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상담소, 상담자는 딸

#5. 그녀가 이해하는 공간과 시간

by 비온후

여느 날과 같이 잠들기 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잘까? 얘기를 하다 우연히 손에 인형이 잡혀 갑자기 인형 맞추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루디가 인형을 골라 내 손에 쥐어주면 나는 눈을 감고 느낌만으로 무슨 인형인지 맞추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돌리며 만져봐도 무슨 인형인지 알 수가 없어 힌트를 좀 달라고 했다.


루디가 힌트로 인형의 특징이나 구입할 때의 에피소드 등을 말해 주었지만 도대체 모르겠어서 엉뚱한 답을 내놓자 아이는 깔깔대며 웃어댔다.


평소 많이 보는 포켓몬 인형들은 생김새가 특이해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는데, 작고 동그란 모양의 것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동물 인형을 물고기 인형으로, 과일 인형을 동물 인형이라 답하는 날 보며 루디는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그렇게 한바탕 ‘인형 못 맞추기‘ 놀이가 끝나고 자려고 이불을 덮고 누웠다.


“엄마. 너무 재미있었다. 그지?”


“응. 엄마도 재미있었어. 왜 이렇게 맞추기가 어려워. 이건 못 맞추기 놀이었던 것 같아. “


“맞아. 왜 이렇게 못 맞춰. ㅎㅎㅎㅎ 그래도 좋았어.”


“응. 이제 자자.”


“엄마 근데, 이거 마치 그거 같아. 편의점 계산대에 작은 장난감이랑 예쁜 젤리들을 팔려고 놓아두잖아. 그거 같아.


그건 공간이고, 이건 시간이지만 같아. 둘이 같은 거야. 짧지만 재미있어. “


“와. 그렇구나. 멋진 비유네.”


멋지다는 한 마디를 내뱉었지만, 순간 너무 놀랐다.


루디가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였다.


찰나의 순간, 계산할 때 힐끗 보게 되는 흥미로운 물건들, 그 물건을 사러 온 건 아니지만 구경하며 느끼는 재미가 있는 곳.


자기 전 대단한 놀이를 한 건 아니지만 즐겁고 재미있었던 시간들.


그 공간과 지금의 시간은 같은 거였다.


작은 공간에서 느꼈던 짧은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비유로 꺼내놓을 줄 아는 루디의 깊은 마음에 감탄했다.


우리 루디가 어떻게 자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변을 잘 관찰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 지킬 줄 아는 아이, 계속 그렇게 자라주길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방구석 상담소, 상담자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