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 단어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레카 권 Jun 05. 2020

눈물 tears

어디선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그 무엇...

TV를 보던 내 볼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를 울린 건 슬픈 영화도, 멜로드라마도 아닌 시사 뉴스였다.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감금당했다가 심정지 된 채 병원으로 옮겨진 아홉 살 소년이 끝내 숨졌다는 뉴스...


거짓말에 대한 훈육 차원에서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감금했다는 계모의 경악할 발언.

가방에 갇힌 아이가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더 작은 여행용 가방에 옮겨 감금했다는 계모의 끔찍한 행동.


글을 쓰는 지금도 내 볼에는 쉴 새 없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내게는 '설렘'과 '기쁨'의 상징인 여행용 가방...

이제는 참혹하게 죽어간 어린 소년을 떠올릴 물건이 돼 버렸다.


가로 44㎝ x 세로 60㎝ 크기의 여행용 가방이라니...


등을 펼 수도, 고개를 들 수도, 눈물 조차 제대로 닦을 수도 없었을 어린 소년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자꾸 눈물이 흐른다.




'가끔은 내 아이도 미울 때가 있는데, 다른 여자가 낳은 아이는 오죽할까...' 하고

최대한 계모의 입장이 되어서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자기가 낳은 친자녀도 함께 키우는 엄마가 그토록 잔인하고 몰인정하다니...


가엾게 죽은 아홉 살 소년에게도,

엄마의 가혹행위를 지켜보며 자랐을 계모의 친자녀들에게도 그녀는 끔찍한 가해자다.




작은 여행용 가방에 갇혀 심정지가 될 때까지

어린 소년은 얼마나 무섭고 괴롭고 살고 싶었을까...


여행용 가방보다 조금 더 큰 오동나무 관에 들어가서야 두 다리를 뻗었을 아이를 생각하면 다시 또 눈물이 흐른다.



일찍 진 꽃같은 아이야, 부디 평안히 쉬어...


가엾은 아이야,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는 걸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걸 알려주지 못해 미안해.

너의 고통을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해.

알지 못하는 너를 보내고서야 많은 어른들이 눈물로 위로와 공감을 보내서 미안해.


부디, 그곳에서 평안하길...


베레카 권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 hear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