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상담소, 상담자는 딸 #8.
“엄마만 생일이 봄이네.”
3월 내 생일을 앞두고 루디가 말했다.
그러네. 내 생일만 봄이네.
루디 생일은 12월, 아빠와 드림이 생일은 1월.
모두 겨울생들이다.
나만 봄에 태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따뜻해진 줄 알고 얇게 입으면 바람이 몰아치고,
꽃에 반해 기분좋다가 꽃가루에 재채기하고,
새 학교, 새 반, 새 친구.
봄은 늘 긴장부터 시키는 계절이다.
내 생일이 있는 계절이지만, 봄은 왠지 친절하지 않은 느낌이다.
게다가 생일도 그다지 의미 있게 여기지 않으니, 봄은 그냥 여름으로 가는 길목으로만 생각했던 듯하다.
루디는 다르다.
매년 생일이 지나면 그다음 해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루디.
겨울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딸기, 눈사람 때문도 있지만 손꼽아 기다리는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생일만 기다리는 루디이기에, 엄마의 생일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봄, 나만 봄에 태어났네 진짜.
혼잣말을 하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아~ 이런 추운 김 씨들.. 내가 녹여서 싹 틔워줘야 하는구만.
어쩐지 나만 힘들더만, 나만.
이 사람들, 나 없이 추워서 되겠어, 안 되겠어.
길을 걷는데 노오란 산수유꽃이 예쁘다.
따스한 햇살이 반갑다.
연둣빛 어린 새싹들이 고맙다.
갑자기 내가 뭔가 희망찬 계절에 태어난 사람같이 느껴진다.
뭐지? 이 기분은?
루디야, 드림아, 신랑아
추운 겨울 잘 버텨줘서 고마워.
나를 잘 보살펴 줘서 고마워.
이제 내가 나서볼게.
오랜만에 내 생일에 케이크를 사야겠다.
초도 꽂고, 노래도 불러달라 해야지.
우리 가족들에게 그렇게 해 달라 해야지.
왠지 올해부턴, 봄이 좋아질 것만 같다.
데면데면하던 봄과, 이제 좀 친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