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상담소, 상담자는 딸

#4. 그녀의 미니멀

by 비온후

루디에게는 아끼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선반이 있다.


포켓몬 덕후인 그녀가 그 선반에 붙인 이름은 “아르세우스 타워”


아르세우스라는 포켓몬이 타워의 주인이고, 타워를 지키고 있다는 콘셉트이다. ㅎㅎ


그 타워에 좋아하는 포켓몬 피겨들, 티니핑 인형들, 뽑기 기계에서 건져온 물건들이 하나하나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보니 각종 말랑이, 지우개, 연필까지 온갖 물건들이 모여들어 산을 이루고 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말로 “정리를 해 보는 게 어떨까?”라고 넌지시 의사를 건넸으나 본인의 물건들이 너무 소중한 그녀는 쉽게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아끼는 포켓몬 피겨를 둘 곳이 없단 사실을 인지하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이거.. 버려도 될까?”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보니 먼지가 쌓여 꼬질꼬질해진 말랑이었다.


“엄마 생각에는 버리는 것도 용기인 것 같아.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해야 루디한테 진짜 소중한 물건을 잘 보관할 수 있잖아.”


“그래도 돈 주고 산 건데 아까워. “


“지금까지 루디가 잘 가지고 있었고, 잘 가지고 놀았으니 그 값은 했다고 생각해. 아깝다는 마음으로 두면 오히려 마음에 짐이 될 거야.”


잠시 고민하던 루디는 먼지가 쌓인 작은 물건들 일부를 정리했다.


다음날 또 한참을 고민하다 조금 큰 물건들 일부를 정리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보니 타워가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


“루디야,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졌어? “


“엄마. 정말 필요한 게 뭘지 고민하며 정리하니 훨씬 깔끔해졌어. 마음이 시원해.


그냥 작은 것부터 시작했는데, 점점 더 필요한 걸 고르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


작은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 시작은 생각이었어. 엄마! “


시작은 작은 생각이었다.. 그러네.


생각해 보면 내 삶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생각, 간단한 실천이었던 것 같다.


작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 되어준다는 사실.


벌써 그 이치를 깨달았구나. 우리 초딩.


오늘도 자신의 타워 앞에 서서 먼지를 털고 배치를 고민하는 그녀의 동그란 뒤통수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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