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배우는 아이 이야기

#5. 셋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by 비온후

우리 가족이 셋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루디가 어느 정도 크고, 회사에서 계약직 신세를 벗어나던 그때였다.

막연하게 네 식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키울 수 있을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 괜찮을까.

늘 생각이 많은 내 머리는

가능성을 하나하나 셈하느라 바빴다.


그런데 신랑은 달랐다.


“그런 걸 고민하면 못 하지. 그냥 고.”


그냥 고?

ㅎㅎ 웃음이 나왔다.

뭘 믿는 거지, 싶었다.


해가 넘어가던 어느 날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와…

우리 집에도 둘째가 찾아오는 걸까.


산부인과 예약을 하고

날짜를 기다리던 중 하혈을 했다.

그렇게 스치듯 인연은 떠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 회식을 하게 되었다.

작은 식당이었다.

테이블이 서너 개 정도밖에 없는 곳.


우리 팀이 큰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다른 테이블로 가족 하나가 들어왔다.

젊은 부부와 남자아이 둘.


꼼지락꼼지락, 재잘재잘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응가, 방귀 같은 말로

부모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그냥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냥 부러웠다.


네 식구.

단란하고 예뻐 보였다.


심지어 그 엄마가

연예인처럼 예쁜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데

그때는 진심이었다.


얼마 전,

밤에 길을 나서다 식당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불빛 아래

젊은 연인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 장면에 문득

그때 그 식당이 떠올랐다.


네 식구를 그저 부러워하던

그때 그 식당.


비로소 네 식구가 된 내가

그때를 떠올리며 가만히 웃었다.


그땐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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