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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반 Dec 30. 2023

알프스 한 달 살기(3)

지뜨(Gîte), 알프스 한달살기 최적의 숙소

지뜨(Gîte)란 무엇인가?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을 가진 농업국가이며 면적도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이어 세번째로 넓은 나라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농업이 발달했던 이 나라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업이 점차 쇠퇴해 왔으며, 유럽 연합이 출범하면서부터는 스페인 이탈리아, 동구권 나라들의 값싼 농산물들이 들어옴에 따라 농민들이 더욱 위기에 처해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린 농촌이나 도시근교는 일손이 부족하고 채산성이 악화되었을 뿐 아니라, 비어 있는 집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지뜨는 이러한 배경에서 지역민들의 수입증대를 위해 허용된 관광숙박업이다.   

Haute Savoie의 전형적인 gîte 모습
지도를 클릭하면 그 지역의 Gite들을 가격과 함께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뜨는 주거시설을 갖추고, 주로 일시적인 숙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제공되는 독립된 생활공간을 말한다. 프랑스 관광법은 지뜨가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공동생활공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식탁 등이 갖추어 진 부엌, 욕실과 화장실, 침대를 구비한 방 등. 따라서 지뜨는 마치 자기집에서 사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는 완벽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집주인의 건물 안에 있더라도, 집주인과는 분리된 독립된 주거 공간이며, 독채인 경우도 많다. 또한 프랑스사람들의 성격상, 투숙한 후 타인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일은 절대 없다. 법적으로 하나의 지뜨는 동시에 2명에서 15명까지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여행자는 한번에 90일을 초과하여 숙박할 수 없다.



대개의 gîte는 주거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청결하다.
6개월 전쯤 미리 예약한다면, 4인가구를 기준으로, 주당 400~500 유로만 지불해도 훌륭한 전망을 가진 넓고 깨끗한 gite를 구할 수 있다.

지뜨는 프랑스 지역민들에게 중요한 소득원을 제공하며 꾸준히 성장하였다. 1955년에 결성된 프랑스 지뜨 연맹에는 현재 프랑스 전역에서 42,000 가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90,000여개의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연맹은 이들 지뜨들에게 숙소 안락함, 신뢰성, 구성원의 책임성과 연대의식을 보증하는 라벨을 발행한다. 이제 지뜨는 프랑스 관광산업에서 하나의 경제주체로 자리 잡았다. 2020년 현재, 직, 간접적으로 연간 1조 5천 억 원의 매출과 3,2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 조직에 연간 약 7000억 원의 재정수입을 가져다 준다.

농가주택이라고해서 다 허름한 시골집이 아니다. 가격에 따라서는 최신식 시설과 수영장 등을 갖춘 호화로운 지뜨도 많다.

여행자 입장에서 보자면, 지뜨는 프랑스의 농촌지역에서 2명 이상의 인원이 일주일 이상, 90일 이내의 기간동안 거주하기에 안성맞춤인 숙박시설이다. 지뜨 운영자들(집주인)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우 세심하게 시설을 갖추고 청결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지뜨들은 우리나라 팬션들보다 훨씬 청결하고 안락하다. 여행자들은 시장을 보아와서 마치 자기 집에서 사는 것처럼 식사를 준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주인과 얘기를 나누며, 주변 관광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립적으로 살되, 지역민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 지뜨 이용하기>


지뜨 예약은 https://www.gites-de-france.com/fr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영문판도 제공하므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주로 일주일 단위(토요일~다음주 금요일)로 예약을 받는다. (2~3일의 단기 예약을 받지 않는다.) 좋은 집을 구하려면 가능하면 6개월 전에 미리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지뜨의 숙박요금은 어느정도 수준일까? 변수가 워낙 많아서 답하기 어렵다. 지뜨별로 시설이 다 다르고, 입지도 다르며, 계절별로도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만약 오뜨사부아 지역을 대상으로, 비수기 때에, 4인용(2실)의 지뜨를, 6개월 전에 예약한다면 1주당 400~600 유로 정도로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비용일 것이고, 넓고 안락하기는 호텔에 비할 바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뜨의 주인들은 주변 관광과  한달살기의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그러나 지뜨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가지 제약점이 있다. 지뜨들은 대개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시골이나, 도시의 교외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렌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렌트에 대해서는 별도로 글을 쓰고자 한다.


지뜨에서의 생활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별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스스로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뜨사부아(Haute Savoie)와 같은 알프스 시골지역에서 한달살기를 하고자 할 때는, 서울과 같은 편의 천국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빨래를 해야 되면 세탁소 이용하면 되겠지, 밥하기 싫으면 그 때 그 때 나가서 사 먹으면 되겠지, 옷이 필요하면 하나 사서 입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들은 모두가 다 한국적인 생각일 뿐이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든지 생활 편의 시설이 널려 있는 한국과는 환경이 매우 다르다. 필자는 유심(USIM) 하나를 사기 위해 하루에 세 번 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고, 왕복 한 시간이 걸리는 가까운 도시에 다녀와야 했다. 이발을 하기 위해서는 화요일과 목요일 특정 시간에 맞추어서 예약을 해야 하고, 40 분간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고 하길래, 3개월 동안 이발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들이 머리를 묶고 다니는 것을 저절로 이해하게 됐다. 한달살기를 한다면 직접 세탁기를 돌려야 하고, 식사도 매일 직접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달살기 아닌가? 돈 싸들고 가서 '한달 놀기'를 하지 말고, '한달 살기'를 하라!


필자가 2주간 동안 Woofer로 일하며 지냈던 오뜨사부아의 지뜨  Les Rapilles

끝으로, 신뢰사회에서 요구되는 책임과 에티켓에 대해서 또 한번 얘기하고 싶다.


아무리 내가 내 돈을 주고 기거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거주 방식에서는 주인과의 인격적 관계나 신뢰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호텔과 다른 지뜨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역민인 집주인과의 친교를 들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매년 같은 지뜨에 와서 거주하며 친밀감을 쌓고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이용객의 45%가 한번 갔던 곳을 매년 재방문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오뜨사부아에서 지뜨를 운영하는 죠르쥬가 어느날 내게 말했다. 앞으로 OO나라 사람들은 고객으로 받지 않겠다고.  2주 동안 거주하면서 부엌을 온통 돼지기름 냄새로 가득 베게 해서 집을 망쳐 놨다는 것이다. 알프스의 집들은 대개 실내를 전나무 판자로 마감을 해서 짓는다. 싸뺑 (Sapin)이라는 이 나무 향기가 집안에 퍼지도록. 더구나 그 집은 죠르쥬와 그의 동생 쟝이 산에서 직접 나무를 베어다가 10년에 걸쳐 손수 지은 집이었다. 죠르주는 어떻게 해야 나무에 벤 그 냄새를 없앨 지 무척 난감해 했다. 며칠 후 함께 등산을 하던 중에  죠르쥬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국사람들도 집안에서 돼지 고기를 자주 굽느냐고. 한국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조차 삼겹살 파티를 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순간 나는 움찔 했다. 그들이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권리 관계는 엄격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소유자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주인의 허락 없이는 벽에다 못 하나도 함부로 박아서는 안된다. 나는 프랑스의 지뜨 주인들이 한국사람들이라면 마음 놓고 환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신뢰사회의 책임과 규범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길이 되리니


<조선시대 시인 임연(臨淵)이 지은 시라고 하는데 명확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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