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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목을 짓는 것이 어렵다.

by 비온디

겁이 많아진 것 같다.

눈치 보는 일이 많아졌다.

글을 써보겠다고 오랜만에 자판을 두드리는데,

몇 번을 지우고 쓰는지 모르겠다.


제목도 미흡한 이 글을 사람들이 읽어봐 줄까.

나라는 사람은 언제까지 미완성으로 살아가야 하나


아니 사람은, 삶은, 인생은

완성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그 모든 수식어 앞에 온전한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오늘 오랜만에 사람들을 관찰하며 출근을 했다.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그 속에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그들은 어떤 것을 보고, 읽고, 적는지 모르겠으나.

또 들여다보는 그 세상 속에서

무엇을 표현하는지 모르겠으나


표정은 다 똑같다.

감정 없는 표정, 무표정.



나도 그러하겠지.



30대에 접어드니,

늘 피터팬을 꿈꾸던 나였는데

나 역시 세상과 많이 타협하고

넘어가고 비겁하게 살게 되더라.

그리고 그것은 어릴 땐 열정이요,

패기고 야망이었으나

지금은 철없고, 멈춰있고,

생각 없는 사람처럼 되더라.


나는 숨길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감정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데,

그것들을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

왜 오글거리거는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허우적거리는 사람으로

취급받는지 모르겠다.


또 그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눈치 보는 비겁한 나도 싫다.


나는 부족하나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지나가는 나뭇잎조차에 의미를 두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을 만큼 감성적인 사람이다.


감정이입이 과다한 사람이라,

드라마 영화를 보면 여운이 너무 오래 남는 사람.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에 가슴에 새겨지는 사람,

그래서 상처도 잘 받는 사람.

노래 하나에 내 추억과 사람과 상황이 새겨지는

사람이라 들을 때마다 곱씹어 회상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이 나의 제목이다.


하지만

애도 어른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선에 있는 나는.

오늘도 제목을 짓는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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