마음 때문인가, 클라이밍이 어떤 운동인지 제대로 조사도 안 해본 채 좋다고 답장을 보냈다.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클라이밍을 하게 되면서 땀을 흘리는 게 재미있다고 느껴졌고, 3시간 정도 몰입하여 집중했다. 마지막 딱 한 번만 더 도전하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암벽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에 있는 마지막 파란 돌을 터치하자마자 발이 미끄러져 아래로 추락했다. 추락하면서 암벽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혔고, 그대로 나는 쓰러져 일어날 수 없었다. 추락한 순간 떠오른 생각은 '제발 꿈이길'.
정강이 경비골 골절 6주 차인 지금, 나는 그나마 평화를 찾았지만 그간의 시간 동안 꽤 많이 힘들었다.
다치고 난 후 일주일은 병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러진 부위에서 시작되어 내 뇌까지 강한 진동을 주는 통증 탓도 있지만,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당시 면접을 본 회사가 2곳이나 있었고, 서류를 넣어놓은 회사도 있었다.
공백기를 더 만들면 안 된다. 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 커리어를 어서 쌓아서 성장해야만 한다. 등 취업이라는 조급함이 나를 더 괴롭혔고 다리뿐만 아니라 뇌도 다쳤나 싶을 정도로 복잡한 머릿속이었다.
내 시계만 멈춘 기분이었다.
2주 차쯤 되었을까, 수술 통증이 많이 사라지고 약도 그만 투여하게 되었다. 약기운에 정신이 몽롱해 복잡했던 것이었을까. 정신이 점점 맑아지며 이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이상 내가 조급함을 가져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조급한 마음이 나를 절벽으로 몰고 몰아 결국 추락하여 다리를 잃은 것 같았다.
추락한 뒤에도 저 높이 있는 절벽 끝을 바라보며 '여기 누워있을 때가 아닌데'라고 웅얼거리는 기분이었다.
미련한 모습의 내가 그려졌다.
3주 차가 지난 이후부터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조금이나마 집중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지난 몇 달 동안 백수였기에 지금과 똑같이 집에만 있었는데도 지금의 나는 그때와 너무나 달랐다.
가족들과 이렇게 떠들 시간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수다를 하고, 시간을 많이 보냈다.
취준생일 때는 시간이 많이 생기지만 여유는 누구보다 없다. 취미 중 하나였던 영화 시청도 단 한 번도 안 했었고, 공부할 시간도 아까웠었다. 들어야 할 인강을 틀면 5분도 안 돼서 취업 공고 사이트로 들어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미뤄두는 대신 이력서를 고치거나 취업공고들을 구경하거나 나머지 시간은 모두 내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
어차피 취업을 하려면 걸어서 회사에 갈 수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제대로 탈 수 있기 위해서 2달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지금의 나는 벌써 취준 생활동안 걱정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인강 100강까지 듣기를 2주 만에 완료했고 보고 싶던 영화도 다 봤으며 평소 관심 있던 외국어 공부까지 느리지만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조급한 마음은 내 시야를 좁혔고, 나를 절벽으로 몰아가기만 했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조급해할수록 나만 다치고 돌아갈 뿐이다. 그리고 돌아가게 되었더라도 낙담할 필요 없다. 낙담은 2주면 충분하다. 미루기만 해 왔던 '진짜 해야 할 일'을 하자.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째깍거리고 나에게는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