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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레카 권 Jul 22. 2020

추억 memory

그때의 무언가를 지금 낚아 올리려는 것...

추억이란...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이라는 강물에서

'그때'의 무언가를 '지금' 낚아 올리려는 것일지 모른다.     



불현듯 들려오는 그때의 노래,

우연히 보게 된 그때의 사진,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하는 그때의 장소가 밑밥이다.     



오늘처럼 하늘에서 눈물을 닮은 무언가가 쏟아지거나

핑크빛 꽃잎이 흩날릴 때,

바삭거리는 나뭇잎이 가던 길을 멈춰 세우거나

슈가 파우더같이 하얀 무언가가 내려앉을 때면


하릴없이 그때의 무언가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는다.




추억이란 '그때'의 무언가를 '지금' 낚아 올리려는 것




그때의 눈부신 미소가 비늘처럼 얼핏 비추이고,

그때의 여러 감정이 뻐끔거리는 아가미 짓처럼 듬성듬성 나타났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부질없는 약속의 말이 낚싯줄에 걸려들어 한참을 맴돌며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때'의 무언가는 그저 시간의 강물에 어른거릴 뿐...

'지금' 아무리 애써도 그때의 그 무엇도 낚을 수 없다.  



결코, 낚아 올릴 수 없는 ‘그때’의 무언가를 향해 문득문득 낚싯대를 드리우는 건

현실을 도피하려는 걸까, 현실을 윤나게 하려는 걸까...   




'그때'의 무언가는 그저 시간의 강물에 어른거릴 뿐..붙잡을 수 없다

                 



언제 쏟아졌냐는 듯 뚝 그쳐버린 비의 방울진 흔적을 품은 나뭇잎을 바라본다.

어른거리던 '그때'의 무언가는 물안개처럼 사라지고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끔해진 머리로 일어선다.



지금의 순간들도 언젠가는 낚아 올리려 무던 애쓸 ‘그때’의 무언가가 되겠지.

     

이왕이면 찬란하게,

이왕이면 더 애틋하게 닿고 싶은 순간이기를...

이왕이면 함께 낚싯대를 드리울 누군가가 있기를...




이왕이면 찬란하게, 이왕이면 더 애틋하게, 이왕이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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