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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Jun 18. 2020

읽기. 그리고 일기...

머리 복잡하면 뭐든 읽기, 마음 복잡하면 일기 쓰기...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글을 쓰고 싶어 진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가사 없는 연주곡을 틀어 음표와 음표 사이에 숨은 작곡가의 감성을 읽는다.

악기를 통해 전해지는 누군가의 위로가 헝클어진 머릿속 생각의 결을 다듬는다.


혹은 몰입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기웃거리며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문장에 묻어나는 누군가의 다독임이 흐트러진 머릿속 생각을 한 곳으로 모아 집중시킨다.


때로는 음악 읽기와 책 듣기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오늘은 읽기 좋은 날이다.

요 며칠 머릿속이 시끄러우니...

 

퇴근 후 집어 든 책은 유명한 작가의 장편소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싶다가도 '어쩌면'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싶은 정도로 스토리에 흠뻑 잠길 때쯤

내 머리는 읽고 있는 소설로 또 다른 소설을 지어내고,

그림처럼 섬세하게 묘사한 문장을 마주하면

한참을 머물며 작가가 문장으로 그린 그림을 눈 앞에 옮겨 그려 본다.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책도, 일부러 아껴서 찔끔찔끔 읽고 싶은 책도 다 좋다.


어쨌거나 오늘은 읽기 좋은 날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읽기 좋은 날...




읽기 좋은 날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캄캄한 밤.

사방의 색채가 짙은 흑색에 삼켜질 때쯤이면 복잡한 머릿속도 조금은 단순해지고,

마음에 불이 켜진다. 마음이 분주해지면 일기를 쓰고 싶어 진다.



일기는 마음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된다.

머리를 속일 필요 없고, 마음에 충실히 쓰는 글이 일기다.

마음이 복잡할 때 쓰는 일기는 노트를 몇 바닥 채우고도 부족할 때가 있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러 감정을 문장으로 토해내고 나면 희한하게 후련해진다.


가끔은 일기를 쓴 후 까만색 두꺼운 펜으로 지워버리기도 한다.

소가 되새김질하듯 뱉어낸 문장을 다시 지우고 마음으로 돌려보낸다.

그럴 때조차도 한결 마음은 단정해진다.

작정한 듯 청소하지 않고 대충 들어서 닦고 놔도 어느 정도는 깨끗해지는 방처럼...







읽기. 그리고 일기...



머리가 복잡할 때 나의 읽기는 안정제, 이완제가 되고

마음이 복잡할 때 나의 일기는 해독제, 강장제가 된다.

 

네 마음 읽기는 조심스러운 유리공예 같고

내 마음 일기는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는 점토공예 같다.




읽기. 그리고 일기...



너와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찾으려 노력하듯

머리와 마음의 균형을 찾기 위한 들숨과 날숨 같은 것...



                                                                                                                                                                                                     

머리가 복잡할 때 나의 읽기는 안정제, 이완제가 되고,  마음이 복잡할 때 나의 일기는 해독제, 강장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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