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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Dec 15. 2019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인데, 여길 안 간다고?

Shakespeare's Globe Theatre


 영국하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문학, 음악, 축구, 홍차, 신사의 나라, 여왕 그리고 피시 앤 칩스(?)

이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학. 그리고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적은 없어도, 그를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 같은 작품들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도 유명할 정도로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자존심이다.


 영국에서 셰익스피어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두 곳이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고, 또 죽음을 맞이한 스트랫퍼드 어폰 어반(Stratford upon avan)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런던(London) 일 것이다.

런던에는 그의 이름을 딴 극장이 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Shakespeare's Globe Theatre)다.

출처 : https://www.shakespearesglobe.com/discover/about-us/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는 외관만 보았을 때,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셰익스피어가 르네상스 시대에 실제 활동했던 극장인 글로브 씨어터(Globe Theatre)를 원형으로 1997년에 복원하여 새로 지은 것이다. 실제 글로브 씨어터가 있었던 자리에서 750피트(230m) 정도 떨어진 곳에 복원하여 지어졌는데, 바로 템즈 강변 테이트 모던 옆에 위치해 있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가 글로브 씨어터를 원형으로 지은 만큼, 르네상스 시기에 발달된 영국의 독특한 극장 건축의 대표적인 양식이 그대로 녹아있다. 바로 노천극장의 형태인 공설극장(Public)과 실내극장인(Private) 사설극장이라는 독특한 형태이다.


출처 : www.londontown.com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는 공설극장 형태인 Globe Theatre와 사설극장 형태인 Sam Wanamaker playhouse 두 극장을 가지고 있다. Sam Wanamaker playhouse는 2014년에 새로 오픈했는데 극장 이름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를 설립한 배우이자 연출인 Sam Wanamaker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우선 공설극장인 Globe Theatre부터 살펴보자.

 글로브 극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엘리자베스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극장과 무대, 그리고 둘러싼 객석 중앙으로 들어가면 벅찬 감정까지 든다.

 노천극장의 형태인 글로브 극장은 Yard라고 불리는 중앙마당이 있고, 그 윗부분에는 천장이 뻥 뚤린채로 지붕이 없다. 중앙마당을 둘러싼 3층으로 이루어진 객석 윗부분에만 지붕이 있다. 중앙마당은 객석 없이 서서 공연을 보는데 엘리자베스 시대에 실제로 그러했듯, 지금도 Yard의 관객들은 서서 공연을 관람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연은 계속되고 러닝타임이 3시간을 훌쩍 넘어가도 Yard석을 구매한 관객들은 서서 공연을 관람한다. 중앙 마당을 둘러싼 객석들은 갤러리석으로 1층을 Lower Gallery, 2층을 Middle Gallery, 3층은 Upper Gallery로 구분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객석은 지금의 그것과 조금 다른 것으로 추측되는데 1층 박스석은 칸막이가 있는 귀족용 좌석이었고, 2층과 3층의 갤러리석은 칸막이 없기 긴 벤치 형태로 되어있다. 물론, 지금은 1층의 객석 또한 긴 벤치 형태로 되어있다. 또한 계급에 상관없이 지불한 금액만큼의 객석에 앉을 수 있다.


Trolius and Cressida (2009 production), by John Tramper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의 대표 공연장은 글로브 극장인 만큼, 주요 공연은 이 극장에서 상연했지만, 노천극장인 관계로 겨울에는 공연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설극장, 즉 실내극장을 오픈해 겨울에도 공연을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 바로 2014년에 새롭게 오픈한 Sam Wanamaker Playhouse이다.


The Sam Wanamaker Playhouse© Pete Le May

 샘 와너메이커 극장은 글로브 극장보다 작은 규모의 극장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최초의 사설극장인 블랙프래이어즈 (Blackfraiars) 극장과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그 공간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공설극장과 사설극장의 공통점은 무대가 그리스 시대의 스케네(Skene)처럼 아름다운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파사드(Facade)라는 벽으로 되어있고, 배우들은 이곳을 통해 등퇴 장한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 극장들이 노천극장으로 발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조명의 부재였다. 과거 그 시대에는 조명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햇빛에 의존하여 공연을 했다. 하지만 블랙프래이어즈 극장처럼 실내극장들은 실내로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고, 촛불을 이용하여 공연에 필요한 빛을 만들었다. 지금의 샘 워너메이커 극장은 옛 극장 양식을 그대로 사용해 지금도 무대 위 조명에 촛불을 사용하고 있다.

 샘 워너메이커 극장은 공설극장과 달리, 무대 앞 공간을 피트(Pit)라고 부르고 피트에도 좌석이 있어, 모든 관객이 앉아서 공연을 관람한다. 2층과 3층은 각각 Lower Gallery, Upper Gallery로 부른다.

출처 : https://www.dailyherald.com/article/20140120/entlife/701209951/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단 하루도 상연되지 않는 날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매일같이 읽히고 보이고 들려진다. 전통적으로, 각색되어서, 그 지역의 전통적 특색에 맞게 변형되어서, 음악극으로, 1인극으로, 발레로, 무용으로, 오페라로 등등..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더 변화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이 모든 작품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들로 인해 탄생된 작품들을 상연한다. 영국 극단들의 공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 극장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모인다. 그야말로 전 전 세계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볼 수 있다.


https://www.shakespearesglobe.com/whats-on/globe-theatre-guided-tour/

 시간이 없어 작품까지 관람하기는 어렵다면, 극장 투어를 참여하는 것도 좋다. 극장 내부에는 셰익스피어의 발자취를 따라 글로브의 역사, 역대 공연들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당대에 사용했던 의상이나 무대, 과거 극장의 모습들도 미니어처로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르네상스 시대 극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투어 중간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 장면을 직접 시연하는 배우도 있다. 공연을 보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극장 투어로도 그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하기엔 충분하다. 운이 좋다면 극장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리허설도 볼 수 있다.


만약, 런던에 직접 가지 못한다면, 혹은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에 직접 방문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영상을 통해 공연을 감상하는 것. 영국의 National Theatre의 NT live처럼, 셰익스피어 글로브 씨어터도 이러한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부터 홈페이지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감상하거나 DVD 구매도 가능하다. Globe player라는 iso 어플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유료로 구매하거나 대여할 수 있으며 부분적으로 무료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출처 : https://globeplayer.tv/globe-to-globe

 한국의 극단들도 종종 이 극장으로 초청되어 공연을 한다. 나는 2012년 봄, globe to globe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초청되었던 극단 여행자의 “한 여름밤의 꿈”을 글로브에서 보았다. (이 작품 또한 globeplayer.tv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무대 위에서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 한국적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말 그대로 꿈같았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영국 사람들이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야드석 관객들은 끝까지 웃으며 객석을 지켰다. 좋은 작품을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던 아름다운 극장에서 보았던 날. 훈훈한 관객의 분위기가 한몫 더 했고, 그날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되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동료 극작가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말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영국에 가는가? 런던에 가는가? 그렇다면 르네상스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 꼭 들려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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